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서비스는 ‘노동시장의 사다리’
고용서비스는 ‘노동시장의 사다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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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선도한 공공기관의 롤모델, “조직문화부터 바꿔”
사회갈등 봉합·경제활성화, 고용서비스의 미래는 무궁무진
[기획]한국고용정보원 10주년 특별기획

고용정책의 핵심 업무(고용서비스 지원, 진로교육, 전산관리 등)를 실제 담당하면서 조사, 분석, 연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이 특징인 한국고용정보원이 2006년 3월 설립된 이래 개원 10주년을 맞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개원 10주년을 맞는 한국고용정보원과 고용서비스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양질의 고용서비스 제공을 위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주요 사업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발 맞춰 그동안 어떻게 변모해 왔습니까? 특히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을 기울이셨던 변화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한국고용정보원은 2006년 3월 개원 이후, 사람과 일자리를 이어줘 ‘모든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사례를 살펴보아도, 한국처럼 국가 고용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또 거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선 고용센터를 비롯해 전국의 고용·훈련센터를 지원하는 기관이 있는 곳은 드뭅니다. 온라인 서비스와 오프라인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하는 곳도 없고요.

한국고용정보원은 개원 후 10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고용서비스인 ‘워크넷’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고용 포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밖에 각종 전산망 운영 서비스나 시스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는데, 그 중 모바일 서비스 부문은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이런 발전을 토대로 앞으로도 고용정보원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해지리라고 봅니다.

그 변화의 중심은 크게 세 갈래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서비스의 성격과 질이 탈바꿈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워크넷 등 고용정보시스템은 이미 차세대 사업을 통해 수요자 중심 사이트로 거듭난 좋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 워크넷, 2014년 일모아시스템과 고용보험전산망,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HRD-Net이 그 체계를 잡았습니다.

고용정보원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결과물을 내는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보고서의 활용도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신직업 발굴, 대학전공별 인력수급전망, 생애주기별 진로지도프로그램 개발이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개선 지원, 정부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 제시 등의 내용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되는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2015년 말에는 워크넷 누적 다운로드 3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일자리정보를 검색하고 입사 지원 가능하고, 고용보험 민원 처리나 직업훈련 수강 관리 등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결국 최근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 정보의 융합·분석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용정보원이 ‘노동시장 신호등’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합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이를 위해 조직 내부에서부터의 혁신도 강조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두셨고, 그동안 변화된 모습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처음 고용정보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1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하지만, 고용정보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조직의 미션 차원에서 봤을 때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조직문화와 관련해 문제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정보 시스템의 운영과 연구기능 간에 시너지 효과보다는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로 인한 갈등도 누적돼 있던 상황이었고요.

예를 들면 각종 전산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고용정보원은 방대한 정보가 관리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정보가 정작 연구 파트에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정보화 파트에서 일하는 이들과 연구 파트에서 일하는 이들이 서로 칸막이를 치고 있는 경우이지요. 서로 상대방의 일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따로 노는 조직에서 일하는 데 신바람이 나긴 어렵겠지요. 업무도 타성에 젖게 되고, ‘정부가 시켜야만 그제야 움직이는 기관’ ‘내부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기관’이라는 오명도 듣고 말입니다.

원장 취임 행사를 거창하게 가질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구성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전 직원들이 한 데 자리하기도 어려워서 당시 구내식당에서 최대한 많이 의자를 깔아놓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가 진단한 고용정보원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는 방식으로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어요. 거기서 도출된 결론을 가지고 그해 사업계획을 수정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미션은 무엇인가,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길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터놓고 이야기해 보는 게 가장 중심이었습니다. 조직 내에서 갈등이 심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때문에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요. 그로 인해 정부에 제대로 된 위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점도 있었습니다.

구태의연한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은 게 아니라, 이처럼 현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키는 부분이 주요했다고 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그동안 역사를 돌아볼 때 기관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공무원 문화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공공기관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는데,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살려보자는 취지의 말을 했어요.

그동안의 분위기가 소위 ‘말하면 손해 보는 문화’였다면 앞으로는 ‘말 안 하면 손해 보는 문화’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든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알고 일하자’ ‘일하는 직원이 누구보다 돋보여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직원들이 잘 받아들였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조합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인사 및 평가 시스템의 투명화, 저성과자 관리체계 구축 등을 정비한 것도 중요한 혁신이라고 봅니다. 

내부 혁신TFT를 구성해서 구성원들 스스로가 도출한 문제점과 더불어,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도움을 받은 진단 등을 합쳐서 ‘제 2의 개원’이라고 부를만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사실 개혁이라는 게 시키는 걸 뒤따라간다면 몹시 괴로운 거예요(웃음). 하지만 선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우리가 먼저,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이를 수용한 내부 구성원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죠.

점차 조직 내 소통문화가 개선되면서 침체됐던 분위기가 되살아나니 자연스레 성과도 뒤따랐습니다. 최근 2년 사이엔 대외적으로 24개 부문의 수상을 하기도 했으며, 공공기관에선 최초로 한국 경총이 주관하는 한국노사협력대상을 지난해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학자로서의 그동안 연구경험이나,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업무와 연관되어 한국의 노동시장을 바라볼 때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십니까?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있고, 서로 다른 층위 간에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구분이 이제는 아주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과보호되고 있으며, 이제는 일종의 특권처럼 매우 경직돼 있습니다. 그에 반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는 고용불안과 차별로 고통을 받고 있지요. 이는 결국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히 ‘일자리 질의 하락’이 문제라고 봅니다. 일자리의 질은 고용 안전성, 소득 보장성, 근로시간 적절성, 사회적 보호의 적정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지난해 8월말 기준)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규모는 627만 1천 명으로 2014년보다 19만 4천 명이 증가했습니다. 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이 269만 6천 원이라고 하면 비정규직은 146만 7천 원으로 122만 9천 원의 차이가 납니다.

또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36.9%(2014년 대비 -1.5%P), 건강보험 43.8%(-0.9%P), 고용보험 42.5%(-1.3%P)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2015년 12월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2014년 기준) 2,057시간으로 멕시코(2,327시간)와 칠레(2,064시간)에 이어 3번째로 깁니다.

최근 자주 들리는 ‘흙수저’ ‘헬조선’과 같은 신조어들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시장 안에서 각 층위를 오르내릴 수 있는 ‘사회적 사다리’의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표현 같습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구체적이고 맞춤형이며, 현실적인 고용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아울러 외국의 고용서비스 지원 등과 비교해 볼 때 한국고용정보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개인 맞춤형 고용복지 서비스 제공의 필수 조건은 전문 역량을 갖춘 고용서비스 종사자를 대폭 확보하는 것입니다. 공공고용서비스의 경우 중앙부처 간,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전달체계가 복잡하고, 담당인력의 절대 부족과 전문성 미흡 등으로 인해 맞춤형 고용·복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곤란한 상태입니다.

지난 2005년 이후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추진해왔지만, 공공고용서비스 종사자 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아무리 좋은 고용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일선 현장에서는 병목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 사례와 비교를 해봐도 차이를 알 수 있는데,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공고용서비스 종사 직원 수가 크게는 선진국의 1/20에서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서비스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 종사자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 고용서비스 종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은 부족합니다. 또 순환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미흡하지요. 얼마 전 출장 차 다녀온 일본의 경우, 올 4월부터 커리어컨설턴트를 국가자격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데, 참고해볼만합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온라인 고용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고용서비스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프랑스가 모바일 워크넷을 벤치마킹하기를 원해서, 지난해 3월에 서울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워크넷, HRD-Net,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 등은 모바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모바일 서비스는 다른 선진국에선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2014년 9월에는 미주개발은행(IDB)이 15억 원 가량의 협력자금을 투자해 고용노동부와 고용정보원에 중남미 10개 국가를 대상으로 ‘워크넷 개발 컨설팅’을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는 페루, 브라질, 바하마, 바베이도스를 1차 협력국가로 지정해 협력 사업을 추진했으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워크넷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