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기’ 세계적 추세… 노조 역할 늘려야
‘제조업 위기’ 세계적 추세… 노조 역할 늘려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3.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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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공투본 23일 국제심포지엄 개최
‘제조업발전법’ 입법화에도 시동
▲ 양대 노총 제조공투본은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조산업 발전과 산업정책 개입 방안’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양대 노총 제조부문공동투쟁본부(제조공투본)가 제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 등으로 이루어진 제조공투본은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조산업 발전과 산업정책 개입 방안’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케말 오즈칸 국제제조산업노조(인더스트리올) 사무부총장, 더크 베르그라트 독일금속노조(IG Metall) EU연락사무소 소장, 매츠 스벤손 스웨덴금속노조(IF Metall) 위원장 보좌관, 로이 하우스만 전미철강노조(USW) 법률입법국장 등 해외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케말 오즈칸 사무부총장은 인사말에서 “노조가 산업정책에 개입해 노조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한국 경제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각 국의 동지들이 경험과 지식을 합쳐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순옥 의원(더민주·비례)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헌신해 온 여러분들이 제조업에 대한 잘못된 정부정책에 의해 내몰리고 있다”며 “산업에 있어서 노사관계, 정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 1부 순서에서는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각국에서 온 4명의 노조 활동가들이 ‘ILO 소득주도성장론 및 외국의 제조산업 현황과 산업정책 개입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빈익빈 부익부 세계적 현상… 노조 참여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이날 심포지엄은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1부 순서에서는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각국에서 온 4명의 노조 활동가들이 ‘ILO 소득주도성장론 및 외국의 제조산업 현황과 산업정책 개입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1부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케말 오즈칸 사무부총장은 ‘임금·소득주도성장과 지속가능한 산업정책’이라는 주제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적 성장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G20 국가에서 노동생산성은 가파르게 올라가는 반면 실질임금은 천천히 오르고 있다며, “착취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더스트리올에서 G20처럼 ‘L20’ 행사를 주최해 G20 정상에 임금상승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GDP의 1%를 공공부문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독일의 사례를 발표한 더크 베르그리트 소장은 “독일도 마찬가지로 제조업이 약화됐다”며, “독일에서는 제조업의 회복을 위해서 노사정이 협력해 산업정책을 재조정해 나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정부의 경제에너지부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평의회가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사례를 발표한 마츠 스벤손 보좌관은 “스웨덴에서 최근 경제위기로 6만여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져 해고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효율적인 운송수단이 요구된다”고 말하며, “스웨덴의 잘 갖춰진 사회적 대화 시스템을 이용해 노동조합이 여러 정책에 참여한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는 앞서 소개된 독일, 스웨덴 등의 사례에 비해 한국의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부 마지막 발표를 맡은 로이 하우스만 법률입법국장은 “미국은 한국과 유사하게 사회적 파트너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직접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정책을 가지고 온다는 점도 한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에 관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우스만 국장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국의 노동자와 미국의 노동자가 대립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오후에 이어진 2부 순서에는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의 사회로 ‘제조업발전특별법’ 추진 방안 발표와 더불어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노(勞) 빠진 한국 산업정책, 사·정 빠진 지정토론

오후에 이어진 2부 순서에는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의 사회로 ‘제조업발전특별법’ 추진 방안 발표와 더불어 학계, 정부(산자부), 사용자(경총), 의회 측이 참여하는 지정토론이 예정돼 있었으나 정부와 사용자 측은 불참했다. 결국 2부 순서와 3부 종합토론 순서가 함께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박태주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대화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2부의 기조 발제는 정준호 강원대 교수가 ‘구조조정 전망 및 산업정책 개입 방향’이라는 주제로, 조성복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재벌개혁 및 제조업발전특별법 추진 방안’이라는 주제로 각각 맡았다.

정준호 교수는 최근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다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 뒤, 기술과 숙련이 분리되는 한국의 ‘조립형 산업화’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소득주도 성장 모델과 경제주체들 간의 수평적 네크워크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복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 ▲ 과도한 수출의존 경제구조 ▲ 독과점, 불공정거래 ▲ 노동배제 경영 등을 꼽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업혁신을 위한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노측이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와 함께 ▲ 국내유턴 기업 및 국내투자 시 지원 확대 ▲ 외국자본의 일방적 철수에 대한 통제 ▲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창출 ▲ 구조조정 시 고용보호 강화 ▲ 제조업 발전기금 조성 ▲ 산업업종협의체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조공투본 측은 2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한 지난 22일부터 오는 24일까지를 국제연대주간으로 선포하고, 인더스트리올 가맹조직 활동가들과 더불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간담회를 비롯한 국제연대워크숍, 국제심포지엄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