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 저성과자 징계, 일반해고 신호탄?
금융권 최초 저성과자 징계, 일반해고 신호탄?
  • 고연지 기자
  • 승인 2016.04.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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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저성과자 대상 징계위원회 열어 “해고 전단계” 논란
희망퇴직 거부자 신규점포 배치해 놓고 실적 안 나온다고 징계?
▲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건물 앞 ⓒ 고연지 기자 yjtime@laborplus.co.kr

NH투자증권이 저성과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지부장 이재진)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징계위원회 회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측은 지난 18일 강동, 강서프런티어지점 영업직원 41명 중 21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는 4월 11일 NH투자증권 노사가 2015년 임단협에 합의한 후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부는 강동, 강서프런티어지점이 지난 2014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불량한 직무수행을 하거나 직무를 태만한 때’라는 표창징계규정을 준용해 오늘(25일) 오후 4시 30분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저성과자’ 문제는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일반해고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노동계는 ‘저성과자 낙인찍기’를 통해 일반해고를 보편화 하려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앞서 지난 2014년 HMC투자증권이 직원을 4등급으로 평가한 후 저성과자인 C, D등급을 대상으로 의료비, 학자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복리후생에 차별을 두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NH투자증권 논란은 금융권 최초의 저성과자 대상 ‘징계’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협국장은 “징계위원회 회부를 통해 저성과자를 해고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며 “징계가 결정되면 이는 NH만의 문제가 아니며 노동자들에게 성과에 따른 해고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규호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도 “실적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처음인데, 이번 징계가 박근혜정권이 추진하는 일반해고의 전단계”라고 지적하고 “NH투자증권이 업계 1,2위를 다투기 때문에 이번에 징계가 진행되면 다른 회사도 똑같이 하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진 NH투자증권지부장은 “강서, 강동 프런티어지점의 경우 자산도 없는 신규 점포에 배치를 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게 했다”고 전제하고 “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에서는 ROE가 낮은 것만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징계위에 회부했다”며 부당함을 강조했다.

▲ 사무금융노조는 25일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건물 앞에서 저성과자 징계 회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고연지 기자 yjtime@laborplus.co.kr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는 기업이 자본을 이용하여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노조측은 작년에 ROE가 낮았던 실질적 이유로 합병으로 인한 인건비 및 IT비용의 증가, 포스코플랜텍 1000억 원 투자 손실에 대한 충당금 300억 원 적립 등을 꼽았다. 영업외 기존 발생 비용보다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며, 이 때문에 다른 지점에 비해 ROE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직무태만으로 인한 징계위원회이며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으로 해고와는 무관하고 해고될 사람들에게 그토록 비싼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며 “지점별 저성과인 사람들을 모아 교육하고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곳이 프런티어지점이다. 그런데 들어가서도 실적이 안 나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 이규호 증권업종본부장, 이재진 NH투자증권지부장, 윤봉석 NH농협증권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