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으로 치닫는 사무금융 내부갈등
극으로 치닫는 사무금융 내부갈등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3.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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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극한 대립, 감정의 골 깊어
민주노총, 빠르고 정확한 갈등해결 필요
[사건]사무금융연맹-노조 갈등

지난 2014년 이후 사무금융연맹과 사무금융노조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2015년 내내 이어진 갈등은 올해 1월 사무금융노조가 연맹의 조건부 탈퇴를 결의하고 이에 사무금융연맹이 노조를 제명하기로 결정하며 극으로 치달았다.
민주노총은 2015년 중반부터 이러한 내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무금융 갈등조정 TF’를 만들어 9차에 이르는 중재 노력을 해왔지만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모두들 ‘이 문제로 인해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고 해결은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전국농협노조 산별전환 문제가 원인

사무금융연맹(이하 연맹)과 사무금융노조(이하 노조)가 이러한 갈등을 빚게 된 데에는 전국농협노조와 관련된 오래된 갈등이 배경으로 존재한다. 전국농협노조는 지역농협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소산별 노동조합이다. 지역노조로 출발한 농협노조는 1999년 소산별 노조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연맹에서는 2011년, 대산별 전환을 내세우며 산별노조인 노조를 출범시켰는데 이후 농협노조에서 산별 전환을 하려는 몇몇 지역본부장과 이에 반대하는 농협노조 간에 갈등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어 2012년 초 산별전환을 하려는 지역본부장들에 대해 당시 박조수 연맹·노조 위원장이 노조로의 가입을 승인하게 되면서 가입을 승인해야 한다는 측과 해서는 안 된다는 측에 연맹과 노조 조직이 각각 동조하게 되어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맹 대의원대회가 몇 차례 연기되고 폭력사태까지 일어나게 되자 문제는 민주노총 규율위원회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규율위를 통해 “이중가입은 특별한 상황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산별 전환 역시 기존 노조 총회 결의에 따른 조직전환 방식이 일반적으로 일부 인원의 개별 가입방식은 조직 갈등과 분열의 소지를 만든다”고 말하며 사무금융노조로 개별 가입한 조합원에 대한 원상복귀와 민주노총 조직갈등조정단 주최의 공개토론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율위의 결정이 운영규정상 민주노총 중집에 보고된 이후 통보되어야 하는 절차를 위반하는 문제가 일어나며 결정 자체가 취소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2013년 12월, 박조수 연맹 집행부가 위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농협노조가 4인의 지역본부장을 제명하며, 이들의 노조가입을 용인하는 식으로 문제는 잠시 수면아래 잠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갈등의 씨앗이 될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노조는 이 문제가 전대 집행부가 사퇴한 것으로 일단락됐다는 입장이다. 2014년 9월 이전까지 산별에 가입해 투표권도 행사하고 조합비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해왔는데 지금 와서 문제삼는 것은 연맹의 세력 약화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반면, 연맹은 그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해당 인원이 노조에서만 활동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을 노조가 지역본부장으로 위촉해 연맹 차원으로 다시 끄집어낸 것은 연맹 지도부를 와해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지역본부장 선출로 다시 불씨 ‘활활’

1년이 지난 2014년 9월, 4명의 농협노조 인원들이 지역본부장으로 인준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조직 내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연맹의 규약에 의하면 산별노조의 지역본부장은 연맹의 당연직 중집위원, 중앙위원이 된다. 10월, 노조는 연맹에 지역본부 설치 공문을 보냈고 연맹은 4인의 지역본부장은 농협노조에서 제명된 자로 복권 전에 중집위원, 중앙위원의 배정이 불가하며 지역본부 설치에 대한 재논의를 요청했다.

노조는 지역본부 건설안이 중앙위에서 승인될 때 까지 연맹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구체적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연맹은 2014년 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지역본부 설치는 연맹과 노조 각 2인이 TF를 구성해서 논의하기로 했는데 노조가 일방적으로 지역본부를 추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후 노조는 연맹 중집에서 연맹이 규약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 측 입장은 판이하게 달랐고 결국 노조가 2015년 1월 중집과 중앙위, 지부대표자회의를 통해 연맹의 모든 회의와 주관 행사, 사업, 포상 등을 모두 거부하고 연맹 사업장 방문을 자제할 것을 결의하는 등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2015년 연맹의 정기대의원대회는 성원미달로 인해 유회되었다. 재적대의원 194명 중 의사정족 수 98명에 미치지 못한 52명의 대의원만이 참가했다.

노조측의 주장에 따르면 회의 거부를 한 이유는 이렇다. 노조측에서는 처음 규약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당시 연맹 중집에 참여해 이에 대한 지적을 했으나 구성원들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이윤경 연맹 위원장이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겠다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자세변화가 없으며 당연직 성원을 인정받지 못해 적법하지 못한 회의라 더 이상 회의를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회의 거부를 선언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연맹은 회의에서 논의 상 문제가 있다고 해도 조직 내부에서 절차에 따라 풀어야 할 일을 밖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한다. 노조 인원수가 연맹 이상이고 결국 중앙위나 중집 의결정족수 상 노조 인원이 많아 회의에 불리한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 문제를 가지고 나간 것은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중요한 규약위반이라는 것이다. 연맹 측도 노조의 사업, 회의거부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을 시작했다. 2015년 6월 연맹이 노조 사무처에 파견한 3명의 간부에 대해 복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연맹의 임명직 중집위원 중 산별노조 출신 위원 5명에 대해 전화로 해임 통보를 했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논의는 감정싸움으로 번져

이렇게 조직 내부의 갈등이 큰 문제가 되는 동안 민주노총은 무엇을 했을까. 규율위를 통한 해결이 오히려 문제만 일으킨 뒤,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민주노총은 간담회를 열어 양 측 임원들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후 민주노총은 6월 18일 8차 중집에서 조직갈등조정단은 조직 간 갈등을 다루기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이 문제인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사무금융 조직갈등 조정 TF’를 구성해 대화할 것을 권고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각 조직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가 있어야 함을 주문했다. 하지만 12월까지 9차에 이르는 TF 논의를 했음에도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할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연맹이 파견사무처 간부 3명에게 복귀를 정식으로 명령하고 농협노조에서 징계당한 전주분회를 노조가 가입인준을 하면서 갈등이 더욱 얽히게 되었다.

노조의 이한진 사무처장은 “민주노총 임원들에게 민주노총의 여러 사례를 볼 때 밖으로 문제를 가져와서 효과적으로 해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양 당사자들이 대화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연맹이 먼저 내부문제를 밖으로 가져갔다고 말한다. TF과정에서도 사무처 복귀명령 철회나 당연직 여부의 민주노총 법률원 판단 수용 등 중요한 민주노총 중재에 대해 연맹이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연맹 이형철 부위원장은 “중재는 양 측 중 일방이 거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TF문서나 결정사항은 모두 비공식문서로 서로 이용하지 말자고 했다. 문서만 가지고 보면 행간은 날아가는데 그것을 가지고 연맹이 잘못했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말한다.

2015년 12월 10일 연맹이 중앙위원회에서 노조에 대해 ▲산별교부금 삭감(1인당 1,500원에서 70원) ▲파견사무처 간부 복귀 재확인 ▲산별노조 지역본부장의 당연직 중집·중앙위 성원 자격없음 확인 ▲차기 회의에서 노조의 징계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노조는 “사실상 노조를 고사시키려는 행위”라 강력하게 비판하며 중앙위원회에서 연맹의 마화용, 이형철 부위원장과 김호정 사무처장을 산별에서 제명결정을 했다. 또한 2016년 1월 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연맹의 조건부 탈퇴를 결의한다. 연맹 역시 2월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노조를 제명 결정하며 결국 이 사건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규약 지켜야’ vs.‘내부기구 통해 논의 우선’

연맹과 노조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노조는 일단락이 된 사항에 대해 연맹이 규약을 지키지 않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별 전환으로 인한 연맹의 영향력 약화 때문에 이러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노조사태의 해결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이윤경 집행부가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산별노조인 전국협동조합노조를 출범하는 것에서 대산별 전환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맹은 이러한 갈등은 내부의 기구를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의결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면서 연맹의 사업과 회의를 거부하는 등 논의기구 밖으로 나간다면 이는 분명 조직질서를 크게 흔드는 중요한 문제행위라는 입장이다. 연맹은 모든 문제 해결 노력에 앞서 노조가 연맹의 회의와 사업, 납부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거의 1년 반 가까운 갈등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의 이견은 막판에 논의를 틀어지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더불어 하나 둘씩 쌓이는 조치들과 요구들은 사실상 대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제명 결정 이후 연맹과 노조는 앞으로 있을 민주노총의 중집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조직갈등에 대한 대처능력에 대해서는 모두들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 갈등 해결 성과 미진해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사무금융 내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2013년 규율위원회부터 지금의 TF에 이르기까지 총연맹의 노력은 그만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9차례에 걸친 TF에서 민주노총은 우선 문제가 되는 사무처 복귀 철회나 총파업 기급의 연맹 경유 납부, 쟁점 사안에 따른 법률원 판단 등의 제안을 하기는 했으나 구속력 없는 단순 제안에 불과해 노조와 연맹에게 단순한 논의의 장을 만든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노조와 연맹은 모두 민주노총의 중재에 있어 얼마간의 아쉬움을 피력했다. 노조는 일단 중재를 하기로 했다면 문제를 모호하게 끌기보다 리더십을 발휘해 어떤 방식이든 결과를 만들어주기를 바랬다. 연맹 측은 일방의 요구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양측 모두 민주노총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권한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안 아쉬움이 컸다고 말한다.

사실 조직갈등에 대해 민주노총은 문제의 빠른 해결보다 절차나 대화에 방점을 두었고 이는 오히려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경기본부의 선거가 문제가 되었는데 해결을 위해 중집에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많은 산하 조직을 거느린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총이 내부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기구와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노조와 연맹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정도까지 번질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모두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서로에 입장에 감정이 섞이니 노조와 연맹 간 문제는 일반적인 대화로 풀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모두들 단시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로 거짓 없이 각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고 민주노총이 강한 리더십을 통해 합의를 이끄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