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IT는 지원부서?
아직도 IT는 지원부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3.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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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구조개혁, 일단락 됐지만…
코스콤 설립 취지 맞게 권한 부여돼야
[사람]송재원 코스콤노조 위원장

거래소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자회사(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코스콤 등)를 두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자본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일단 유보되었다. 조직개편으로 인한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로 자본시장 구조개혁 논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코스콤 노동조합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송재원 코스콤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DB

상황이 일단락된 거라고 보아야 하나?

“당선되고 직후부터 바로 해당 사안에 뛰어들어 정신 없이 보냈다. 아주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불씨가 남아 있다고 본다. 당선되고 바로 현안 해결을 위해 뛰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어서 문제가 많았다.
좀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자면, 코스콤이라는 조직을 대체 왜 만들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설립 배경 자체가 자본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산기능을 집중화 한다는 차원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그 설립 취지를 살리는 역할을 가져가기 위해 코스콤에 어떤 권한도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거래소나 예탁결제원 같은 경우엔 법적 근거를 토대로 권한이 생기지 않나? 하지만 코스콤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법적으로 보장 받고 있는 게 없다.”

거래소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거에 대한 불안감이 그런 것에서 출발한 건가?

“자본시장 구조개혁의 이해당사자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이렇게 세 개의 기관이다. 논의과정에서 예탁결제원은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인정받았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남았는데 금융위는 거래소하고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래소가 코스콤의 입장 수렴 없이 금융위에 코스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해당사자인 코스콤은 의견을 전혀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내용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코스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거래소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나 질문/답변 가운데 코스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부분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사업권을 지주회사에 편입시키겠다고 하는 내용이다.

지주회사가 스스로 사업권을 가지고 통제권을 행사하면 자회사 입장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가져가려는 사업권 자체가 우리 회사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을 그쪽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IT에 대한 자산관리기능, IT인프라, 출입통제권한, 상황실, 관제실에 대한 관리 권한을 거래소가 갖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제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 시스템 접근을 하더라도 거래소에 승인을 받아야 하고 통제를 받으며 일을 하면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권한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정보 사업권도 지주회사에서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회사 수익사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라 수익구조면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코스콤에 대한 통제권을 더 강력하게 가져가는 것과 코스콤의 수익구조를 더 악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코스콤은 거래소를 위한 조직이 아니고 자본시장을 위한 조직이다. 자본시장의 IT를 담당하고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거래소와 관련된 IT뿐만 아니라 모든 증권사에 대한 IT를 코스콤에서 공동망이라는 전산망으로 전담을 했었다. 지금도 중소형 증권사는 우리 쪽의 지원을 받는다. 그 외에도 증권투자협회에서 위탁한 5개 시스템의 유지보수 개발을 20년 넘게 하고 있고, 외국인한도 시스템에 대한 개발, 위탁관리도 25년째 하고 있다. 그런데 거래소가 원하는 사업들을 내줘가면서 그 구조 속으로 들어가야 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논의과정에서 코스콤이 제외됐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마지막의 상황이 두 조직의 대표가 일종의 합의를 만들어낸 부분이다. 지금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다시 지주회사 출범 논의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같은 구조로 반복될 우려가 있다.”

 송재원 코스콤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DB

왜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라고 보나?

“자본시장 구조개혁이라는 말 자체를 두고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한테 가장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 아닐까? 의미는 그런데, 실상 정책이 추진되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지금 개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내용을 보면 실상 지금 유지되고 있는 기존 틀은 그냥 둔 상태에서 개혁을 하겠다는 거다. 지주회사만 띄우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말한다.

자본시장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IT서비스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어느 조직에서든 IT 부문은 늘 중심에 들어 있지 않다. 후선 업무고, 지원 업무고, 낮춰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금융위 관계자와도 분명히 얘기를 했다. 외국의 제도를 베껴 온다고 치면, 그것 자체는 일주일도 안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 제도에 맞는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게 실정에 맞는지 검토하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런 검토가 논의 과정에서 병행되어야지만 시행착오가 줄어들 거다.우리는 충분히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행정고시 출신인 금융위 관계자들은 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들으면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이래서는 당초 개혁의 목표인 '기능 중심의 개혁'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