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타결 원칙은 노사 공감”
“임금 타결 원칙은 노사 공감”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09.05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금 타결 방식 아직도 먼 길

지난 8월 25일 병원노사가 첫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3년차 산별교섭에서야 노사 자율로 산별협약이 체결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협약내용 자체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교섭 타결 직후 보ㅁ건의료노조 산별교섭단 간사를 맡았던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을 만나 이번 산별교섭의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본다.

산별교섭 시작 3년 만에 최초로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2006년 산별교섭을 평가한다면. 또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1998년 보건의료노조를 세우고 6년이 산별교섭까지 가는 길이었다면, 이후 3년은 산별협약을 맺기 위한 시기였다. 2004년은 주5일제로 총파업하고, 2005년은 직권중재로 교섭하지 못하고 드디어 3년 만에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내용은 미흡하지만 9년 만에 틀을 갖춘 산별협약을 체결한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교섭과 협약의 틀 안에서 산별노조를 만든 애초의 뜻을 살려서 비정규 문제나 보건의료협약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있다. 또 산별교섭을 하면서 필요한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서 조직력을 강화하고 투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되는 것 같다.

교섭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올해 사용자 교섭단은 120개 병원은 특성에 따라 사립대병원, 국립대병원 등 특성별 병원 대표자 7명이 모인 소위 ‘연합군’ 교섭단이었다. 여전히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지 않아, 사용자 교섭단의 대표성이나 내부 조율이 어려웠다. 내부조율이 안 된다는 이유로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강력한 사용자단체가 없기 때문에 종횡으로 ‘교섭 미루기’가 일어나는데 수평적으로 볼 때는 사용자 산별 교섭단 내에서는 내부 조율이 잘 안 된다고 하면서 요구안을 미루고, 수직적으로는 지부에서 “산별교섭 되는 것 보고 가자” 는 식으로 교섭을 미룬다.

▲ 첫 산별 협약 체결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
지적한 바와 같이 사용자단체 구성문제도 계속 논란이 됐다. 결론은 무엇이며, 내년에는 사용자단체가 어떻게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일단 노무사 등의 제3자가 대표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 조직적으로 보건의료산업 전체를 아우를만한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교섭 기술이야 노무사들이 뛰어나겠지만 교섭 기술자가 아닌 사용자 대표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부분에 사용자 측도 동의를 했다. 다만 자문을 얻는 등 도움 받는 정도는 양해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반기에 노사실무위원회가 가동되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끝까지 임금 인상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사용자의 성격과 지불능력이 모두 다른 병원들 간의 이견이 궁극적으로 좁혀질 수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일단 중장기적으로는 임금체계를 통일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과제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임금, 노동조건, 산업정책을 동시에 다루는 제대로 된 산별로 가는 것이 과제다. 그래서 임금부분에 대해 산별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잡고 각 병원 특성별 혹은 지부별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했다. 그래서 당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α ’논의였다. 우리가 얘기한 것은 동일 가이드라인에 ‘플러스알파’를 적용하는 것이었지만 사용자 측에서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결국 타결을 위해 플러스알파 문제는 우리가 양보했지만, 또 모든 조직이 같은 인상률을 적용받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므로 절충한 안으로 사립대병원, 중소병원, 지방의료원 등 특성별로 가는 임금인상률이 정해졌다. 보도에서는 임금인상률 혹은 액수가 쟁점인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임금을 어떤 방식으로 타결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세 개의 안이 있었는데, 첫 번째가 산별단일화 안, 두 번째가 플러스알파를 열어두는 안, 세 번째가 지금 마무리된 것처럼 유사군 별로 단일화 하는 안이었다. 올해는 특성별 인상률을 적용했지만 내년에는 올해 결과를 평가하고, 산별운동의 철학과 현실을 모두 고려해 올바른 방식을 찾아갈 것이다.

이중교섭 문제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만큼 내년에도 쟁점이 될 수 있지 않나
산별교섭을 하면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있다. 지불능력 있는 쪽이 대체로 그렇다. 보통 임금은 평균 수준에서 타결되니까 ‘산별은 하나다’라는 논리로 밀고 나가서 지불능력이 있음에도 상대적 이익을 보려는 사용자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노동조합에서도 힘은 보태지 않고 문제점만 지적하다가 타결되면 상대적 이익을 얻어가기도 한다. 플러스알파를 열어놓자는 취지에 대해서 사용자들도 공감했던 부분이 ‘임금타결안이 120개 병원 노사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 측은 ‘플러스알파 의미에는 동의하지만 이중교섭 우려가 있다’고 해서 논의에서 제외됐다. 올해 이미 범위율 논의도 있었으므로 내년에는 임금교섭방식에 대해서 노사 120개 병원이 모두 승복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원칙적인 동의가 있었다.

의료노사정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지만 지난 2004년에도 합의됐다가 흐지부지 된 바가 있다.
당시에 보건복지부에서는 노동문제이므로 노동부가 할 일이라고 하고, 노동부에서는 의료문제는 모른다고 하더라. 결국 청와대, 국무총리실에도 올라갔는데 흐지부지 된 이유를 나중에 확인해보니 현재 노사정위원회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잘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별 노사정위원회는 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의료 노사정위원회 요구안 내면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청와대, 사회단체에 다시 한 번 의사를 전했다. 다행히 유시민 장관이나 이상수 장관이 의료공공성을 주제로 한 노사정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형식 때문에 진척이 못 된 것인데 하반기에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문제는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 얘기해도 동의 얻을 수 있는 의제로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