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필요하지만 날 건드리지는 마라?
위기 극복 필요하지만 날 건드리지는 마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2.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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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못 믿는데 대화가 될 리 없다
서비스업에 목매지 말고 산업균형 맞춰야
조선산업의 위기를 통해 본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노동조합 ③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조선산업뿐만이 아니라 전체 제조업의 위기가 회자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택할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자.

참여와혁신 DB
위기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조선산업의 위기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출하고 있지만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에는 노·사·정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원인들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가 다른 정도이다.

그런데 위기의 성격에 대해서는 입장에 상당히 큰 간극이 있다. 우선 경영진은 머지않아 극복될 위기라고 보고 있다. 경영진 입장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에도 지금 적자가 많이 났지만, 현재 건조 중인 물량을 인도하면 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것이고, 석유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석유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해양플랜트도 2017년 이후에는 발주가 예상되며, 상선 같은 경우에는 꾸준한 물량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연구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피크기에 많은 선박들이 쏟아져 나왔고 선박의 양이 워낙 많다”며 “세계경제가 회복돼야 선박이 실어 나르는 물동량이 늘어나고 신규 발주도 이루어지는데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보통 선박의 수명을 25~30년으로 보는데 조선산업의 경기 사이클을 보면 70년대 중후반 호황기에서 2000년대 중반 호황기까지 대략 30년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홍성인 팀장은 해양플랜트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돼 있지만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존에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물량을 수주했는데, 지금 남아있는 프로젝트나 향후 수주할 물량을 제대로 건조하기 위해서는 물량이 덜 나오는 지금을 각 업체별로 역량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호황국면이 오더라도 기술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에 따라 상선 분야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쟁력을 지속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졌고, 가격경쟁이나 물량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면서 “그동안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위상이 적어도 상선 분야에서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권순원 교수는 또 “세계적으로 석유를 덜 쓰는 방향으로 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석유를 양산하는 방식도 셰일가스 등 대체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는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결국 상선 분야에 주력해야 할 텐데, 과거와 같은 막대한 물량을 수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를 감안할 때 전반적인 설비합리화 등 업종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적어도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현재의 위기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신중한 편이다. 곽진호 현대중공업노조 노동문화정책연구소장은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인 것이냐에 따라 대응방법이 달라질 텐데 아직까지 위기의 성격에 대해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차원에서 올해 정책연구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그에 따라 현재 위기에 대한 규정과 대응방안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년간 대화한 성과가 서로 다름 확인한 것?

문제는 위기의 성격을 다르게 본다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 당사자들 간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면 이를 하나로 모아내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이러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금까지 그런 테이블이 없었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지만, 서로를 비난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우선 노동계에서는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조선노연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조선산업에서 고수익이 났을 때 그것이 확대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도모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사용자들은 번 돈을 어디에 쓴지도 모르게 다 써버렸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조선산업이 어려우니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면서 정부와 사용자는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황우찬 부위원장은 “노사 대화든 노정 대화든 노조는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고, 그동안 대화하자고 요구해 왔지만 대화를 거부한 것은 사용자와 정부였다”면서 “올해도 조선노연은 대화를 요구할 것이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거부한다면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이슈화 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에서는 정부가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영진 입장에 서 있는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조선업이 힘들 때 주도적으로 나섰던 것은 정부이고, 조선산업의 선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등 유럽에서도 정부가 먼저 나섰다”면서 “개별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만큼, 국민경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나서서 이해당사자들을 끌어들이고 설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영계가 주도해서 자리를 마련한다고 해도 테이블이 공전될 것이 뻔하고 개별기업이 이야기해서는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대우조선에 대해서 다른 조선사들 사이에선 망하게 내버려두지 왜 지원하느냐는 원망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대우조선이 망하고 나면 그 물량을 각자 자기들이 차지할 수 있고 그러면 현재의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내내 조선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의견을 모으지도 못했고 대안을 만들지도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이들이 노든 사든 모두 자기주장만 할 뿐 양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더라”는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선산업이 호황이라고 할 때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것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었던 것처럼,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각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채권은행단과의 협의를 통한 우회적인 지원과 사업재편 유도,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자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와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도 자기주장만 하는 것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 속에서 ‘양보하면 손해 본다’는 점을 각인해왔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지키려면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굳어진 탓이다. 정부는 대화 테이블을 만들되 지원만 할 뿐 주체는 각 기업이 돼야 한다면서 한 발을 빼겠다는 태도로 임하고 있고, 경영계는 경쟁관계를 빌미로 정부가 대안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도 정부가 개입은 하되 규제하지는 말라는 식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노동계는 대화할 용의는 있지만 정부와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이고, 만약 인적 구조조정 등 피해가 발생하면 싸워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대화에 임하면서도 ‘내 것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를 고수한다면 그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접점을 찾으려면 자신의 이해관계에서는 한 발 물러서야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는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는 조선산업을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사업 중 하나로만 생각하면서 귀찮은 노조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노동조합은 산업의 장기전망까지 노동조합이 고민해야 하느냐면서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해 하고, 정부는 어떻게든 책임을 노사 당사자에게 돌리면서 발을 빼려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각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따라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울러 “서로가 서로를 믿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사용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고, 노조는 무조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조합원들을 설득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정부는 제3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기인 것도 알고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내 것을 내놓는 데에는 인색한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다. 아울러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에 대한 논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당사자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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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불가피하지만 기술력은 보존해야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은 종종 더 큰 문제를 낳기도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간다고 해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중복된 설비투자로 저가수주 등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개별기업에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통해 사회적인 낭비를 줄이고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다만 그와 같은 구조조정에는 인적 구조조정이 뒤따른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노동계는 올해 상반기에 빅3 조선사들에서만 1만여 명 가까운 인원이 일터를 떠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은 직영이 아닌 사내하도급업체나 물량팀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테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한꺼번에 그처럼 많은 인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지역사회에서는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기술력은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이다.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인적 구조조정이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면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인원들까지도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기술력이 보존되지 않을 경우 미래에 호황기가 도래했을 때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부족하게 된다는 점은 일본의 경험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인 팀장도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미숙련 인력을 대거 투입한 것이 문제를 낳고 있고, 그런 인력에 대한 일정한 수준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핵심 기술인력은 반드시 보존해야 하며, 특히 고령화돼 있는 직영 인력이 정년퇴직하게 될 경우 그들의 기술력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직영 인력 1,000명이 정년퇴직하면 그만큼 신규채용을 해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는 게 좋겠지만, 500명만이라도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나머지 인력을 위한 직업훈련과 전직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불가피한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될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그러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은 거제시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다른 한편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부족한 기술력이 문제가 됐던 만큼,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을 담당할 특화대학교 설립 등으로 산학협력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권순원 교수는 “조선산업은 열악한 작업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이 아닌 인재 육성 차원의 산학협력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산학협력보다는 각 기업의 직업훈련체계를 다듬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숙련 근로자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방안들을 토대로 권순원 교수는 “각 기업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 등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몇몇 선종에 특화된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해당 선종에 대한 수요를 놓고 경쟁이 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박종식 연구위원은 “지역 차원에서 일자리 문제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불가피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들의 직업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을 지역사회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매개로 총체적인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창조적 산업생태계’ 구축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조선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게 없다. 노·사·정 각 당사자들이 큰 방향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대화를 통한 위기 극복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일정하게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이런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설득해 조합원들과 함께 위기 극복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계 역시 마지못해 대화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한 바탕 위에서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제3자인 것처럼 발을 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조선산업의 발전전망을 가지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현재 조선산업에서 위기가 표출되고 있지만, 이것이 조선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조업 전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제조업 매출이 줄어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창출 개수에 맞춰져 있어,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업 육성만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에만 의존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는 지난해 그리스의 디폴트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통해 제조업 육성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역시 산업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가 서비스업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고용의 질에 있어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수준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의 중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산업에서 기술력을 매개로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박종식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제조업 중흥의 실마리는 숙련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숙련 향상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각 지역에 설치돼 있는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은 ‘반대를 위한 투쟁’이라는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산업의 미래와 노동생활의 질 향상을 함께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