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노총’ 투쟁으로 돌파할 것
‘위기의 민주노총’ 투쟁으로 돌파할 것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3.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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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지부지된 총파업, 투쟁동력 충분치 못한 것 사실
총선공투본 각 주체별 후보 통해 새누리당 심판
[사람]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말은 처음이 아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의 이른바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지난 한 해에만 네 차례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총파업‘대회’로만 끝나면서 일찌감치 조직력에 대한 의문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한상균 위원장은 일찌감치 수배돼 발이 묶여 있다 결국 임기 1년을 못 채우고 구속 수감됐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국회에서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그것을 놓고 오롯이 민주노총의 성과라고 할 것인지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토록 어수선한 시기에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짊어진 짐은 무겁기만 하다. 총선공투본이 막 활동을 시작한 무렵,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났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정부·여당의 이른바 ‘노동개혁’에 대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민주노총의 투쟁을 간략히 평가하면?

“지난 한 해 민주노총은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비정규직 확산 등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바쁘게 싸워왔다. 쉼 없이 싸워오면서 국회 노동개악법 연내 입법을 일정 정도 저지시킨 점은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어이 정부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총파업 투쟁동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양대 지침이 현실화되고 사업장에 강요되는 상황에서, 그것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도록 공동 임단협 방안과 지침을 마련해 현장투쟁을 해 나갈 생각이다. 또한 현장투쟁을 바탕으로 오는 6월 시기집중 총파업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4·7·9·12월 총 네 차례에 걸쳐 총파업대회를 열었고,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대회에도 참여했다. 계속되는 ‘상경투쟁’으로 인해 현장에서 피로감을 호소하지는 않나?

“정확하게 횟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많은 상경투쟁이 있었다. 비록 상경투쟁이 위력적이지는 못했지만 조합원 동지들이 총파업이든 총궐기든 복무하려고 최대한 조직했고, 노력했다. 물론 거기에 따른 피로도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개악 저지라는 절박하고 절실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피로도가 문제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양대 지침이나 국회에 직권상정을 겁박하는 파견법 등의 법안들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피로감을 이유로 투쟁을 비켜가야 한다고 보지는 않을 거다.

또한 상경투쟁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 이런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거다. 반면에 사업장에 파업투쟁이 힘차게 용솟음칠 때에는 지역에 집중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전 지역에서 상경투쟁 하는 조직들이나 조합원들의 부담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역에서 오시는 동지들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서 상경투쟁 와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상경투쟁으로만 하지 않고 지난해에도 적절하게 지역 동시다발 투쟁을 배치했다. 이번(2월 28일)에 열리는 4차 민중총궐기는 서울 집중이지만, 다음 달(3월) 26일 열리는 총선 대응 총궐기 투쟁은 총선 방침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2월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됐고, 최근에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 소송에서 대법원이 발레오만도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른바 ‘산별노조 위기론’에 더해 ‘민주노총 위기론’까지 제기되는데, 민주노총의 해법은 무엇인가?

“저는 현 상황에 대해 사실상 위기라고 인정한다. 지난해 총궐기 이후로 위원장을 포함해서 상당히 많은 활동가 동지들이 구속돼 있고, 소환 대상자가 상당하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라든가,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추천 시 총연맹을 배제하고 산별노조에서 직접 추천하도록 하는 등 곳곳에서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중·동이 직선 집행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가 아니냐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도 봤다. 이러한 압박은 결국 경제대공황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판결은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판단하는 대법원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을 빌미로 기업들이 어용조직 만들기에 더욱 혈안이 될 수 있지만, 자본이 쉽사리 산별체계를 지향하는 노동운동을 파괴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노동운동 안에 있다. 산별노조의 역할을 높여 조합원들과 해당 산업 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규모 있는 투쟁을 할 때 산별운동은 뿌리내릴 수 있다. 또 민주노총이 힘이 있어야 개별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진다. 내부적으로 조직 역량과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을 끊임없이 일궈내야 한다. 다른 한 측면에서는 연대의 폭을 넓히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민주노총을 위기로부터 지켜내고,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 거라 생각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 세 차례에 걸쳐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면서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처한 문제에 대해 각자의 투쟁이 아니라는 점을 고양시킨 점이다. 이 점은 우리가 획득한 성과라고 본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면서 투쟁기금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예정인가?

“기본적으로 투쟁 과정에서의 벌금을 민주노총에서 다 감당하는 것으로 이미 지난해 정기대대 때 희생자 구제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우리가 투쟁기금을 결의하고,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당연한 거고, 부당한 권력에 의해서 구속되고 희생당한 동지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한 경찰의 집회금지와 폭력진압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국제인권단체에도 정부가 민주노총을 공안탄압의 희생양으로 삼는 사실을 환기시키겠다. 구속된 동지들이 죄인이 아니라 정당한 투쟁의 구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럼에도 투쟁기금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8월에 정책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조직문화 혁신 외에 재정 혁신도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안정적인 재정은 결국 투쟁의 조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한국노총의 노사정합의 파기 이후 양대 노총 연대투쟁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96년도, 97년도 노동법개악저지투쟁 때에는 민주노총 내부 투쟁동력이 분명히 컸기 때문에 한국노총과의 연대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투쟁의 규모와 양상이 폭발적이라면 그만큼 한국노총과의 연대 가능성도 커지리라 본다. 그런데 현재 한국노총의 내부에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상당히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또 민주노총 내부에 노사정 야합에 대한 비판적인 흐름이 있다. 그래서 제조공투본이나 공공부문의 연대투쟁이 이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한국노총의 결의로써 민주노총과 함께 하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투쟁은 같이 하는 것이 맞다. 예컨대 지난 2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양대 노총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노총의 움직임을 보면서 접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총선 관련 공동토론회를 비롯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총선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은 낮은 수준의 단계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양대 노총 공동으로 집회를 여는 것까지도 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9·15 노사정합의 당시에도 그렇고 이전부터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많았다.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않나?

“항상 어느 시기나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노동개악, 비정규법 제정 같은 일을 할 때마다 이루어졌다. 예컨대 비정규직 문제의 대책을 논의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이번에도 한국노총이 참여했지만 한 마디로 모양새 갖춰주고 뒤통수 맞은 꼴이지 않나. 언제나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라는 틀 자체를 부정해 왔었던 것이다. 이미 균형을 잃지 않았나. 노(勞)가 있고 정(政)이 있는데 사(使)는 뭐냐는 거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호 균형이 맞아야 한다. 괜히 불러놓고 들러리로 세우는 걸 수 번 경험했는데, 거기에 대해 아무런 보완 없이 참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사회적 대화나 토론하는 것 다 좋다. 우리는 언제든지 폐쇄적으로 나가거나 토론을 거부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총에서 토론자들 나와서 TV 토론도 하자면 한다. 그런데 지금 있는 노사정위는 논의 과정을 은폐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틀을 그래도 가지고 간다는 것은 참 비극이기도 하고, 설득력도 없다. 국회에서 하는 토론회를 국민들이 종편 보듯이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우리의 주장들을 국민들이 판단하게끔 하고,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총선공투본’이 꾸려지는 등 민주노총의 총선 전략에 관한 밑그림은 나온 듯하다. 총선 투쟁의 성패를 가늠 짓는 구체적인 목표치가 있다면?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을 정할 때 총선 전에 제반 정치세력과 단위들을 합쳐서 가설 정당 이런 형태로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내부의 찬반 논의 끝에 못하게 됐다. 대의원대회 전인 1월 19일 중앙집행위에서 총선 방침을 확정하고, 공동투쟁본부를 제안해서 지난주에 출범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이번 총선에서 할 일은 선거에 참여해 노동개악을 강요하는 세력들을 심판하는 게 기본이다. 노동조합 밀집 지역에는 최대한 후보를 내자는 거다. 물론 후보를 내게 되면 당선을 목표로 할 것이다. 창원이나 울산 이런 데는 가능성 있는 지역이지 않나. 민주노총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역량을 쏟고 지원할 것이다.

또한 총선공투본이니까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투본 소속의 농민이나 빈민 후보 등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을 할 것이다. 한 예로 경주에 용산학살의 주범인 김석기가 나오는 데, 권영국 변호사가 그 곳에 출마했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현실화 될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 정권 3년 동안의 숱한 실정에 대해서 기억하고 분노하고 심판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우리가 총궐기와 3월 투쟁을 배치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지금 원내 진입 몇 명 한다는 것처럼 명확하지는 않지만, 총선도 하나의 투쟁으로서 정치실천단을 꾸려 각 지역에서 민중 진영의 요구를 걸고 선전하는 것이 이번 총선 목표라고 본다.”

만약 당을 떠나 개별 지역구 차원에서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졌을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포함하는 야권단일화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둘 것인가?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밀착이 점쳐지고 관측되는데 정의당을 민주노총 후보로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창원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민주노총 단일후보로 선출됐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서로 다른 평가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단일화는 어렵다. 물론 어떤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가 나왔는데, 총선공투본에서 낸 전혀 후보가 없었을 때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그 정도로만 얘기하겠다.”

마지막으로 한상균 위원장의 소식을 전해 달라.

“위원장님은 잘 계신다. 우리가 매주 위원장님 면회를 하는데, 민주노총에서 하는 여러 가지 사업의 계획이나 방향에 대해서 같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위원장님께서 여전히 안에 계시면서 바깥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때로는 걱정도 함께 하면서 편지도 주고받는다. 아마 다음 달(3월)에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가석방이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거라 보고 있다. 어쨌든 정부가 볼 때는 민주노총이 하나의 악의 축 아닌가. 계속 부정적인 딱지를 덧씌우고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정부한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민주노총이다. 그걸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절감하고 있다. 또 그런 만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위원장님께서 빨리 나오셔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시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