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적 지원방안 구체적으로 내놔야
정부가 정책적 지원방안 구체적으로 내놔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2.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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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갈 때 내실 다지지 못해 위기 초래
현재 고용구조론 기술력 축적·품질 유지 어렵다
커버인터뷰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 지회장

조선산업의 위기 상황에서 지난 2014년 존폐의 기로에 몰렸던 성동조선해양은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경영정상화지원을 받기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강기성 성동조선지회장으로부터 현재의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 지회장
현재 조선산업의 위기와 관련해 성동조선해양의 상황은 어떠한가?

“성동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지원 협약을 맺었고, 현재 양측 회사의 PMO(프로젝트 관리조직)팀이 지원에 관련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와 중소 조선의 전략 선종이 달라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해외에서는 중국과 일본, 국내에서는 stx조선, SPP조선 등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또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경제 침체 지속으로 신규 발주 수요도 미미한 상황이다.

성동조선은 삼성의 수주영업망을 최대한 활용해 내년도 부족 물량을 채우겠다는 목표로 현재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성동조선은 전략 선종을 탱커(Tanker)선 등 중형선 위주로 선정해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냉정하게 볼 때 성동조선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선종이 중형선이기도 하다.”

성동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설이 나온 뒤 삼성중공업에서 성동조선해양 전체를 위탁하는 것에 대해서 향후 책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최종적으로 ‘경영협력지원’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지원협약기간은 4년을 기본으로 하고 이후 3년 연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수출입은행,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모두 손해 볼 게 없다. 향후 전개될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중소 조선소들이 처해 있는 상황들로 보면 성동조선만의 위기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소 조선소들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 중 한 가지는 소위 세계 경기가 잘 나갈 때 전문화 등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문어발식의 외형을 확장한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크다.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올해 대형 3사에서만 1만 명이 넘는 구조조정을 예측하고 있다. 작년에 손실을 봤던 플랜트 위주의 수주를 정리하면서 그에 따른 인력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실 조선업종의 인력 구조조정은 언제부터인지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회사의 고용안정 대책은 전무하다. 중소 조선을 통틀어 가장 고용이 불안한 상태다. 회사들마다 조금씩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채권단 관리하의 상황에서 물량 감소 등에 쉽게 대응하려면 고용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내보내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약 15년 전 1:1.2였던 정규직과 하청인력 비율이 현재 1:3으로 변화된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성동조선이 존폐의 기로에 섰던 지난 2014년에는 정규직을 제외하고 상시 인원 6천여 명에 이르던 사내하청 인력이 물량 부족으로 1천여 명까지 줄어든 적이 있다. 5천여 명은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난 것이다. 현재 다시 6천여 명 수준을 회복했지만 하반기에 물량 변동에 따라 얼마나 떠나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은 올해 인력 운용계획을 살펴보고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말 단협에 명시된 고용협의회를 개최하자고 했지만,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회피했다.

성동조선노동조합은 설립한 지 3년이 채 안 돼서 현실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놓지는 못했다. 다만 올해 조선노연 공동으로 총고용보장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회사에 고용협의회 개최를 요구해 현재보다 좀 더 진전된 고용안정대책을 수립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차원에서는 조선산업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경제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논의했다. 조선업종에 대한 주요 내용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자체 구조조정, 채권단 관리하의 대우조선과 중소 조선들은 자체 구조조정을 포함한 정상화 추진이 곤란하면 M&A 및 청산 등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조선노연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노연에서 진행 중인 조선업 공동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 향후 조선업 발전방향과 대정부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와 연계해 올해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대정부요구를 관철해나가는 방법도 논의했다. 지난해 요구가 다소 선언적, 추상적 요구였다면 올해 요구는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십 년의 침체 속에서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 덕분에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은 조선 신흥국으로 부상했다가 세계 경제 침체에 빠지자 조선업 수백 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리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조선업을 오랫동안 시장에 맡겨두고 방치해놓은 결과 지금과 같은 위기를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플랜트 시장만 봤을 때 장기적인 수요예측, 공동 투자와 연구를 통한 비용절감 등 개별 기업들이 할 수 없거나 힘든 선 해결과제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되는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조선산업을 최소화하더라도 일정부분 존속시켜야 한다면 각 조선소별로 좀 더 전문적이고 특화된 형태로 가져가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고용구조로는 더 이상 기술력 축적이나 안정적인 품질 유지가 불가능하다. 이미 수많은 인력들이 기술과 함께 중국시장 등으로 넘어갔다. 조선업은 인력 기반 산업이므로 정규직 신규 채용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기술력 축적과 품질 확보 유지에 더 유리한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라는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보니 지금의 고용형태를 계속 가져가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위한 노동 정책만을 펴고 있는 현실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