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쥐뿔’ 경제는 ‘개코’인 선거판
국민은 ‘쥐뿔’ 경제는 ‘개코’인 선거판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6.04.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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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목련에 이어 벚꽃들이 만개한 그야말로 봄꽃들의 세상이 다시 돌아왔지만, 2016년 봄의 최대 불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20대 총선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요소들로 중독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세평이다.
그런데 본격 선거전이 시작된 시점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 같은 단어들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에서 대체 누구와 친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왜 이리도 중요한 것인가. 정책 이슈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하다못해 개인들의 경제적 욕망이 극대화되어 표출된 ‘뉴타운’ 이슈 같은 것조차도 없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최저임금을 둘러싼 각 정당의 입장을 둘러싸고 ‘작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이채롭다. 제1야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간 강력하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여당도 ‘최저임금 9천 원’을 들고 나온 것이 눈길을 끈다.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9천 원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말이 나오자마자 해당 발언의 진원지로 알려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여당 경제정책본부장이 와전된 얘기라며 수습에 나섰다. 라디오 인터뷰에 나선 그의 발언을 옮겨 보자. “그게 오보가 된 거죠. 9천 원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는 거죠.” “인건비가 비싸지면 자영업 자체는 문을 닫아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걸 가져다가 무조건 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경제 생태계를 무시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저희는 그런 부분을 근로장려세제를 통해가지고 실질적으로 근로자는 그렇게 임금이 올라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러나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그러한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속도는 (야당보다) 훨씬 줄여나가겠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고백하자면, 급격히 심해지는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이 문장이 독해가 되지 않는 것이 노안 탓인가 해서 돋보기를 쓰고 다시 읽었다. 여전히 그 뜻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니 이런 류의 문장 구성을 이전에도 본 기억이 떠올랐다. 대기업 노사의 임단협 과정에서 별도합의서가 채택되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노사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지지만 명분이 부족하거나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곤란한 내용들을 담는 때에는, 아무리 읽어도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장으로 합의문을 작성한다. 일부러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일단 그 시기만 넘어가는 것이다.
임금정책, 고용정책, 노동정책 등은 일부 계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책은 없고 정치만 있다. 최저임금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있어 경제나 노동의 철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금액이 얼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각 정당의 방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예 보이질 않는다.
어쨌거나 4월 13일이 지나면 300명의 당선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의 대선을 위해 열심히 줄을 서고, 편을 가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국민은 쥐뿔, 경제는 개코 정도로 취급받을 것이다. 오로지 권력만 남을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의 늪을 향해 점점 다가서고 있는 이 나라의 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