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임직원이 주인인 회사다”
“대우증권은 임직원이 주인인 회사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2.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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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LBO 인수방식 반드시 막아낼 것
‘LBO 방지법’ 입법화, 소액주주·시민단체 연대할 것
[사람]이자용 대우증권노동조합 위원장

증권계의 ‘공룡’인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었다. KB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이자용 대우증권노동조합 위원장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산업은행에 대한 배신감, 미래에셋증권 인수방식에 대한 반대 등 대우증권노동조합의 투쟁 가운데에는 ‘직원이 일궈온 회사’라는 자부심의 위기의식이 있었다.

▲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1월 6일과 18일, 중노위의 중재가 실패했다.

“대우증권의 급여수준은 대형 증권사 평균보다 15% 이상 낮다. 복지부분도 대형증권사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그 이유는 작년까지 퇴직금 누진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회사는 지금까지 누진제를 이유로 임금이나 복지를 올려주지 않았으나 이제 누진제가 폐지되었으니 임금과 복지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의견차가 커서 중노위까지 가서 조정을 받았지만 사측에서는 구체적으로 수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로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고 이에 반해 우리가 내놓은 수준은 높아 조정을 내기 힘들었다.

더불어 단협 내에 고용안정협약을 추가하는 부분도 중노위 안건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기는 어렵고 나중에 3자 체결을 하자고 말했다. 현재 경영진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다보니 고용안정에 세부 내용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조합은 매각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몇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유치하는 방법으로 예비입찰에 참여를 했다. 사실 전략적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본 입찰은 국민공모주 방식으로 참여했다. 대우증권을 일반 공모를 해서 국민들이 청약하고 그 돈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한 다음, 투자한 국민들의 환금성을 충족하기 위해 회사 합병, 주식교환을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사주조합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장 유리한 KB금융지주에 매각되도록 노력해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사주조합을 선택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대우증권은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을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해 온 회사다. 다른 기업은 오너가 있는 반면, 산업은행이 경영에 깊이 참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주인으로 독립경영, 독자경영을 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대우증권은 직원들이 어떤 형태로든 지분에 참여해서 매각하는 것이 회사발전이나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서는 매각 과정과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같은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들어가 어떤 기준과 과정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공정성은 있는지,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참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자였던 KB금융지주 대신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다.

“KB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은 인수구조가 다르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은 LBO(차입매수)식 구조다. 인수주체가 합병주체가 되기 때문에 합병을 하면 대우증권의 지분을 통해 차입금을 갚게 된다. 결국 대우증권 내부 자금이 손실되는 문제가 있다. 이렇기 때문에 KB금융이외에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고 이런 인수방식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미래에셋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우리는 산업은행이 그렇게까지 부도덕하게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고 내부적으로는 KB금융에 매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산업은행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하려고 LBO를 용인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회사의 자금이 이 빚을 상환하는데 들어가고 대우증권의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대우증권의 돈을 산업은행이 빼간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은행이 우리에게 투자했던 금액이 1조 800억 원이다. 그 중에 2천억 이상은 배당, 로열티로 다 가져갔다. 가져가서 지금 남은 것이 8천 몇 백 억 정도인데 그 금액을 2조 4천억에 팔았다. 산업은행이 그 돈을 받을만한 기여를 했는지 의문이다.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을 창출했던 것은 지금 있는 직원들이 독자적,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이끌어 온 것이다. 그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커녕 LBO를 용인하고 회사의 부를 가지고 먹튀를 해버렸다. 정말 부도덕한 짓이다.”

 

▲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미래에셋에서는 LBO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LBO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차입형 LBO와 합병형 LBO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합병형 LBO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차입형 LBO로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합병형 LBO는 아주 부도덕한 인수방식이다. LBO는 이 회사의 자산을 활용, 조달해 자금을 상환하는 것인데 미래에셋이 빌려서 대우증권이 상환하게 되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업은행 지분에 대해 2.4조를 매입대금으로 줬다. 그런데 지분의 시가는 1.2조 정도다. 나머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이 프리미엄은 합병 이후에는 영업권으로 변한다. 영업권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경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내가 나를 경영할 수 있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부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이익으로 상쇄시켜 없어져야 하는 자기자본차감항목이다.

반대급부로 자사주가 1.2조 정도 나오겠지만 이것은 매각해야 나오는 것이고 실제로는 없어진다. 결국 산업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우증권과 미래에셋 주주들이 부담하게 된다. 원래 미래에셋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합병을 하게 되면 같이 부담해야 하는 돈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럼 1.2조의 손해 절감분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로 가게 된다. 결국 미래에셋캐피탈은 부외자산이 1.2조 생기고 합병법인은 가공재산(부채)이 1.2조 생기게 된다. 미래에셋캐피탈 주식의 80%는 박현주의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래에셋이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하는 것이라 문제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 합병할 것인데 인수주체가 합병주체가 되니 문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KB금융지주처럼 직접 인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이 빠져나가지 않으니 LBO가 아니다. 증권이 인수하니까 LBO다. 캐피탈에서 자신 있게 인수한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대우증권 자산을 활용할 수 없으니 못하는 것이다. 캐피탈이 인수한다고 했으면 2조 4천억이란 금액은 써내지 못할 것이다.

▲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원래 소액주주들은 왜 자신들이 가진 주식이 빠지고 있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우리사주조합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노동조합 카페에 올렸는데 그것을 소액주주들이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두 증권이 합병해 1조 2천억 원이 사라지게 되면 시가총액이 저만큼 사라진다. 주가가 1조 2천억 원만큼 빠져야 한다. 회사에서 1조 2천억 원이 자본과 수익에서 차감되어야 하는데 주가가 빠져야 당연하다. 문제는 두 회사를 합해 1조 2천억 원이 빠져야 하는데 미래에셋증권 쪽에서는 빠지지 않게 관리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우증권이 모든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 LBO로 인한 주가 하락 때문에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고 그것을 안 이후에 합병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고용안정과 관련해서 미래에셋 주장은?

“지금 미래에셋이 언론에는 구조조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고용안정이라는 것은 내가 단순하게 회사에서 일하는 여부 이상이다. 원하지 않는 발령을 통해서 알아서 나가게 하는 것도 구조조정이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첫 번째, 인사라든가 지점통폐합이라든가 하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한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향후 인력에 대한 미래에셋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말로만 고용안정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조건 아래 법적 구속력을 갖출 정도의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한 이후 부당노동행위가 12건 접수된 회사다. 그 이야기는 노사 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길 경우 제제할 수 있는 확실한 약속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계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접촉하지는 않고 있다.”

▲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예상되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중복되는 사업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다른 분야로의 업무전환이 예상된다. 본사 같은 경우는 중복업무부분에 대한 직군전환 위험성이 있고 지점 같은 경우는 원격지 발령이나 지점통폐합에 대한 이슈가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그런 협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했을 때 나타난 부당노동행위 중 대표적인 것은 임원들을 이용해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을 탈퇴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대우증권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노조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그런 노조탄압이 진행된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에 특히나 더욱 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불안감이 심할 텐데

“크게 직군이 변화한다든가 영업환경이 변화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직원들은 그 부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고 두 번째는 미래에셋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재무적인 안정성 등을 봤을 때 대주주로서 지금의 구조보다 열악해지기 때문에 불안해한다.

세 번째는 회사의 인수구조에 대해서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회사가 부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들어와서 대우증권이라는 우량 회사를, 어떻게 보면 대주주보다 가치가 높은 회사에 대주주로 들어와 회사 자산이 유출될 가능성, 예를 들어 대우증권 자산을 유용해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변화한다든가 미래에셋 생명 지분을 취득하게 한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한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주인인 회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직원들에게 누가 대주주가 되던 우리 직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는 소액주주와 연대해 사외이사진을 추천하는 방식을 생각중이다. 노동조합은 직원들을 대변한다. 단순히 독립경영, 독자경영, 자율경영 이런 문구를 떠나 대주주가 아닌,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도 전폭적으로 믿고 있다.”

 

▲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앞으로 매각 반대를 위한 투쟁방향은

“우선 국회 정무위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총선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금융기관에 있어서 이러한 LBO식 방법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고 그것을 법제화하려고 설명중이다. 국회 대상으로 입법토론회를 요청하고 금융기관에 있어서의 LBO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알리고 있다. 전에 이종걸 최고의원을 만났는데 이러한 사건에 대해 이해를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더라. 정무위가 금융위를 관할하기 때문에 입법화작업이라든가 금융위 대주주 적격심사때 제대로 심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물리적으로 금융위에서 대주주 적격심사를 할 때 직원들이 소액주주와 연대해서 어떤 방식이든 물리적인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쟁의방식은 구체적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핵심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LBO식 구조를 저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분의 해결에는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종 시민단체와 연대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