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노동자와 기업의 입맛 모두 충족해야
직업교육, 노동자와 기업의 입맛 모두 충족해야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2.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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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동떨어진 교육, 보조금 수령 수단으로 악용도
마이스터고, 기업의 참가 높여 직접 연결 높아야
[사건]직업교육 실효성 있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5 고용동향에서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9.2%로 나타났다.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자신 있게 내세웠던 ‘고용률 70% 로드맵’을 3년째 실패한 고용노동부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그의 일환이다. 청년인턴제, 청년취업 아카데미, 취업성공패키지, 중견인력 재취업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정말 능력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교육을 받는 사람이나 교육을 하는 사람이나 모두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참여와혁신 DB
취업교육, 역대급 예산 편성

고용노동부는 올 한해, 청년층 등 구직자의 취업역량 제고를 위해 구직자, 실업자 직업훈련에 역대 최대 규모인 5,371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작년 고용노동부의 지원액인 4,840억 원보다 531억 원 증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도 구직자에게 지원할 전체 7,750개 직업훈련과정 중 상반기 운영과정으로 5,312개(70%)를 선정했다. 인원 수로는 20만 명 규모다.

특히 올해는 기계가공, 정보통신기술 등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을 대폭 확대(2015년, 1,856억 원→2016년, 3,741억 원)하기로 했는데 2015년 구직자 직업훈련 중 기계가공(76.6%)과, 기계설계(72.8%), 정보기술(69.8%), 통신기술(66.8%) 등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부문의 취업률이 높은 것을 반영한 결과이다. 반면 패션(27.9%)이나 사회복지(32.9%), 공예(33.6%) 등 취업성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내일배움카드 훈련 분야는 축소되었다(2015년, 2,984억 원→2016년, 1,630억 원).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에 필요로 하는 인재의 역량을 표준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설계된 훈련과정의 비중이 크게 확대돼 훈련의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취업성과와 훈련인프라가 뛰어난 우수훈련기관(332개)이 제공하는 우수훈련과정 비율도 2015년 8.4%에서 2016년 23.1%로 증가해 훈련품질 및 성과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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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동떨어진 교육,수강 이유는 보조금?

하지만 단순히 취업교육에, 작년에 취업률이 높았던 분야에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전반적인 고용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훈련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액수의 예산 편성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직업훈련 교육기관들은 대부분 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고 결국 교육 내용이 정부 기준만 충족한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심지어 몇몇 교육기관들은 교육 내용으로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기관에 오는 교육생들에게 지원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교육생들을 유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나 영업부서를 두기까지 한다. 교육생의 수가 많으면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청년취업아카데미의 경우, 교육비가 1인당 347만 원인데 교육 대상자는 돈을 내지 않고 정부가 278만 원을, 나머지는 운영기관이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 지원예산만으로 교육이 운영되다보니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에 취업에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교육은 실종되고 단시간에 많은 교육생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다. 한국직업개발능력개발원의 손유미 교육훈련노동연계연구실장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한 연구에서 “다양한 취약계층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고용 및 훈련프로그램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말했다.

교육생 역시 본인 부담이 없고 교육 이수 시 스펙과 보조금의 일부를 받으니 교육의 목적과는 다르게 참여하게 된다. 이력서 기재사항 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과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내용상의 문제 역시 크다. 몇 년 전부터 고용노동부는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 미스매치를 덜기 위해 취업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5년 6월 발표된 인문계 전공자 취업촉진방안의 핵심은 인문계 전공자에게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 전문지식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연 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에 맞춰 인문계 공부를 해온 청년층에게 이공계 교육을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한 토론회에서 “고등학교 이후 인문계열을 오랫동안 공부해 온 학생들이 단기적인 IT 지식을 배운다 하더라도 이공계 학생들과 취업시장에서 경쟁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적성이나 선호도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취업 때문에 인문계 학생들이 이공계 과정을 배우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류병래 충남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인문학 진흥 심포지엄’에서 “인문학은 인문학의 기준으로 성공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도 “학제 간 융합교육은 좋으나 기업 인식 제고 없이 단순히 다른 쪽의 교육을 하는 것으로 취업률이 나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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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재취업교육 필요

재취업의 경우는 문제점이 더 심각하다. 40대에 희망퇴직을 하고 작년에 재취업교육을 수강했던 A씨는 “재취업교육이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한다. 교육의 내용이나 취업 알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는 “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 지역 일자리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하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실업급여 교육과 별 다른 것이 없었다. 한번 듣고 들을 마음이 없었지만 지원금 때문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중장년 구직자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분야의 재취업 교육과 취업소개 대신 동떨어진 저임금 일자리 교육만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실업자 재취업을 위한 직업전문학교 는 편법적으로 교육수당을 타내기 위한 사람들에게만 유리할 뿐 실제로 직업교육의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년 재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재취업에 성공한 장년층 199만 8,000명 중 임시·일용직으로 재취업한 비율이 45.6%였다. 재취업자의 월 평균임금은 184만 원으로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근로자 평균임금(593만 원)의 31%에 불과했다.

실제로 성신여대 <여성연구논총>에서는 우리나라 중장년 인력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의 문제점으로 ▲중장기 직업훈련프로그램의 부족 ▲다양한 준고령자 특성을 고려한 직업훈련프로그램의 부족 ▲기업의 필요에 부응하는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의 부족을 들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실업자 직업훈련체계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우리나라의 재취업 직업훈련이 “고급인력의 육성기능이 부족하고 특정직종 인력의 과잉공급 등 수급불일치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하면서 “전반적인 교육훈련체계를 시장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맥락에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노사공포럼 좌담에서 “기업은 신입직원이 이전에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는 상관없이 기업 내에서 재교육을 한다”며 “국가의 직업교육이 기업의 이중교육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이원화제도, 기업과 학생 모두 윈윈

그렇다면 외국은 직업교육을 어떠한 운영하고 있을까. 직업교육체계가 가장 잘 확립되어있다는 독일의 사례는 우리의 부러움을 일으킬 만하다.

독일의 학생들은 4년의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각자의 적성, 능력에 따라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3가지 방향의 2기 교육 1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2기 교육 1단계가 끝나게 된 9~10학년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김나지움 상급과정에 진학하지만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원화제도나 직업전문학교·전문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이원화제도는 독일 직업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독일에는 국가가 인정하는 직업 자격증이 약 380개 존재하는데 직업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학생은 실습장을 제공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기술적인 훈련은 실습장에서 1주일에 3~4회 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이론적인 학습과 최소한의 인문학 교육은 주 1~2회 직업학교에서 이뤄지며 훈련생들은 숙련인력 초봉의 1/3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현재 독일 고등학교 단계 학생의 약 75%는 이원화제도를 통해 교육받고 있으며 349개 직종에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이원화제도를 통해 독일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다. 자신의 능력·적성과 어울리는 일을 배울 수 있고 현장에서 직접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기업의 입장에서 이중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 서로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교육 이후 해당 기업에 즉시전력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독일이 가지는 제조업 분야의 노하우 전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유지·발전하는데도 유리하다.

독일이 이러한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경제단체, 교육부 및 관련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부분적 이익을 버리고 협력한 결과다. 주 차원에서는 운영을 위해 경제단체와 노동조합, 주 정부가 참여하는 ‘직업교육 주 위원회’가 결성되고 지역차원에서는 상공회의소와 각 협회들이 법률에 따라 지역 직업교육의 감독·자문을 맡는다.

최근에는 불황으로 인해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훈련을 원하는 학생에 비해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의 숫자가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 서비스 분야에서는 이원화제도를 선택한 사람보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도 한다.

더불어 대학을 선택하는 인원들이 적어져 기초학력과 인재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과 성공회의소 등이 중앙훈련센터를 설립, 종합적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다원화제도’를 실험하고 있다.

마이스터고, 단순한 취업전형 되지 않으려면

비록 어느 정도의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독일의 이원화제도를 통한 직업교육은 우리나라 상황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직업교육제도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 기업 역시 경험과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하고 구직자 역시 쓸데없는 스펙 쌓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독일 취업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한 마이스터 고등학교 제도를 추진해 현재 전국에 41개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운영 중이고 2017년까지 6개 고등학교가 더 문을 열 전망이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학생의 적성과 기업의 요구에 맞는 능력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 역시 일반 고등학교보다는 높은 편으로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제도다.

하지만 각종 토론회나 국정감사 등에서는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취업 자체는 보장해줄지 몰라도 취업의 질은 보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업에 입사한 졸업생들은 대졸이 아니라 고졸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게 되고 임금이나 승진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으며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들어간 경우 마이스터 고등학교에서 배운 일이 아닌 다른 부서로 배치되어 사실상 취업을 위한 전형의 일종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또 기업이 실습장과 교육을 제공하는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학교가 교육 전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 취업의 연계가 온전히 이뤄져 있다고는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관계자들은 마이스터 고등학교 내에서도 명문 고등학교를 제외한 다른 고등학교는 지속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 역시 일반 취업시장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산학협력을 높이고 임금·승진 차별을 없애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각종 프로그램과 예산 편성을 통해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취업의 양과 질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취업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검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