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귀 기울일 것”
“현장의 목소리 귀 기울일 것”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2.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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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이후 조합원 상실·불안감 커
임단협 타결 중요하나 조합원 목소리가 우선
[사람]박태완 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 지부장

2013년, LIG그룹은 CP사기사건으로 총수 일가가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피해자 보상을 위해 그룹은 대표 계열사였던 LIG손해보험을 내놓게 되었고 2015년 6월에 LIG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에 인수됨으로서 일단락되었다. 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KB손해보험의 직원들은 매각의 여파가 남아있는 듯하다. 혼란 상태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가운데 새로 취임한 박태완 KB손해보험지부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이번 선거에서 찍퇴교육 철폐, 임단협 조기 타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약 3년 전, 저성과자 교육 문제가 있었다. KB금융지주로 인수가 되니 직원들은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을 다시 시행하는 게 아닌가하는 고용불안의 걱정을 하고 있다. 찍퇴교육이라는 것은 직무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다. 대상을 괴롭히고 모멸감을 주려는 교육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계속 전산만 누른다든가 매일 평가를 따로 하는 식으로 괴롭혀 퇴직하게 만든다. 이런 프로그램이 회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직무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괴롭혀서 그만두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매각 때문에 불안해 하는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찍퇴 철폐를 내걸었다.

임단협의 경우, 아직 15년 임단협이 끝나지 않았다. 매각과정 때문에 14년 임단협이 늦게 끝났고 15년이 진통을 겪던 도중에 노동조합 선거가 시작되면서 늦춰졌다. 1월 19일부터 다시 임단협을 시작했는데 가급적이면 빠르게 마무리 짓고 2016년 활동을 하고 싶다. 두 가지를 조합이 다 잘하면 좋겠지만 어쨌든 매각과정에서 이전 집행부가 집회라든지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많이 했는데 현장에 대한 소리는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인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고자 공약으로 넣게 되었다.”

임단협 타결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LIG손해보험이 매각될 당시, 묵묵히 일해 온 직원들은 매각위로금을 받지 못했다. 구씨 일가가 마땅히 지급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받지 못했고, 그것에 대한 상실감이 큰 상태다. 더불어 이익이 많이 났지만 미국지점 손실을 메우기 위해 대부분이 재투입되었는데 직원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고 회사는 공동책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매각위로금을 받지 못한 점, 매각과정에서도 묵묵히 일했던 점, 경영진 잘못으로 인한 미국지점 손실에 대해 상당한 임금측면의 보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전 집행부는 총액 6% 인상, 당기순이익 30% 배분을 요구했고 회사는 2% 인상을 내놓은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손보업종 임단협을 보면  동결 아니면 2%대 인상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은 기본급 부분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타결을 보려면 PS(이익배분성과금) 부분을 더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을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회사는 임금피크제까지 같이 하려고 한다. 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금융지주나 손보 업계 상황을 참고해 전체적인 매각과정, 이익이 많이 났음에도 손실 때문에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조기타결을 하면서도 임단협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매각부터 경영성과평가 과정을 거치면서 허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조합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분명 조기타결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전과 똑같은 형태로 합의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금 회사에서 들고 나오는 제시안을 합의할 수는 없다.”

매각 이후로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KB금융지주와 화학적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은 요즘 혼돈 상태에 있다. 소소하게는 모든 것에 노란색이 들어가야 한다든지, 장표 하나부터 KB화되었다. 이번에 인사발령이 있었다. 양종희 사장이 내정되고 그 다음에 카드사 부장이 상무로 넘어왔다. 지주에서는 주요 부서에 지주출신 부서장들을 앉힌 상태다. 이렇게 KB금융지주의 문화를 심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이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고 익숙해져 있는데 다른 사람이 오고 문화가 바뀐다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과도기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조합이 처음 시작했으니 낙하산 인사라든가 하는 부분들에 대해 금융지주와 관계설정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번 대규모 인사발령이 두 번 난 시간이 오전 10시였다. 부서장 발령을 한번하고 직원도 발령했다. 10시에 발령을 낸다는 것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인사발령이 난다면 전문성도 있으니 보상 쪽에 있는 사람들은 영업 쪽에 잘 안 보냈고 본사 스텝 했던 사람들은 현장에 나가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임원이 되려면 영업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해서 발령을 많이 했다. 원격지 발령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 인사부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인원들을 인사하려다보니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올해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집행부를 맡으면서 3년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KB손해보험지부가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손해보험 업종은 손해보험끼리 비교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지주 계열사들이라 해도 상황이나 여건이 다 다르다. 금융지주에서는 계열사들을 평준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할 텐데 특히나 성과연봉제 도입은 내가 집행부에 있는 동안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작년에 임단협을 할 때, 5년 동안 고용을 보장한다는 고용안정협약서에 합의했다. 협약서를 위반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KB손해보험에 구조조정문제는 내후년 이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금융지주는 우리 회사를 액면가의 두 배 정도 돈을 주고 인수했다. 금융지주는 손익 생각이 당연히 들 것이고 매출을 올리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종희 내정자와 만났을 때는 금융지주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것이 위원장 혼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 인식을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현장과 숨 쉬며 위기라고 느낀다면 강하게 나갈 것이다. 매각 당시 보여줬던 단결력은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보고 위기가 다시 도래한다면 내용들을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인식시키고 조합원과 함께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