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그룹캐피탈 매각, 씨티은행 철수 신호탄?
한국씨티그룹캐피탈 매각, 씨티은행 철수 신호탄?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2.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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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외엔 합의 하나도 안돼, 매각완료 이후에도 파업 중
서둘러 매각·은행 구조조정, 대한민국 철수 준비하나
[사건]한국씨티그룹캐피탈 매각

작년 말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씨티은행 본사 앞에는 천막 하나가 세워졌다. 회사의 매각이 알려진 이후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조합원들은 연말 연초를 이 농성장 앞에서 보냈다. 하지만 1월 21일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매각 완료를 발표함으로써 한국시씨티그룹캐피탈은 OK캐피탈로 이름과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조합원들은 고용안정과 단협 갱신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혹자는 이것이 단순한 계열사 매각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룹 전체에 큰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노조에 일방적 통보만’ vs. ‘입장 밝히고 노조 의견 따라’

2014년, 한국씨티은행의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이 201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한국, 일본, 코스타리카 등 11개국에서 소비자금융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이하 씨티캐피탈)의 매각을 추진해 왔다.

한주명 한국씨티그룹캐피탈지부장은 “그룹에서 영업유지를 하는 계열사는 씨티그룹에 속해 있고 그룹에서 매각이나 청산 등으로 사업유지를 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씨티홀딩스로 편입되어 자산정리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한다. 씨티캐피탈은 작년 1월부로 씨티홀딩스에 편입되어 자산정리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았다.

물밑으로만 진행되던 씨티캐피탈의 매각 계획은 2015년 5월 우선인수대상자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선정됨으로써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노조 측은 “외국계 대부업체에 졸속으로 매각될 수는 없다”며 매각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매각 과정은 계속되었고 이후 10월 한국씨티은행은 노사 간 협의를 한다는 전제 하에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내용의 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안은 이후 진행된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었다. 당시 은행은 “씨티캐피탈의 정리에 대해 매각과 청산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고 10월 6일 노조의 매각 찬반투표가 부결되어 매각이 결렬됐으니, 당연히 또 다른 방법인 씨티캐피탈의 회사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노조는 “매각 금액이나 과정 등은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씨티그룹은 매각에 필요한 작업을 미리 다 진행해놓고 노조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매각논의를 진행했다”며 반발했다. 매각안 부결에 대해서도 노조는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노조가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고 매각이 되어도 그룹 내 어떤 계열사로 가게 될지, 아니면 별도 법인을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단협은 2015년 12월 29일이 만료일이었다. 매각을 반대해서 부결한 것이 아니라 매각에 대해 고용안정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결된 것이다”고 말한다. 당시 부결은 매각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부결 이후 회사의 주장과 같이 씨티은행은 청산을 통보했다. 11월 20일 씨티캐피탈 노사 회동에서 패트릭 플릭 씨티캐피탈 신임 대표 등 사측이 “씨티캐피탈에 대한 회사 측의 최종 결정은 청산”이라 통보한 것이다.

노조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며 청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주명 지부장도 “노동조합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에 있다. 그것을 위협하는 결정사항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하면 우리는 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입장은 ‘청산은 반대, 고용보장이 전제되는 매각’이다”고 당시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또다시 노조의 반대에 부딪친 사측은 “매각이 안 된다면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결정된 것은 없다. 청산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으며 다시 노조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매각은 번개같이, 나머지는 지지부진

하지만 이후 씨티캐피탈 매각과 관련한 노사관계는 대화보다 대립과 갈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 12월 1일, 씨티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아프로서비스그룹에 신용대출 자산 80%의 매각 계약을 발표했다. 이는 총 자산의 40%에 해당한다. 또한 불과 2주 뒤에는 씨티은행이 보유한 씨티캐피탈 주식 전량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주일 뒤인 21일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시티캐피탈의 인수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히면서 청산 입장을 밝힌 지 약 한달 만에 매각 종료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후 노조는 30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파업과 농성을 벌이며 투쟁 중이다.

현재 노사 간 가장 큰 쟁점은 단협 갱신과 희망퇴직 선택권, 보상 수준이다. 1월 21일 부로 매각이 완료된 상태이고 단협은 2015년 12월 29일로 이미 만료되었다. 현재 씨티캐피탈 노조는 회사의 새 주인이 된 아프로서비스에  단협 갱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규동 홍보선전국장은 “아프로서비스 쪽에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인수가 되면 노동조합을 인정받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아프로측에 단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한다. 하지만 갱신이 쉬워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아프로측이 씨티은행에 단협과 고용승계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고 이로 인해 씨티은행이 단협 갱신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협을 제외한 희망퇴직과 보상에 대해서는 씨티은행과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노조는 씨티그룹이 유리하게 매각을 진행하도록 아프로와 노조에게 정보를 왜곡하고 분쟁을 조장해 이간질을 시키고 있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고용승계가 될 경우 일정 인력은 아프로그룹 내 10개 계열사에 전환배치가 될 전망인데 희망퇴직에 대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씨티은행이 아프로의 필요인력제한 때문에 요청을 받은 것처럼 80명의 특별퇴직인원을 말해왔다. 하지만 아프로측과 대화 결과 희망 인력 규모는 정하지 않았고 120명의 인력 수준이 부담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일방적으로 씨티은행에 유리하도록 인원 수를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액수에 대해서도 씨티은행이 노조에 제시한 보상금은 지난 2014 씨티캐피탈 희망퇴직 보상금의 60% 수준이다.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노조는 “사측은 임직원들에게 지급할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배당금 미지급금만으로 기존 관행만큼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아프로로부터 매각 대금 외에 추가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해 매각 관련 직원 보상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임직원 보상 총액(138억 원)이 매각대금 프리미엄(1,200만 불)과 동일한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와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직원 선택에 따라 고용관계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잔류를 희망한다면 고용 승계와 이후 3년간 고용보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퇴사를 원하는 직원에게는 특별퇴직으로 최대 30개월 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손해 보는 장사, 대한민국 철수의 신호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매각이 이루어졌다. 사측은 “노동조합이 매각을 원했기 때문에 이후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입장변경과 일반적이지 않은 매각 속도는 의혹을 크게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매매된 신용대출 채권의 경우, 우량채권으로 평가된다면 보유만 해도 이자가 들어오는 채권이기 때문에 실제로 본 가치의 120%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2월 1일 2,130억 원 어치의 무담보개인신용대출채권을 아프로서비스에 매각하기로 했을 때 매각금액은 2,252억 원이었다. 단순 계산을 한다면 120%인 2,556억 원을 받아야 했다. 약 30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결국 무엇인가 이유 때문에 10% 이상의 손해를 보면서도 쫓기듯 매각했다는 의혹이 드는 것이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지난 11월, 씨티캐피탈의 윤영철 대표가 매각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도 씨티은행이 인수속도에 대해 조급함을 나타내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한다.

결국 씨티은행이 씨티그룹캐피탈의 매각을 통해 보여준 모습을 종합해 보면 씨티그룹이 국내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의 글로벌시장 실적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본가’ 씨티은행도 시작했다

이러한 우려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씨티은행 노동자들이다. 씨티은행은 지속적으로 몸집 줄이기를 하고 있다. 최대 250개에 이르던 점포수는 최근 134개로 줄어들었고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약 1,100여명의 직원들이 퇴직했다. 특히 2014년 6월에는 전체 직원의 15%인 650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나가게 했다. 신규채용도 거의 없다.

씨티은행측은 “희망퇴직을 하며 향후 3년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고용안정합의를 한 상황”이라 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작년 11월, 씨티은행은 전국 134개 지점을 세 그룹으로 특화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고객을 고액자산가, 개인사업자, 일반고객으로 분류해 지점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고객을 담당하는 모델Ⅲ는 주로 나이 많은 지점장을 배치하고 인력도 적게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 씨티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모델Ⅲ로 분류된 46개 점포에서는 방카슈랑스나 대출, 펀드 같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부문이 사라졌다. 결국 실적이 낮아지게 만들어 구조조정을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또한 지난 1월 26일, 사측이 정규직인 본부 부서장 53명 중 16명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미 2011년에 기업금융상품본부의 부서장과 직원 15명을 5년 계약으로 전문계약직 전환을 한 바 있다. 올해에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이 인력들은 사실상 재계약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준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28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측의 점포개편안과 본점 부서장 계약직 전환을 거론하면서 “고용안정을 흔들고 있다”며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29일에는 성명서를 내고 “본점 부서장의 계약직 전환은 성과주의 도입이 아닌, 해고를 쉽게 하고자 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노조는 2008년 노사 협의회 의결 및 합의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도 접수한 상태다. 또한 서울지방노동청과 금융감독원에 씨티그룹의 영업점 점포전략에 대해 현장실태조사를 요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씨티캐피탈노조의 농성에도 물품을 지원하고 집회에 연대참가를 하는 등의 대응도 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딱히 대화를 하거나 철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부서장 계약직 전환에 대해서도 높은 성과와 높은 보상의 측면에서 노동조합과 협의가 된 부분으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행장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경영전략을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본인은 “경쟁을 위한 전략”이라 믿고 있다고 발언해 앞으로도 씨티그룹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과거 몇 차례 구조조정을 밝혔을 때도 업계나 언론에서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 들어온 외국 금융기업이 짊어져야 할 멍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기업의 행동 하나가 불러오는 여파를 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의 ‘한국화’는 접어두고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세련된 방식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