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조 출범, 뭉쳐야 산다?
마트노조 출범, 뭉쳐야 산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4.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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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환경, 개별 노조 힘으로 한계 봉착
마트 이슈,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사건]마트산업노동조합 출범

2012년 이후 대형마트에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졌다. 2012년 말, 이마트 노동조합이 노조 설립을 놓고 회사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이후, 2013년 초에는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2015년에는 롯데마트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대형마트의 노동조합 설립은 그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오던 유통업 서비스 종사 노동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결과다. 하지만 출범 이후 마트 3사 노동조합에는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노동조합의 조직 역시 빠르게 이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3월, 마트 3사 노동조합은 소산별 노조인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을 출범시켰다.

ⓒ 참여와혁신 DB

대형마트 3사 노동조합이 뭉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롯데마트노조와 이마트노조, 홈플러스노조는 2014년 말부터 소산별노조 출범을 논의해왔다. 2015년 말에는 마트노조를 설립하는데 동의해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고 그 결과 지난 3월 15일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마트노조는 마트 3사 노조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준비위원회 상태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을 위해 마트유통노조를 설립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마트노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마트노조 준비위원회는 “2012년 이후 대형마트에서 민주노조가 건설되고 노조탄압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마트노동자권익쟁취를 위해 투쟁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대형마트 민주노조의 확대, 강화와 협력업체 노동자를 포함한 마트노동자 전체의 단결을 위해 마트산업 노동조합을 건설하기로 하였다”고 출범의 변을 밝혔다.

마트노조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탄압과 노조간부에 대한 징계, 부당한 인사 즉각 중단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명절휴일과 의무휴업일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유통산업 발전법의 개정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불법파견과 인권유린, 근로기준법 위반행태를 근절하고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리보장 ▲사회양극화해소를 위한 최저임금의 현실화, 대폭인상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쟁취운동 ▲노동법개악을 중단할 것과 다가오는 총선에서 반노동세력 심판투쟁 등을 당면 과제로 삼고 투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마트 3사 노동조합에서 말한 마트노조 출범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 큰 조직을 통한 더 큰 목소리다. ‘현 마트 노동자들의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 마트노조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출범 기자회견에서도 위원장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조합이 없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예를 들며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 생존권을 지켜나가야 한다”, “노동조합을 통해 당당한 노동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마트노조가 출범선언문에서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조직화, 노조 확대 강화를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과 권리 쟁취 등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 참여와혁신 DB

여전히 갈길 먼 마트 노동자 노동환경

대형마트에 개별 노동조합이 형성된 이후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분명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별 업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슈화 이후 노동환경이나 근로계약, 임금 등의 면에서는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법적인 보호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저임금, 감정노동, 휴게시간 등의 문제는 여전하며 직접고용인원이 아닌 외주·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발표’에서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유통업 매장 판매 서비스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7만 원, 근속기간은 평균 2.7년으로 조사되었다”며 “유통업 노동자들의 상황은 불안정 고용 및 열악한 처우 등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문제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음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 장시간 노동시간의 수행과 주말·휴일·야간근무의 문제, 그로 인한 연장근로수당의 적용률 미비, 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 노동 등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마트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137만 원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월평균 임금 222만 원에 비해 85만 원이 낮다. 임금 분포에서도 100~150만 원 미만이 29%로 가장 많고, 150~200만원 미만이 27%, 50~100만 원 미만 17%, 200~250만 원 미만 11%, 50만 원 미만 9%, 250~300만 원 4% 순으로 나타났다. 보통 150만 원 전후로 임금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300만 원 이상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빠르게 증가하던 대형마트 매출증가세가 2012년 이후로 정체되면서 마트노동자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2012년 44조 3천억 원에 이르는 파트산업 시장규모는 2013년 45조 3천억 원으로 1.3% 성장에 머물렀으며 2014년에는 3.3%, 2015년에는 1.8%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률이 마트산업 포화에 따른 경쟁 심화 때문으로 보았다. 결국 기업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 감소를 고려하는 상황이고 이는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 또한 가능하다.

마트의 하도급 문제 또한 큰 문제다. 국내 유통업체 고용구조는 정규직·비정규직 원청 직영사원과 사내하도급 직원, 입점협력업체 직원, 전문판매자 직원 등으로 구성된 비직영 사원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고용관계는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노동조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동시에 고용주나 권한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의 집단적 대응 또한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업체별, 규모별, 지역별 마트노동자들의 근무형태 차이는 매우 큰 상황이다.

ⓒ 서비스연맹

마트노동조합, 혼자서는 ‘산 넘어 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트 3사 노동조합의 마트노조 설립 추진은 개별 업체의 문제를 넘어 대형마트 산업 속 노동문제에 대한 개별 노동조합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대형 유통업체 중 빅3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2014년을 기준으로 전체 대형마트 매출액의 80.3%를, 점포 수의 77.3%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의 측면에서도 마트 3사의 직접고용인원은 7만 6천여 명, 나머지 유통업체 고용인원을 더할 경우 직접고용인원은 8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간접고용인원을 직접고용인력의 3배인 25만 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중대형 마트 노동자 15만 명을 더하면 마트 노동자는 50만에 육박한다.

하지만 마트노조의 조직률은 어느 기준으로 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2,500여 명 수준이고 노조 탄압을 이유로 조합원 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마트, 롯데마트 노동조합을 합하면 대략 5천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총 마트 노동자의 1%, 마트 3사 직접고용인력의 7.6% 수준에 불과하다. 분명 조직의 확대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온전히 조직 확대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또한 커다란 문제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설립에 있어서도 이마트 사측이 노조 간부를 미행하고 해고, 지방 발령을 내는 등 잡음을 겪었고, 이후에도 직원 사찰 등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지속적인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이마트 노동조합은 복수노조체제로 ‘제3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고 있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지금도 노조 간부에 대한 표적발령과 하위고과 부여, 조합원에 대한 조합 탈퇴 회유·압박 등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롯데마트 노동조합 역시 2015년 10월 설립 이후 롯데마트 사측과 제1노조가 함께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위원장과 분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에게 부당·표적징계가 이어지는가 하면 노동조합에 대한 위협과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마트 역시 조합원 3천 명 규모의 제1노조에 교섭권이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사정이 가장 낫다. 2013년 설립 이후 빠르게 조합원을 조직했으며 단체협약 또한 이른 시기에 얻어냈다.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비교적 ‘잘’ 투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홈플러스노조 역시 설립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사갈등을 겪어오고 있다. 매각이슈를 겪고 난 후, 투쟁으로 떨어진 조직력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노동조합 출범 초기부터 노사갈등을 겪고 각종 이슈로 인해 조합원 조직에 힘을 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서 나온 대안이 바로 ‘마트노조를 통한 연대’라는 것이다.

ⓒ 참여와혁신 DB

뭉친 마트노조, 무엇을 할 것인가

마트노조는 서비스연맹 내 소산별노조의 형태로 출범할 예정이다. 소산별노조는 일반적으로 중앙이 교섭권, 체결권, 쟁의권, 지부임원 및 운영규정 인준, 지부의 설치와 해산권 등을 갖는 반면 지부가 소산별의 중앙위원으로서 지부 내부 운영 자율권을 가지는 등 절충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분명 소산별노조의 형태는 조합원 증가, 조직 확대의 측면에서 기업노조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는 마트노조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형 마트와 함께 일하는 수많은 협력업체도 신규 조직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별 노조들이 조합원들의 배타주의로 비정규직 조직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는 약점 또한 비정규직들이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마트 노동조합에게는 문제가 덜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마트노조만의 힘을 통해 이뤄는 것은 아니다. 분명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대학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은 분명 마트노조가 조직화를 어떻게 이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예시가 될 만하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2008년부터 ‘대학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학생네트워크’와 노동사회포럼 등의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들로 ‘공동사업단’을 구성하는 한편, 최저임금 관련 선전과 학생활동가들의 교육, 현장조직팀의 운영 등을 포함하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기획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에는 조합원 수가 1,200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2,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 기간 1,400% 증가했다.

특히 이 사업은 ▲조직노동자사업 ▲현장조직팀사업 ▲학생사업 ▲캠페인사업으로 나눠 진행되었는데 조직화에 있어 각 단체들과의 연대에 더해 사회적으로 대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 결과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문제를 연구해 온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서경지부의 전략조직화사업은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 사용자 책임성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과 같이 사업장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의제를 통해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지위와 소득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체계적, 종합적 조직과 더불어 마트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이슈를 환기시키는 것을 통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결국 마트 노동자를 넘어 전체 노동 문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마트노조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마트 노동자들의 문제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을 만큼 이슈화가 된 상황이기에 이 상황을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도 전국에 무수히 많은 ‘○○마트’들에서는 고객의 욕설과 폭언을 들어가며, 잠시 몸을 쉬거나 화장실에 가지도 못한 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의 아내고, 누구의 어머니인 이들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많은 돈을 받고, 1주일에 몇 번은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트’와 ‘송곳’은 누군가 우리 동네 ‘○○마트’에서 있을 법한 일이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마트노조의 활동이 이러한 문제들을 후대에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