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은 어떻게?
일거양득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은 어떻게?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4.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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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부족한 간호인력, 새로운 제도 감당 못해
간호 인력 확충 위한 특별법, 예산안 필요
[사건]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2015년 5월 20일, 바레인에서 귀국한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질병관리체계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일한 환자 관리, 정보의 부족, 신속한 대응 부재, 컨트롤 타워의 부실 등이 모두 함께 모여 대한민국을 불신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사태 이후 정부와 지자체, 3차 대형 병원 등에서는 전국적 감염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대부분의 회의에서는 ‘이 기회에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월부터 시행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과다. 하지만 간호간병서비스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도 있다.

ⓒ 참여와혁신 DB

의료전달체계 개혁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포괄간호서비스라고도 부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각종 사고와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간병을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하는 대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간호사가 24시간 환자 간호를 전담하고 간호조무사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원칙적으로 보호자의 간병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일시적으로 상주할 수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메르스 이전부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준비되어왔다. 2009년에는 ‘보호자없는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가 출범했고 2010년에는 ‘간병서비스제도화’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2011년에는 정부, 노동계, 의료계, 시민사회단체들이 ‘간병서비스 제도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나갔고 2013년에는 전국 13개 병원에서 ‘보호자없는병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본격적인 등장은 2014년부터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업무계획에서 포괄간호서비스의 시범사업실시와 확대를 발표했다. 2014년은 공공병원에서 포괄간호서비스제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2015년~2017년에는 지방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2018년부터는 수도권, 대형 민간병원까지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18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4년 1차 시범기관 13개 병원, 2차 시범기관 20개, 총 33개 병원 2,442병상 수준으로 실시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경우, 건강보험의 혜택 없이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고 있어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었으나 이번 제도개선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이유를 밝혔다.

2015년 사업계획에서는 서울을 제외한 종합병원 이하 중소병원 100곳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는 예산지원 방식이었던 시범사업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6년에는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추진 시기를 2018년에서 4월로 앞당기기로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또한 112곳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서울 소재 병원까지 간호등급 3등급 이상 병원 400곳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입원한 환자의 간병 부담으로 인해 등장했다. 가족이 환자를 간병하는 경우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하기 어렵고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 역시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의 간병은 대부분 보호자나 간병인이고 가족 방문자가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가족과 간병인 가운데 메르스 감염자들이 발생하고 확산되면서 원래 메르스와는 상관없이 시범실시되고 있는 포괄간호서비스의 시행이 앞당겨진 것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 186명 중 보호자, 방문객 감염자는 65명, 35%에 이르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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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간호조무사 다 일하다 죽으란 소리”

정부와 의료계, 관련 시민사회단체 모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도입을 적극 환영했다. 이전까지 입원과 간병 서비스의 분리로 인해 벌어지던 병원과 환자의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의 간병으로 인한 전반적인 부담을 경감시키며 병원 운영과 서비스 또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의료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에 따라 오랫동안 의료계 관계자들이 꾸준하게 머리를 맞댄 결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골치 아팠던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해 줄 것이라 생각되었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또한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몇몇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모처럼의 좋은 제도와 과정이 물거품으로 바뀔 우려도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시행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바로 간호인력의 부족이다. 인터넷 간호사·간호조무사 모임이나 관련 사이트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시행은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부분의 간호인력들은 “현실은 보지 못하는 정책”, “간호사, 간호조무사 다 일하다 죽으라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가뜩이나 그만두는 간호인력이 많은데 다 그만두게 하려는 것 같다”는 말도 있었다.

‘효과적인 병원 감염 예방관리를 위한 간호·간병 인력구조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한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은 “노동강도는 강해지는데 근무 여건은 열악해지고 상대적 급여는 낮아 지속적으로 이직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일선 간호인력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시행이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간호인력 부족을 크게 가중 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시행에 앞서 인력 문제가 해결되어야 함을 주문한다. 일산병원연구소의 ‘포괄간호서비스 사업 운영성과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포괄간호서비스의 개선점, 특히 간호인력의 특성에 대해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지역별?종별로 편중이 심하다. 특히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활동 간호사는 45,5%에 불과하고 대부분 수도권, 대형병원 위주로 간호사 쏠림으로 지방 소규모 병원의 간호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순림 대한간호협회 제2부회장은 ‘간호인력 확충의 필요성 정책토론회’에서 “간호인력에 대한 국가적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의료기관에서는 불충분한 간호인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 관계자들이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이러한 원인을 ▲열악한 근무환경 ▲높은 이직률 ▲대체인력 활용과 인건비 절감을 뽑았다. 의료산업노련 유주동 부위원장도 같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간호사의 수는 OECD 평균인 9.1명에 한참 못 미치는 5.2명 수준”이라며 “그나마 허위신고되는 형편에 공급만 늘리려는 정책 때문에 면허 소지자는 늘어나지만 실제 병원에 있는 간호사의 수는 크게 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시작 이전에도 병원은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다.

안형식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와 김현정 고려대 의과대학 근거중심연구소 교수가 ‘병원경영·정책연구’에 게재한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간호서비스 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을 위해서는 간호사 6만 5,476명, 간호조무사 4만 9,849명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은 3조 5,148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했다.

요양보호사의 일자리 상실도 문제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도입으로 인해 지금까지 간병을 제공해 온 4만 5천명의 간병인의 생존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 대부분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일하고 있다.

노조는 “간호보조인력이 간호사로 제한된다면 4만 5천 명 간병인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간병인 생존권 보장에 대한 고려 없이 간호사, 간호조무사만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사업추진이다”며 “효율적, 현실적 관점에서 간호인력, 간호보조인력 구성이 필요하고 이 인력구성에 요양보호사도 포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간호사회 곽월희 회장 역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는 보호자 대신 신체청결과 배설처리, 식사보조나 이동 등 환자의 일상생활 전반의 보조가 가능한 인력으로 포괄간호서비스에 이들을 함께 참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140만 명 수준의 요양보호사 등 간병인을 병종에 따라 나눠 보조인력으로 활용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직종을 떠나 간호인력 전반에 대한 인력 확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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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인력의 노동환경 개선 필요

정부 역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패가 간호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청년고용대책 발표를 통해 간호취업인력을 1만 명 늘리도록 유도하기로 했고 2015년 8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인력수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국적 병간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의 조속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간호인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간호인력 확충 및 간호인력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의 간호인력 정책은 공급을 확대하는 것에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간호대학 배출 인력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2000년대 이후 연간 1만 명 가량 양성되던 간호사는 2015년 들어 2만 명 가까이까지 늘었다. 하지만 간호인력이 처한 노동환경의 열악함으로 인해 실제 일하는 간호사는 많지 않다. 간호사 면허등록자 총 32만 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5만 명으로 45%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전국 6개 권역에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유휴간호사에 대한 교육·훈련 및 의료기관 취업상담·알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포괄간호서비스 희망병원에 필요한 간호인력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가 참여, 간호취업지원센터를 위탁 받아 교육과 취업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휴 간호사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의 노동환경 등 기본적인 처우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주동 부위원장은 “의료법에서 사문화된 최소 간호사 인력 기준을 다시 법제화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 해야 한다”며 “더불어 근무/휴식에 대한 규제, 병원에 맞는 노동안전보건 규제를 신설하는 등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간호인력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료기관 간호·간병 통합(포괄간호)서비스 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간호인력 부족 현상의 원인을 업무과중과 야간근무로 인한 병원 간호직 기피 때문으로 보았다. 황 연구위원은 유휴인력 활용만큼이나 간호인력의 이직방지가 중요하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법적 보조와 더불어 ▲병원 간호인력 건강상태 모니터링, 상담 프로그램 운영 ▲탄력근무제의 활성화 ▲간호인력 수급뱅크의 운영으로 간호인력의 이직요소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유휴인력의 재교육에 있어 장기유휴간호사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실제 휴직 기간과 현재 병원 업무를 감안한 실습 위주의 탄력적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장기유휴간호사는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과 숙련의 저하 문제로 인해 재취업에 선뜻 나서기 꺼려하는 상황이다. 또 외국의 경우와 같이 간호사의 직제 개편을 통해 간호사들이 승진 등 업무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 또한 고려할 만하다고 말한다. 10년을 일해도 ‘간호사’인 현실 또한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에서다. 결국 간호사가 이직하는 주요 이유인 직무불만과 높은 노동 강도, 낮은 임금 수준, 결혼·출산·육아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듯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대한민국의 간병 문화, 국가적 전염병 창궐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체계 개선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인력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예산이 없다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실행은 일선 현장에 큰 부담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껏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도입에 있어 의료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많은 의견을 제시해왔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도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토의해 온 만큼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모든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며 논의를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