버스업계 장시간노동, 혹시 ‘버스운송타이쿤’?
버스업계 장시간노동, 혹시 ‘버스운송타이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1.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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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상영 기자 sysung@laborplus.co.kr
요즘처럼 어수선한 때에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게임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인류 최초의 전자게임은 195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목적으로 만들어진 ‘틱택토’(Tic Tac Toe)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게임은 개인용 컴퓨터를 100만 원짜리 게임기로 전락(?)시킬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게임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사람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욕망을 자극하는 게임들이 성황을 이뤘다.

전자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신이 경험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사는 ‘경제3주체’ 중 가계부문의 구성원들은 기업이나 정부에서 하는 일을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장르의 게임을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부른다. 이를 테면, ‘심시티’나 ‘~타이쿤’ 같은 것들이다.

당연하게도 경영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대단히 자본주의적이다. 주어진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 내지는 효용을 뽑아내어 기업이나 도시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는 상세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도 등장한다. 가령, 놀이동산 경영 게임에는 청소노동자와 정비노동자, 레크리에이션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속 노동자들은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지만 피곤함을 모른 채 일만 한다. 게임에서는 기업 경영이나 정부 운영에서의 노동문제가 배제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현실 공간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지난 호(138호)에 이어 이번 호까지 다뤘던 버스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 문제를 들여다보면 경영시뮬레이션 게임 속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버스노동자들이 하루 17~18시간씩 며칠을 연달아 운전대를 잡으며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했다. 다만, 게임 속 노동자들과 현실의 버스노동자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버스노동자들은 피곤에 절어있다는 점이다.

게임 속 노동자들은 0과 1로 이루어진 코드에 불과하지만, 현실의 버스노동자들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잠을 못 자면 피로를 느끼고, 병이 생긴다. 그래서 버스노동자들은 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을 달고 살다시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버스는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실시했던 실태조사 결과는 ‘시한폭탄 버스’가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버스업계의 장시간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제 이러한 이야기는 인터넷 속어로, 두말하면 ‘복붙’(ctrl + c, ctrl + v)이요, 세말하면 ‘도배’다. 그럼에도 버스업계의 장시간노동 해결의 열쇠를 쥔 버스업체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는 대단히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 이 역시 굳이 게임에 빗대자면, ‘플레이어가 매크로(자동조작프로그램) 돌려놓고 밥 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