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절대 승자란 없다
시장에서 절대 승자란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6.09.05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로, ‘장수기업’ 명성에도 시장점유율 하락시장환경 변화 읽고 인적자원에 투자해야이종건_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소주업계의 1인자 자리는 물론 대한민국의 대표 장수기업으로 입지를 굳혀오던 ‘진로’가 최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다.

1924년 10월 3일 평남 용강에서 ‘진천양조상회’로 시작된 진로는 지난 82년여 동안 국민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장수기업으로, 지난 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34년간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지난 98년 대나무숲 여과소주인 ‘참이슬’이 출시 2년 만에 국내 소주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소주의 대명사가 되어 왔다.

진로의 전국 시장점유율은 2001년 52.6%에서 2002년 53.6%, 2004년 54.6%, 2005년 55.4%로 매년 1%씩 높아져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지난 7월 기준 전국은 52.9%로 크게 추락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시장에서도 진로의 퇴조현상은 뚜렷하다. 수도권시장 점유율이 전년 92.6%에서 지난 7월 83.1%로 크게 떨어졌다.

●불붙은 소주업계 경쟁
진로의 상황은 다분히 비관적이다. 지방에서도 각 지방 소주사가 자기 지방 술 음용 캠페인을 강화하면서 광주ㆍ전남지역의 경우 보해의 시장점유율이 82.95%까지 상승한 반면, 진로는 16.27%로 떨어졌다. ‘처음처럼’ 돌풍이 다분히 신제품 효과에 불과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던 진로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위기를 느끼는 모습이다.

진로는 두산의 선제공격에 5개월 만에 잇달아 ‘참이슬’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두산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두산은 지난 7월 기준 전국 10.1%, 수도권 15.6%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처음처럼’의 판매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소주시장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서울지역 유흥 시장점유율이 22.5%에 달해 ‘참이슬 후레쉬’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결국, 진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두산의 ‘처음처럼’에 밀리고 지방에서는 지방 소주업체들에 밀려 협공을 당하는 위태로운 형국이다.

하반기 소주 시장은 판매량 1위 제품인 진로의 ‘참이슬’시리즈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산의 ‘처음처럼’이 접전을 벌이면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접전의 결과는 향후 시장의 판도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다.

시장에서 절대 승자는 없다. 하이트맥주가 ‘암반수’ 신드롬을 통하여 OB가 지닌 맥주의 아성을 무너뜨렸으며 삼양라면의 절대적 이미지도 농심이 무너뜨리지 않았던가? 최근의 소주시장을 보면, 1위 기업인 진로가 후발주자인 두산에 끌려가는 듯한 양상을 띤다. 소주업계의 1인자인 진로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장환경의 변화 정확히 읽어야
진로가 소주업계에서 지속적으로 1위의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자기변신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는 맥주의 아성 OB를 무너뜨린 전력을 가지고 있다. 1996년 하이트맥주는 100% 암반수를 들고 나왔고 혁신적인 상표 디자인 등 외관상 제품의 품격을 높였다. 100% 암반수 하이트맥주가 시장에 나왔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지만 당시 OB맥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OB맥주가 긴장을 늦추는 사이 OB맥주의 40년 아성은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 입맛에 힘없이 무너졌다.

결국 하이트맥주는 OB맥주 추월이라는 40년 숙원을 달성하게 됐다. 반면에, 1996년 두산은 당시 유행했던 녹색 트렌드를 소주에 구현한 ‘그린소주’를 출시하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였다. 그린소주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16%까지 달했으나, ‘참이슬’은 알코올도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고 대나무숯 여과·정제를 통해 차별화된 맛을 구현하였다. 기세등등하던 ‘그린소주’는 ‘참이슬’의 반격으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이트맥주와의 결합체인 진로는 결국 과거 두산과의 대격돌에서 성공한 전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진로는 소주시장에서 두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요즈음엔 1인자인 진로가 후발 주자인 두산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 진로의 소주제품을 보면, 20°라는 정수를 쓰는 두산의 ‘처음처럼’과는 달리 20.1°나 19.8°와 같은 소수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진로가 소주시장의 신제품 개발에서 후위 업체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말하자면, 진로는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장이 아니라 후발 기업의 공략에 맞대응하는 정도로 수세적인 모습이다.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원한다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출시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지, 아니면 두산의 하이트맥주가 OB맥주를 제친 것처럼 업계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8월 24일, 진로는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주업계 사상 처음으로 19.8°의 ‘참이슬 후레쉬’를 26일부터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두산의 ‘처음처럼’이 인기를 끌자 20.1°의 ‘참이슬 리뉴얼’을 내놓은 지 5개월 만에 19.8°의 ‘참이슬 후레쉬’를 최근 출시하여 대반격에 나선 것이다. 진로가 ‘참이슬 리뉴얼’을 내놓은 지 5개월 만에 라벨만 바꿔 ‘참이슬 후레쉬’를 내놓게 됨에 따라 ‘참이슬 후레쉬’를 소비자들이 신제품으로 인식할 것인가가 문제다.

1997년 9월 진로그룹이 과도한 계열사 확장으로 부도를 맞은 이래, 진로는 지난 8년 동안 화의에서 법정관리, 인수ㆍ합병으로 이어지는 격랑의 세월을 겪었다. ‘참眞이슬露’가 출시되던 지난 1998년 10월, 진로는 계열사의 부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몰렸고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많은 임직원들이 ‘참眞이슬露’를 중심으로 필생즉사의 각오를 다짐했고, 결국, ‘참眞이슬露’의 성공신화를 일구어냈다. 지난 해 7월, 하이트맥주가 진로의 인수자로 결정된 이래로 만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진로가 새로 거듭날 때가 되었다. 고객이 진로소주를 찾던 시대는 지나갔다. 뚜렷한 경쟁업체가 없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던 과거에는 소주만 만들어 놓으면 팔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어 놓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인재선발 및 관리에 관심 가져야
오늘날 기업이 시설에 투자하는 것보다 인적자원에 투자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기업조직 내에 어떤 유형의 사람이 있고, 그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며, 어떻게 보상하고 개발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기업의 사활과 관계된 중요한 문제이다. 기업이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알맞은 보상과 개발에 투자하여 기업에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04년 10월, 두산주류BG는 한기선 OB맥주 부사장을 마케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2002년 OB맥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진로소주와 참이슬 소주의 영업과 마케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두산측은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한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서는 “진로 인수전을 앞두고 술 시장과 진로를 잘 아는 한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였다. 두산주류BG가 진로에서 영입한 인사는 한 부사장 외에도 최형호 신제품개발 실장(상무)과 정일승 청주 마케팅팀장(부장)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의 핵심인재들이 경쟁업체로 유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인재의 손실과 아울러 핵심제품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업체로 함께 넘어가기 때문이다. 현대기업의 성패 관건은 인적자원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로 간주하고 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잘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에 있다.

●노사관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진로가 소주시장에서 차별화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중요한 요소다. 2004년 8월, 진로 노조가 준법투쟁 및 파업에 들어가면서 매장의 진로소주가 속속 품절되고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 두산의 ‘산소주’는 진로 파업 이후 하루 2만 상자에서 5만 상자로 판매가 늘어나고, 금복주, 보해양조, 무학, 대선주조 등의 지방 소주업체도 진로 노조파업은 시장 회복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생산량을 평소보다 20%정도 늘리며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당시 한 소비자는 “그동안 진로라는 기업 이미지 때문에 참이슬을 즐겼는데, 파업한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였고, 다른 소비자도 “소주 맛이 사실 큰 차이가 있겠느냐”면서 굳이 사기 어려운 참이슬보다 다른 소주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사의 갈등과 파업은 기업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으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네거티브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다.

2004년 8월 진로의 파업이 6일이라는 단기간에 그쳤기 때문에 커다란 파장이 일지 않았지만, 또다시 이러한 파업이 발생하여 장기화된다면 경쟁업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기업’이라는 진로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것이며 결국은 회복되기 어려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지난 해 4월, 도요타자동차는 “60세 정년을 앞둔 사원의 재고용 연한을 현행 63세에서 65세로 늘려 2006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도요타 직원 스스로에게는 50년 이상의 무분규와 수년째 이어진 기본급 인상 동결 등의 결과가 기업경쟁력 강화와 사세 확장을 가져다주고, 이것이 결국 정년 후 일자리를 부여하는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도요타 사례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상당수 기업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무조건 잘라내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사화합으로 기업이 잘 되면 결국 그 대가가 일자리 안정과 개인역량 발휘 극대화로 돌아온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노사는 갈등이 발생할 때 극단적인 투쟁을 통하여 대립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은 경영전략과 성과를 종업원과 함께 공유하며 종업원에게 근무환경 조성, 보상, 교육훈련 기회 등의 합리적인 노력을 통하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로가 지속적으로 1위의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한다. 진로는 지난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후 현재 동남아를 출발점으로 독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60여 개 국가에 진로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진로는 1995년부터 세계 유수의 위스키, 보드카, 럼, 진 등의 판매량을 훨씬 앞질러 2000년 단일 브랜드로 전 세계 증류주 부문 판매량과 판매성장률 부분에서 2위, 판매액 기준으로 세계 8위를 차지하였고, 2001년부터 단일브랜드로 5년 연속 세계 증류주 시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하였다.

진로는 1998 무역년도(무역협회 기준: ’98.7- ’99.6)에 총 5천3백만불을 수출하여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수출 5천만불을 달성하였고, 2001년에는 7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2005년까지 약 42억 달러의 소주를 수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신화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2월 20일, 두산주류BG는 “2005년도에 515만 여 상자(700㎖ 12병 기준), 약 5,700만 달러의 소주를 수출해 국내 소주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두산 측은 “지난 해 국내 소주업체들의 전체 수출실적이 전년 대비 9.5% 감소했음에도 두산은 11.4% 증가했다”며 “국내 업체들의 전체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두산이 수량기준으로 55.5%를 차지했다”고 설명하였다.

이제 진로는 단순하게 국내 업체만을 경쟁상대로 볼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쌓아야 한다. 진로가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 소주 맛을 현지화하고 외형적 디자인에도 변화를 준 ‘수출용 JINRO’를 생산하여 일본 공략에 성공한 것처럼, 세계인의 취향과 문화를 반영한 소주 맛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객 및 사회와 함께하는 윤리기업이라는 이미지구축을 통하여 세계를 석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로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 하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춘 윤리적인 기업이 되어야 하며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책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Johnson & Johnson이 고객, 종업원, 사회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신조(credo)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한 몸에 받듯이,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신제품 개발과 아울러 고객, 종업원, 사회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