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우리의 노동은 무사할까?
4차 산업혁명, 우리의 노동은 무사할까?
  • 성상영,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4.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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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우리 삶 대부분 대체할 것
일자리 감소, 빈부격차에 대한 대비 필요
커버스토리_인공지능 시대의 노동 ②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량생산의 기반은 19세기 각종 기술의 발전과 현대화된 공정을 자양분삼아 2차 산업혁명으로 폭발했다. 1970년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의 파고가 산업구조를 근본적인 부분에서 변화시켰다.
전문가는 곧이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논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요소가 그 핵심이다. 혹자는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처럼 앞으로의 변화 역시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의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 포토 DB

자동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 삶 속에서 자동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제조업의 경우, 기업은 생산 효율을 늘리기 위해 70년대 이후 꾸준히 시설 자동화 비율을 높여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조업 강국인 미국과 독일이 ‘리쇼어링(reshoring)’, ‘인더스트리(Industry) 4.0’ 등 기획, 설계, 개발, 제조, 유통 등 전체 공정에 ICT(정보기술)을 도입하는 ‘스마트공장’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들의 자동화 도입은 나머지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4년부터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스마트공장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역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제조업의 신성장 동력을 ICT를 이용한 자동화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요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또한 상용화에 가까워져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포화된 자동차산업 현황을 돌파하기 위해 각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984년 ‘프로메테우스’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기술개발을 시작한 이래 2013년, 무인연구차량이 일반 도로 103km를 시속 100km로 달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아우디 역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세계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실리콘벨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km거리를 직접 무인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들어가 작년 11월, 도심 자율주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자율주행자동차에 가까이 와 있는 기업은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업체인 구글이다. 구글의 연구소 ‘X’는 기존 자동차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4년, 운전대는 물론 페달마저 없이 시작과 종료 버튼만 있는 시제품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 차량은 약 6년 동안 주행거리 330만km를 운행하는 동안 인공지능 과실로 인한 사고 1회를 기록했다. 2012년 발표된 IEEE(전기 전자 기술자 협회)보고서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가 보편화될 것이고 2040년까지 전 세계 차량의 약 75%가량이 자율주행 자동차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현재 자동화는 우리 삶 곳곳에 들어와 있다. 로이터나 LA타임즈 등 언론사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속보와 같은 간단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고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된 로봇변호사는 사건 관련 판례와 자료 등을 정리해준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켄쇼’를 도입해 금융시장 분석에 이용하고 있는 등 금융권의 ‘로보 어드바이저’는 상당 부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의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과 미술의 영역은 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통한 창작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 연구진들이 만든 AI는 단편소설을 출품해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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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일자리 감소와 빈부격차 우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부분에 기계와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일자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2016년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열린 제 46차 다보스포럼은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지만 이번에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란 주제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산업의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는 전체 논의주제 중 약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포럼과 함께 나온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노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세계 경제, 경영, 산업 전문가들의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만드는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산업구조를 해체하고 융합해 서로를 증폭시킨다. 보고서는 새롭게 형성될 산업의 영역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바이오·나노기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보스포럼이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발전으로 인한 산업혁명의 속도가 지난 3차에 걸친 산업혁명의 속도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빠르고 광범위한 기술발전이 지금까지 사람이 담당하고 있었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한다는 예측 또한 가능하다.

보고서는 주요 15개국(전세계 일자리의 65%, 약 19억 명)의 350개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앞으로 5년간 일자리 전망을 조사했다. 업종별로 일자리는 ▲사무·행정(-479만 개) ▲제조·생산(-160만 개) ▲건설·채굴(-49만 개) ▲예술·디자인·환경·스포츠·미디어(-15만 개) ▲법률(-10만 개) ▲시설·정비(-4만 개) 부문에서 줄어 총 717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영·금융(49만 개), ▲관리(41만 개) ▲컴퓨터·수학(40만 개), ▲건축·공학(33만 개) ▲판매(30만 개) 등 약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지구상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계산이다. 보고서는 2020년 이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의 대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경고는 비단 다보스포럼에서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2015년, BBC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오스본(M. A. Osborne)과 프로이(C. B. Frey)이 2013년에 내놓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영국에서 ‘미래에 로봇에 의해 대체될 직업’을 발표했다. 가장 많이 대체되는 업종은 텔레마케터(99%), 컴퓨터 입력요원(98.5%), 법률비서(98%), 경리(97.6%) 같이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도 옥스퍼드의 분석모형을 토대로 자동화가 우리나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자동화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으로 콘크리트공(99.9%), 정육원 및 도축원(99.8%), 청원경찰(99.7%) 등 주로 단순반복적 업무 종사자의 경우 대체 가능성이 90%대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감소와 급격한 변동은 결국 불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스위스의 은행 UBS는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산층의 붕괴와 소득불균형의 심화를 우려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저임금 단순 기술직의 일자리 상실이 높은 반면 소득과 기술 측면에서 상위에 위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득을 보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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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가능, 방향성 바꿀 순 없어

과거 3차례의 산업혁명에서도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동은 있어 왔다. 과거에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여러 번 겪어 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거의 경우, 일자리의 변화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특히 1차 산업혁명의 경우, 기존 농업과 수공업 중심의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사회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사람들이 해오던 농업과 가내수공업 노동은 대부분 공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일자리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반감을 형성했다.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건이 러다이트 운동이다. 기존의 수공업과 달리 산업혁명 당시 공장에서는 소수의 비숙련자가 기계만 조작하는 것만으로 일정 수준의 상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수공업은 사라지게 되었고 급격하게 증가한 생산성으로 인한 부는 자본가들에게 집중돼 빈부격차 역시 커졌다. 잉여노동력의 증가로 인한 노동조건의 저하로 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일자리 변동과 노동조건의 악화 등은 1차 산업혁명의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사람들은 공장 가동이 멈춘 밤을 틈타 소소하게는 기계를 고장내거나 크게는 공장 자체를 불태우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대부분의 대중들 역시 사회적 불안과 불황 속에서 이러한 운동에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러다이트 운동은 실패로 끝난다. 역사학자와 경제학자들은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과 그로 인한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시대적 흐름,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지긴 했지만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형성되어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었던 사실은 노동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러다이트 운동의 주요한 원인이었던 빈부격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고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입법을 통해 노동자 권리가 일정부분 보장되면서 해결되었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또한 1, 2, 3차 산업혁명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인간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기술과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방향성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일자리나 빈부격차의 문제 역시 과거 산업혁명에서 지적되었던 것이었고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일자리의 경우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컴퓨터, 공학, 서비스업 분야의 일자리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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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일자리는 줄어든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에 대한 우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00년대 초 영국의 노동자들이 공장의 기계파괴운동을 벌였던 사례와 같이 자동화로 인한 실업 우려는 200년도 더 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는 18세기 산업혁명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는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재화, 즉 생산재를 생산하는 산업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다르다고 봤다.

유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개발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기계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동시에 기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생겨나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기계에 머리를 달아놓는 것”이나 다름없는 인공지능 개발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설령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직업이 생기더라도 세계경제포럼에서 내놓은 비관적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의 위협이 생산직 노동자에게만 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앞서 BBC 홈페이지 자료의 밑바탕이 된 오스본과 프로이의 논문은 향후 20년 내에 사무직 일자리의 50%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인 <ICT 인문사회융합 동향>을 통해 “기술 진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설계, 운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일이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이들의 일자리 수가 1백만 또는 2백만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견해는 앞서 유철규 교수의 전망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강정수 소장은 보고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수의 아주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알고리즘과 딥 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는데, 알고리즘을 개선하기 위한 데이터 축적은 상당 부분 인간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이들은 대체로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다. 극단적으로는 미래의 노동시장이 로봇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위한 노동과 로봇에 의해 수행되는 작업으로 나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를 비롯해 학계에서 제시하는 일자리의 미래는 ‘어차피 없어진다’는 것이다. 서서히 논의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입장이 조금 더 우세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4차는커녕 3차 산업혁명조차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에 열린 한 포럼에서 “기술 혁신만으로 산업 혁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과 사회는 서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1970년대 이후의 기술 혁신(정보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사회의 형태가 아직 출현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기빈 소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20년 뒤에 사무직 일자리의 50%가 사라진다는 우려는 정보화 이후의 사회 변화 속도가 더욱 급격히 빨라지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그리고 이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에 대비해 어떠한 사회적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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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소득의 분리, 사회의 재구성

기술과 사회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의 연장에서, 유철규 교수는 ‘노동과 소득의 분리’를 이야기한다. 노동과 소득이 분리돼 존재할 수 있다는 유 교수의 말은 언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유철규 교수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총수요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경제가 붕괴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꾸준히 소득을 얻겠지만, 실업자에게는 당장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줄어든 소득만큼 소비도 줄어 사회의 총수요가 감소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실업자에게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시도가 있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노동과 소득이 분리가 사회 제도를 통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미 유럽의 국가들 중에는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는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핀란드가 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전 국민에게 월 100만 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2017년부터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Utrecht)시는 이보다 앞서 올해부터 ‘시민임금’(citizen’s wage)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도 올해 6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월 295만 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시행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는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소득에서 일부를 떼어 내어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소득세를 통해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셈인데, 이 같은 과정에는 높은 소득세율에 따른 조세저항에 대한 문제가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알래스카(Alaska)주나 중국의 충칭(重慶)시에서 진행한 공유재산 실험이 있다. 알래스카의 경우 주 정부가 소유한 유전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통해 시민들에게 연 1,800달러에 이르는 배당을 지급한다. 반면 별다른 지하자원이 없는 충칭의 경우 국유 토지의 임대료를 담보로 시에서 회사를 설립해 주민들에게 개발이익을 나눠준다. 두 곳의 사례 모두 세금을 걷어 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유재산을 활용해 소득을 발생시킨 것이다.

한편, 모든 국민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별개로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에 대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UBS는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경제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로 지적된 일자리 감소로 인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제시된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적게 일한 만큼 소득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소득 감소는 총수요 부족을 야기한다는 지적처럼,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일자리 감소의 효과적인 해법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