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고민과 보람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고민과 보람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5.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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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노동, 성과·경쟁에 시달리는 화이트칼라
능력 인정과 긍정적인 반응은 일의 활력소
커버스토리_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노동 ②

어렸을 때, 중학교 담임선생님은 일을 구분하며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을 블루칼라,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을 화이트칼라라고 구분했다. “몸에 기름때 묻히고 푼돈 받으면서 살기 싫으면 열심히 공부하세요” 그 이야기를 들은 반 친구 모두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아도 사무실에 앉아 펜대 굴리고 돈 많이 벌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일까? 육체노동을 하며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최저시급을 가까스로 넘는 월급을 받으며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도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낙인이 천년만년 갈 것 같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아직도 우리가 우러러보는 직업일까?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지금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화이트칼라, 일의 경계가 무너진다

화이트칼라 (사무직노동자, white-collar worker)
일반적으로, 상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이나 단지 명목적인 육체적 노력만을 요구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블루칼라(blue-colla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20세기에 들어서 각국에 그 수가 급증했다.
화이트칼라의 범주에 속하는 집단으로는 관리자와 회사원, 판매원 등이 있다. 사무직노동자는 생활이 안정되고 지위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자의식을 덜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무산계급인 노동계급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노사 어느 쪽에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신중간층의 핵을 이루고 있다.
- 『사회학사전

사전을 찾아보니 화이트칼라의 전통적인 정의는 이렇다. 요약하자면 ‘상품생산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생산직이 아닌 노동자’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정의다. 현대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게 저런 정의를 보여준다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단순하게 ‘상품생산을 하지 않는다’, ‘생산직이 아니다’, ‘정신노동을 한다’는 요소만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입으로 들어온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일보다 오랫동안 일해 온 블루칼라 노동자가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경우도 많고 육체노동 없이 게임이나 음악 등 무형의 상품을 만드는 경우도 생겼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경계가 점차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블루, 화이트 둘 밖에 없던 구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두뇌를 활용해 높은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골드칼라, ‘첨단 기술을 통한 새로운 생산노동’에 종사하는 그레이칼라 등의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참여와혁신DB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화이트칼라의 위치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전 세대에서 화이트칼라, 속칭 ‘펜대 잡는 직업’의 위상은 대단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많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모두들 나는 아니더라도 자식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교육열은 그 열기를 부채질했고 그 결과는 현재 젊은 구직자들의 취업 현실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마냥 어려워졌다.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3~40대 명퇴, 60대 은퇴 후 생활 등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 있다. 이제 젊은 사람들은 ‘안정성’이나 ‘수익’이 담보된다면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화이트칼라가 이전만큼의 위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와혁신DB

야근에 주말출근, 의미도 보상도 없는 직장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 산더미 같은 일과 씨름하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온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A씨는 99년에 입사해 17년 동안 증권사에서 일했다. 증권사의 하루는 7시 반에 시작한다. 출근을 마치고 업무 준비를 하다 8시부터 30분간 회의를 한다. 이후 장이 시작하는 9시 전까지 자신이 맡고 있는 고객들에게 오늘 하루 주식 시장 전망과 투자 내용을 브리핑하고 장이 끝나는 3시까지 주식매매를 진행한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고객을 만나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을 할 때도 있다. 장이 끝나면 다시 고객들에게 전화를 넣어 오늘 투자내용과 수익을 보고하고 이후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저녁 늦게까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방문을 한다.

“평균적으로 7시 반부터 5시까진 근무한다. 야근은 고객 섭외를 위해 늦게까지 외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지원 쪽은 요즘 ISA 같이 새로운 상품이 나오게 되면 관련 준비를 하기 위해 야근을 한다.”

A씨는 규모가 꽤 되는 증권사에서 근무하지만 야근 수당을 받지는 못한다. 야근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아침에 야근을 언제까지 하겠다고 사전 신청을 받아야 한다. IT 같은 사업지원부서 같은 경우는 일정을 정해서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어느 정도 야근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고 실제로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영업직의 경우, 야근을 신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누가 일이 생길 것을 예상해서 미리 야근하겠다고 지점장, 부서장까지 결제를 받겠나. 불필요한 야근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일이라는 것은 돌발적으로 생기고 처리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 예상이 불가능하다. 일이 예상되어도 눈치가 보여서 신청하지 못한다.”

출판사에서 기획·편집을 하고 있는 B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출판사의 경우 책의 출판 마감일에 따라 업무의 양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9시까지 출근해서 업무준비를 한 다음 6시까지 기획서를 작성하고 교정을 보거나 샘플 원고 작성, 시장 조사, 작가 관리 등의 업무를 6시까지 진행한다. 하지만 마감이 닥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감이 가까워지면 업무가 몰린다. 작가들이 원고를 꾸준하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며칠씩 밤을 새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아예 옷가지를 가져와서 1주일이 넘게 야근을 하기도 했다. 한 달을 기준으로 1주일은 야근을 하는 것 같다.”

B씨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잦다. 회사 임원이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B씨의 회사는 주말에 출근해 4시간 이상 일하면 반차를 주는 식으로 보상을 한다. 한가해지면 쌓인 휴가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B씨는 주말출근 역시 반 강제적인 것이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장이나 이사가 금요일쯤에 회사를 한 바퀴 쓱 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주말에 뭐 하나?’, ‘나는 주말에 나와서 일 좀 할 생각인데 ○○씨는 어떤가’하고 압박을 준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누가 거부할 수 있겠나.”

전근대적인 야근문화 역시 B씨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루 일을 모두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옆 팀에서 야근을 한다면 B씨의 팀장이 ‘옆 팀에서 보기에 그러니 우리도 일을 조금 더 해주자’고 야근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아주 비효율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해서 일을 다 끝나고 할 게 없어지니 그냥 앉아있었는데 일을 더 주더라. 지금은 옆 팀의 일이 많아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으면 내가 열심히 해서 오늘 이 일을 끝낼 수 있더라도 일부러 일을 늦춘다. 어차피 기다리자고 해서 야근을 해야 하고 열심히 하면 일이 더 나오니 서둘러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업무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4년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총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을 많이 하는 만큼 능률도 쑥쑥 오르고 돈도 일하는 만큼 받으면 좋겠지만 꿈같은 이야기다.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추가근무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고 ‘일을 오래 해야 능력 있는 직원’이라는 전근대적 문화는 아직도 기업 깊숙이 뿌리내려있다. 인터뷰 대상자 모두, 야근은 일정부분 필요하지만 노동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보상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료를 밟아야 내가 돈 많이 받는 구조죠”

ⓒ참여와혁신DB

하지만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야근쯤은 감수할 수 있다 말한다. 결국 임금과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성과와 경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일한 성과를 모두 인정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과장 기준으로 500만 원을 받는다고 치면, 절반 정도가 기본급이다. 상여금이 120~130이고 나머지 100~120정도가 성과급이다. 특히 인센티브는 목표를 채워야 주어진다. 어떻게든 목표를 채우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

A씨가 일하는 증권사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조직성과급에 대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직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지점별, 부서별로 지급되는 성과급 총액을 지점장, 부서장이 직원에게 배분하는데, 얼마를 어떻게 배분하는지는 순전히 지점장, 부서장의 몫이다.

“완전히 자의적 기준이다. 일방통행으로 결정된다. 눈에 들면 많이 받고 밉보이면 적게 받는다. 예전에는 다면평가를 해서 일정 부분 상향식 피드백을 했는데 얼마 전에 다면평가가 폐지되었다. 상사가 마음대로 줘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영업성과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제할당법을 적용해 전 직원을 5개 등급으로 나눠 지급하는데 A씨는 성과를 내는데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냥 직원 개인의 실적에 따라 보상받으면 되는 것을 묶어서 나눠버리니 회사에서는 협업이 사라지고 동료 간에 불신과 과다한 경쟁이 자리잡게 되었다.

“본사 같은 경우는 혼자 일하는 구조도 아니고 협업을 해서 경쟁사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런 구조를 무시하고 임의대로 구분해서 측정하니 문제다. 부서간 경쟁을 붙이니 내부 결속은 흐트러지고 결국 각개전투가 된다. 옆에 동료를 밟아야 내가 더 많이 받는 구조니 회사 전체로 봐서 성과가 나오겠나.”

B씨의 경우 역시 주관적 평가기준에 대한 불만이 크다. B씨가 근무하는 출판사는 연봉제라 1년에 한 번씩 연봉협상을 한다.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회사 대표가 주변 직원들에게 대상에 대해 질문하고 그걸 바탕으로 연봉인상폭을 결정한다. 어떠한 기준이나 객관성도 없이 주먹구구식 판단만이 존재한다.

“평가가 너무나 주관적이다. 대표가 부장이나 팀장에게 ‘요즘 ○○○씨 어때’하고 물어보고 그걸 바탕으로 결정한다. 일을 잘해도 부장 눈 밖에 났다면 그냥 연봉이고 승진이고 누락이 된다. 내 능력과 보상은 관계가 없는 것이다.”

B씨가 전에 다니던 직장은 대형 출판사였다. 그 곳에서는 책 판매 부수를 기반으로 성과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출판·기획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본업보다는 판매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맥을 통해 책을 팔고 포탈과 SNS 등을 통한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을 하기 시작했다. B씨는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책을 파는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 기준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부경쟁 또한 일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할 정도였다. 한 회사에서 같은 과목의 교과서를 다른 저자가 출판하게 되었는데 회사에서는 의도적으로 내부 경쟁을 붙였다. 그러자 건전한 경쟁보다 부작용이 심해졌다. 책임자가 직위를 이용해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뺏어가거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할 일도 마음대로 시작하기도 했다. 상대팀에서 야근을 한다고 야근을 시키고 밤중에 몰래 상대 팀에 들어가 도둑질을 해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상대 팀은 밟고 올라가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상대 팀에 대학교 동기가 있었다. 그걸 알자마자 위에서는 서로 인사도 못하게 했다. 상대팀에 우리 아이디어가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동기와 밥을 먹으려고 회사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가서 만나기도 했다. 서로 같이 도와주면서 잘되면 좋은데 경쟁이 사람을 치사하게 만든다.”

대상자들 모두 성과와 경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쟁과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성과와 경쟁만을 위한 시스템, 문화가 오히려 성과와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같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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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반응과 인정, 화이트칼라를 움직이는 힘

이렇게 지금까지 선망받던 ‘펜대 잡는 직업’은 사실 오랜 시간 동안 만성적 피곤에 시달리며, 성과와 경쟁에 치이는 사람들의 일이었다.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특히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2년,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1/4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는 기업 전체의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중 8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성이 없다’, ‘경쟁이 어렵다’ 등 여러 가지 객관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상부에서 무조건 되게 하라는 식으로 나오면 진짜 우울해진다. 내 노력과 능력이 부정당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또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에 대해 제약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고 휴가 계획을 잡았는데 무산되거나, 가족이 아픈데도 일을 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대체 이 일을 왜 해야 하나’ 싶다. 자괴감이 많이 든다.”

“영업정책으로 인해 회사에서 특정 상품을 팔라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상품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팔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 상황에 의해서 예상대로 손실이 나고 그로 인해 고객에게 원성을 사게 되면 가장 힘들다. 내가 고객에게 내 판단으로 어떤 상품을 권하고 팔았는데 그게 문제가 생겼다면 내 책임이니 인정할 수 있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회사의 밀어내기식 마케팅에 의해 팔고 원성을 들으면 정말 힘들다.”

인터뷰에 응답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특히나 힘들어했다. 휴가, 휴직, 보상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도 일에 대한 실망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과 실망 속에서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일을 한다. 모든 노동자들은 단지 임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든 노동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일하는 이유’ 역시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발행하는 책 뒤에는 항상 엽서가 들어간다. 책에 대한 반응, 개선점 등을 보기 위해 첨부하는데 추첨해서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가끔씩 엽서가 오는데 ‘이 책을 통해서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소개해 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책을 내면 좋을 것 같다’는 응답이 오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런 엽서를 받은 날이면 지금 내가 만드는 책도 조금 더 열심히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 스스로 원해 야근하는 일도 있다. 내 이름을 걸고 나가니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영업을 하면 장이 호황일 때도 있고 불황일 때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장이 잘 되어 수익이 많이 나서 고객이 좋아하면 나도 고객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가장 보람이 있던 기억은 장이 폭락했는데 내가 방어를 잘 해서 손실을 최소화 했고, 고객이 찾아와 손을 잡으며 ‘내 재산을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그 동안 일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의 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능력에 대한 인정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일에 있어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 일을 즐겁게 만들고 더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2015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직업인의 직무만족도 실태’에서는 직무만족도와 23개 직업지표 항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직무만족도에 소명의식, 사회적 평판, 임금, 복리후생, 자기계발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을 통해 노동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능력을 바탕으로 다시 적극적으로 일하는 선순환이 화이트칼라 일터에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