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약속과 자신감을 복원하겠다’
‘노동조합의 약속과 자신감을 복원하겠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3.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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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인수 후 ING생명은 180도 다른 곳
조합원 고용안정, 좋은 인수사가 매각 핵심
[사람]이기철 사무금융노조 ING생명지부 지부장

2012년, ING생명의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ING생명 노동조합은 매각과 관련해 144일의 장기 파업을 했었다. 이기철 지부장은 그 가운데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지부장은 다시 돌아왔다. MBK가 매각을 결정한 어려운 상황에서 이 지부장은 “1기 노동조합의 약속과 자신감을 복원하고 고용보장을 지켜내겠다”고 말한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ING생명지부 지부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이번 지부장 선거 공약은 무엇인가?

“내가 초대 지부장을 하는 동안 단협도 꽤 내용 있게 만들었고 조합원들도 많이 가입해 노동조합이 많이 활성화되었다. 그 가운데 매각이라는 이슈가 있었고 파업도 하게 되었는데 파업 이후 집행부가 바뀌게 되면서 노동조합 활동이 어느 정도 저하된 측면이 있었다.

일단 수적인 측면에서 천여 명 직원 중 830~40명이 조합원이었는데 3년이 지난 현재는 전체 800여 명 중 540명 정도가 조합원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근로조건 측면에서도 개인 평가에 따라 어느 정도 성과급을 통해 차등을 두고 있었는데 기본급을 연동시키게 되었고. 협정근무자를 단체협상으로 더 내줬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당시 단협의 내용을 그대로 지키라는 것이 주요 공약이었다. 그 중에서 육아휴직문제와 평가 문제가 핵심이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고용안정을 지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지난 2년 동안 회사는 인사를 제멋대로 휘둘러왔다. 심지어 부서발령의 경우 3년 동안 6~7번 이상 발령이 난 경우도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수세적으로 당하게 되어 이전보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조합원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 또한 주된 공약이었다.”

MBK인수 후 지금까지 ING생명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그 전에 조합원들이나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했던 것과 MBK가 들어온 다음 3년은 180도 다른 상황이었다. 일단 매각 이전 ING생명은 전형적인 외국 기업이었다.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능력과 성과를 강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것에 반해 MBK로 대주주가 바뀐 후는 인사문제가 많이 불거졌다. 예를 들어 언제든지 발령을 내고 쉽게 조직개편을 하는 가운데 자기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서서히 증폭되었다.

그 과정에서 2014년 대량의 희망퇴직이 있었다. 우리 임직원 1,000명 중 200명이 나갔다. 혹자는 다른 국내사들은 그것 보다 더 한 곳도 많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이 특히 문제였다. 한 사람당 면담을 5~6회 이상 하면서 대놓고 ‘당신은 여기에서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상담 중 쓰러지는 사람도 몇 명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간 가져왔던 인간적인 관계나 문화가 깨지게 되고 알게 모르게 불신도 생기면서 임직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매각 이전에 가졌던 자신감은 그 전의 것일 뿐이고 노동자들이 수세에 몰리게 되면서 회사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더 한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기업이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강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

“사실 성과에 대해 가슴 아픈 것은 우리가 상대평가라는 것이다. 1에서 5까지 평가를 했을 때 10%는 하위 4,5를 받는다. 이것을 회사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정부의 행정지침이 내려오면서 이 하위에 속하게 된 사람들은 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마음에 안들면 찍어서 평가를 주는 경우도 있다 보니 성과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사모펀드의 본질아 기업을 싼값에 사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라 한다면 재매각을 위해 어느 정도 실적이 나와야 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것이다. 그래서 MBK는 그런 CEO에 대해 굉장히 후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CEO가 회사의 미래성장보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실적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다. 실적이라는 것은 전년도에 2,000억 흑자를 냈고 올해 3,000억을 냈다고 해서 그 회사가 반드시 좋아졌다 볼 수 없다. 보험회사는 영업에 대해 그만큼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면 이익 자체는 많이 나는 구조다. MBK가 그런 면이 있었고 겉으로 당기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이러한 성과가 과연 미래지향적인지 모르겠다.”

처음 금융위에 MBK가 2년간 매각,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시한이 지났다. MBK가 ING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는데?

“금융위에 그렇게 약속을 했고 임직원에게는 3년간 고용안정을 보장한다고 단협을 승계했다. 실질적으로 3년은 고사하고 2년 시점에서 말이 희망퇴직이지 강압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한 부서장은 하루아침에 직위해제하고 책상을 복도로 빼버리는 일도 당했다. 약속을 지켰다고는 볼 수 없다.

이미 약속 시점이 경과했고 매각을 하려 할 것이다. MBK 사정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 여러 기업에서 매각에 문제를 겪고 있고 매각대금에 대한 이자상환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올해 매각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매각은 아무도 모른다. 이전에도 그랬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처를 하는 것이 맞다 본다. 아무것도 근거가 없는데 거기에 대해 대응한다는 것이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매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조합과 조합원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라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또한 매각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대해 노동조합이 반대를 할 수는 있는데 그것을 인위적, 물리적으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성이 심각하다면, 기본적인 고용마저 뒤흔드는 경우라면 노조는 죽기살기로 투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