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 공공병원은 어떻게?
성과연봉제 도입, 공공병원은 어떻게?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5.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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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전후 노사관계 악화, 다시 연공급제로 돌아가기도
공공성·특수성·공정성 고려한 성과연봉제 되어야
[사건]공공병원 성과연봉제 도입

총선에서 여당의 독주가 가로막히고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역시 30%를 밑돌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처리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특히 입법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공공부문은 최우선 개혁대상이다. ‘성과주의 확산’이라는 기조 아래 작년부터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의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발표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2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공부문에서 구조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120개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특히 병원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많은 공공병원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사 간 마찰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로 인한 과도한 이윤추구와 모호한 성과평가기준을 문제 삼지만 사측은 적자해소와 능률 향상 등을 위해 성과연봉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2016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예정

지난 1월 28일 기획재정부는 제2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간부급(12급)에게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2010년 6월 도입)대상을 4급 이상 직원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 인원 중 7%에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가 전체의 70%까지 확대 적용될 방침이다.

성과에 따른 차등은 기본연봉의 경우 현행 12급 2%에서 1~3급 평균 3%로 확대되었고 성과연봉은 20%(준정부기관)~30%(공기업)였던 것이 1~3급은 현행 수준 유지, 4급은 15%(준정부)~20%(공기업)으로 늘어났다. 이번 권고안은 공기업의 경우 2016년 상반기 중, 준정부기관은 2016년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업무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으로 동기부여와 일하는 분위기가 뒷받침될 것”이라며 “성과연봉제 확대에는 초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기관과 개인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공기관의 적극 수용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기재부의 발표를 앞두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반대했다. 더불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노조들과의 연대투쟁도 예고했다.

ⓒ참여와혁신DB

공공병원, 도입 놓고 노사갈등, 부작용도 심각

공공병원 중 일부는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동부병원의 경우 2005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이민화 서울시동부병원지부장에 따르면 도입 이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이로 인해 노동조합이 결성되었고 결국 2013년에 다시 호봉제로 전환해 운영해오고 있다.

ⓒ참여와혁신DB

이 지부장은 “성과연봉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평가제도의 모호함이다”고 말한다. “업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없이 평가를 하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평가자의 주관적 감정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이름만 아는 다른 부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어 평가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이러다보니 다면평가를 하면서도 컴퓨터에 점수를 모두 A를 주고 이름만 바꿔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한다.

병원의 특성을 무시한 성과평가기준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은 개인의 능력 여부보다는 긴밀한 협업에 의해 결정되는데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게 되니 평가시기가 될 때마다 불신과 불안,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만연하는 등 오히려 협업의 분위기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며 “합리적인 제도로 부서원끼리 건전한 경쟁문화와 조직 활성화로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 지부장은 평가로 인해 “업무향상이나 능률의 증가보다 상급자 눈치보기, 줄서기, 부서이기주의 등이 만연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결국 서울시동부병원이 2005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이후 직원들 간의 임금격차가 더 커졌다. 근거 없이 최저평가를 주기 부담스러워 육아휴직, 병가, 신입직원들에게 최저평가를 줬고 결국 복직한 직원의 경우, 신규직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임금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직원들의 이직률(2011년 간호팀 이직률 43%)은 높아졌고 종사자들 사이에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소문이 도니 신규직원은 줄어들었다.

더불어 공공의료의 역할을 해야 하는 병원이 돈 안 되는 취약계층 환자보다 실적을 위해 일반·보험환자를 유치하려고 하려는 문제도 벌어졌다. 주기적으로 경영평가라는 자리를 만들어 전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보험환자, 일반환자의 비율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고가의 의료장비를 얼마나 많이 이용했는지를 발표했다.

현재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보훈병원의 경우 역시 비슷하다. 보훈병원 미래전략실에서는 2015년 9월 23일,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실적을 연말전망에 비해 매우 저조한 상태로 보고 각 보훈병원별 현장점검결과를 토대로 목표관리제에 따라 성과달성을 위한 지침을 하달했다.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 계량점수 목표달성을 위한 외래실적 향상계획 수립 시행 ▲ 전문의별 실적(입원, 외래, 투약일수, MRI, CT, 수술), 인력증감 등 분석 ▲ 조기적 단순 투약처방 환자(고혈압, 당뇨 등) 대상 검사 및 검진 활성화 ▲ 건강점진 환자 유치, 검사주기 단축 등 ▲ 평일 연장근무, 잔여기간 주말근무 확대 등 ▲실적부진한 주요검사(ANGIO, PET-CT) 활성화 계획 수립 이행 등 매출액 실적을 올리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양승헌 보훈병원지부 서울지회장은 “준정부기관인 보훈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룸 ▲국가유공자가 대상인 특수목적 공공병원 ▲장기·노인환자의 비중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특징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정부의 성과제 도입을 비판했다. 보고서에서 나타난 것 이외에도 수익 중심의 경영평가를 통해 대졸초임을 삭감하고 383명 보조인력의 직제 삭제 및 임금피크제를 실시, 간부직과 의사직의 성과연봉제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양 지회장은 “이제는 일반 직원에게까지 성과연봉제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부병원의 사례와 같이 높은 이직률과 인력부족으로 인한 최하위 간호등급, 성과경쟁에만 몰입하는 문화 등이 확산되어 보훈병원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참여와혁신DB

이외에도 몇몇 병원에서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놓고 노사갈등을 겪고 있거나 도입이 된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오병희 원장 취임 이후 의사성과제를 실시했으며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2015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박경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의사들에게 도입된 성과제는 환자의 선택진료비의 일정 %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1분도 안되는 시간에 환자를 검진하거나 1인당 진료비를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를 종용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직원 성과연봉제 도입은 막아낸 상태지만 앞으로 병원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노사가 총 경상이익에 따라 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차이와 연동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민간병원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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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공공성, 특수성 감안한 공정 기준 마련해야

결국 문제는 ‘공정한 평가기준을 만들 수 있는가’와 ‘성과연봉제가 공공병원의 공공성과 특수성을 저해하는가’로 귀결된다.

정부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서 “성과 중심 문화 정착을 위해 성과평가시스템의 공정성 및 수용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는 현장의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에 급급해 이러한 요건은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동부병원의 사례와 같이 평가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병원 성과연봉제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도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부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평가제도에서 수치화·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가 제한적인데다, 사용자의 재량권이 광범위하고, 주관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결과 또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공정한지에 대해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의 업무는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것을 수치로 계량화하여 개인별 평가지표를 만들기도 어렵다 말한다. 박경득 지부장은 “의사는 모르지만 병원 근무자들은 평가 산정 기준을 만들기가 애매하다. 산부인과 병동의 간호사와 정형외과 병동 간호사 중 누가 어떤 일을 잘해서 성과급을 더 많이 준다고 할 수 있겠나”고 반문한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공공병원의 공공성, 특수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말한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거나 깎는 성과연봉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업무특성이나 협업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 전혀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다.

나 실장은 “가장 쉬운 방법은 매출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검사건수, 진료건수, 수익창출목표, 비용절감목표 등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는가가 평가의 지표가 된다. 결국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라는 편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환자안전 위협과 병원비 부담 증가 등 환자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조들은 병원성과제에 대한 대안으로 ▲ 생애주기와 직무가치, 숙련성이 반영되는 임금체계의 마련 ▲ 역량강화와 교육훈련,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평가체계 마련 ▲ 인력확충을 통한 성과연봉제의 긍정적 목적 대체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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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반대보단 대안 찾아야

하지만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병원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본질적,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성과연봉제가 병원의 비용절감에 있어 기존의 병원보다 약 10% 효과적이라는 외국의 연구도 있다. 성과급 시행 이후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폐지함으로써 개선이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영국 의료제도인 1차 의료에 있어 성과급의 도입이 비용절감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의 대안 제시에 대해서도 비판점이 있다.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보건의료노조의 대안에 대해 “적정인력 수급 등 인력확충방안은 병원성과연봉제의 대안이라기보다 보건의료인력의 양성과 관리에 있어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며 “병원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병원성과제에 대한 정확한 대안보다 현재 산별노조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엮는 아전인수식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과연봉제가 병원의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면, 병원의 특수성,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명확한 성과평가기준과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성과연봉제를 개인에 적용하기 보다는 병동 단위나 진료과 및 행정 조직 단위의 조직적 접근을 통해서 성과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인센티브도 기존의 급여를 줄이고 그것으로 차등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급여를 유지하는 속에서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산업학회의 ‘병원의 성과급제 운영실태 및 활성화 전략’에서도 병원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성과연봉제에 대한 이해과 공감 ▲객관적 성과지표가 합의에 의해 설정 ▲성과 측정채계 구축에 있어 구성원들의 참여 ▲노사간의 신뢰 등을 들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한을 정해놓고 경영평가로 기업을 압박하기보다 시간이 들어도 공정한 측정체계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한 대안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