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노조, 다시는 갈라서는 일 없기를
하나의 노조, 다시는 갈라서는 일 없기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5.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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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노조 통합 아홉 달, 민주노총 가입까지
기관사 자살… ‘2인 승무’ 시범실시라도 해야
[사람]명순필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위원장
▲ 명순필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최근 서울에서 지하철 관련 이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3개로 찢어져 있던 조직이 한 데 모여 탄생한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 명순필)의 초대 집행부를 이끌게 된 명순필 위원장은 굵직한 현안과 마주쳤다. 1·2기 지하철 양 공사 통합은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무산됐고, 6호선에서는 공황장애를 호소하던 기관사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노조 통합 이후 조직 안정화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통합 후 안정화 단계… 조합원들의 선택은 ‘민주노총’

지난해 7월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기존 3개 노조의 통합이 마무리됐다.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 통합 이후 지난 9개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전에 3개 노조로 갈라져 있으면서 힘든 상황이 많았다. 노동조합 간 싸움도 있었고,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공사 통합이나 노동개악 같은 큰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노조 통합을 추진해 왔던 거다.

일단 조합원 수가 늘고 있는 걸 봤을 때 성과는 있다고 본다. 조직 대상 직원들 중에서 거의 다 노조에 가입했다. 개인적으로는 초대 집행부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서 공사 통합이나 노동개악 등의 난제를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합원들 중 3분의 2 이상은 현 지도부를 따라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3개 노조가 합쳐졌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도 있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니까. 보통 초대 집행부가 실수를 하는 일이 많으니까 통합 노조가 1년이나 가겠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통합 이후에 조직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는 안정되게 왔다고 생각한다.”

상급단체 가입에 관한 조합원 투표 결과 64.8%의 조합원이 민주노총을 선택했는데, 이러한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조가 통합되기 직전에 규모 면에서 크게 두 개의 노조가 있었다. 하나는 민주노총 소속인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 소속인 서울도시철도통합노동조합이다. 조합원 수로 보면 한국노총 쪽이 더 많았다. 거기가 2,700명쯤 됐고, 민주노총 쪽이 2,200명 정도밖에 안 됐다. 노조를 통합하면서 1년 안에 상급단체를 결정하기로 정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6월 30일 전에는 이걸 끝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64.8%의 높은 비율로 민주노총이 선택됐다. 생각보다 높은 비율이다.

이번 투표에서는 노동개악 저지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민주노총이 그나마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겠다고 조합원들이 생각한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면 민주노총에 대해 파업, 해고자, 투쟁일변도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논란이 없었다. 만약에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 같은 식으로 했으면 불화가 생겨날 수 있었을 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놓고 하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싸움이 없었다. 물론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내부 문제에 우선하라는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것은 잘 균형 있게 해갈 문제라고 본다.”

▲ 서울도시철도공사 고덕차량기지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공사 통합, 조합원 71%가 찬성하고도 무산된 이유

1·2기 지하철 공사 통합방안이 어렵게 합의됐지만, 서울메트로 양 노조에서 부결되면서 무산됐다. 공사 통합 무산으로 인한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이 크다. 70%가 넘는 조합원들이 찬성했는데, 집행하지 못했다. 공사 통합 합의안에는 장기적인 면에서 많은 의미가 있었다. 물론 인력감축이라는 아픔도 있었지만 직급제도 개선이라든가 외주화를 직영으로 환원시키는 부분들,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말 아쉬웠던 건 뭐냐면 일부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얼마나 있는지, 손해는 없는지에 치중한 점이다. 공사 통합을 안 하면 노조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제한된다. 직급제도 개선, 1인 승무 문제, 직영화 같은 것들에 관한 협상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이 해줄까? 그런 건 서울시장과 논의해야 한다.

조합원들도 통합 무산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했다. 서울지하철노조에서 특정 직능은 찬성률이 확 올라가고, 어떤 데는 반대가 훨씬 많았다고 들었다. 우리도 진급이 빠르고 직급이 높은 분들은 공사 통합 합의안 중에서 직급제도 개편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 15년이나 20년 차이나는 후배하고 왜 같은 직급이 돼야 하느냐는 건데, 조합 입장에서 봤을 때는 경쟁하지 않고 안정된 체계를 원했던 거다. 일반적인 기업 합병은 자기들끼리 다 진행한 다음에 노동조합한테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협의하는 식이다. 조직개편이나 직급체계는 인사권인데, 여기에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합의안을 보면 선 조정과 후 조정으로 나뉘는데, 선 조정 항목에 공사 통합의 기본방향이나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을 다 포함시켜놓고 통합공사 출범일 전까지 조정을 한다. 공사 통합 무산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이러한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지난달 19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모습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그래도 서울도시철도노조에서는 합의안에 대해 71%라는 높은 찬성률을 보였는데?

“찬반투표 전 열흘 동안 현장활동을 하면서 집에 거의 못 들어갔다. 합의안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판단하기 힘드니까 지금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내 생각을 쭉 얘기하고, 의지를 밝힌 부분도 있고. 지부장들 모여서 하는 집행회의만 이틀 동안 했다. 지부장들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는 게 많았다. 도철에서 합의안이 통과된 건 그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으면 공사 통합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상당수이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암묵적으로는 공사가 통합되면 노조도 통합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더 커진다는 이유도 있다. 처음에 서울시에서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하고 분리한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경쟁체제 도입이지만, 한편으로는 노조의 힘을 분산시킬 의도도 있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강성노조였다. 지금은 인력감축으로 정원이 줄어서 그렇지 당시에는 양 공사 합쳐서 2만 명에 달했는데, 수도권에 2만 명 조직이면 상당히 큰 노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판단하기에 노동조합이 커져서 강해지면 근무여건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길 거라고 본 것 같다.”

추후 양 공사 통합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확률 상 없다고 볼 수는 없는데, 갑자기 다시 추진될 거라 생각은 안 한다. 노사정 합의에 의해서 노조가 반대하면 중단하겠다고 했다. 공사 통합 무산의 원인은 노조가 반대해서다. 박원순 시장에게도 다시 추진할 명분이 없어졌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노조가 다시 요구하는 건데, 그런다고 박원순 시장이 재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지하철노조에서 공사 통합 무산에 관한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한다고 들었다.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대의원대회에서 공사 통합 합의안 재투표 실시가 결정된다고 해서 집행부가 바로 재투표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노동조합이 요구를 해서 논의가 붙여질 수 있다고 한다면 공사 통합 재추진의 시발점은 될 것 같다.”

명순필 위원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다음 날인 4월 21일, 서울지하철노조에서는 양 공사 통합 재투표 여부를 놓고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대의원들이 뒤집을 수 없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며 재투표는 성사되지 못했다.

▲ 명순필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기관사 죽음의 릴레이 막기 위해 2인 승무 절실

최근 6호선 수색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가 정신질환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만 이번이 9번째 사고인데, 유독 2기 지하철에 기관사 자살 사고가 집중된 이유와 해법은?

“물리적인 환경을 보면, 1기 지하철 같은 경우는 그래도 지상구간이 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이 지하구간인 데다 심도도 깊다. 한 층 내려가서 걷는 것하고 한참 내려가서 걷는 것하고 다르다. 답답하고,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다 알다시피 도철은 1인 승무다. 그러다 보니까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온다. 1인 승무는 시민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도 있지만, 기관사들이 받는 직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박원순 시장이 기관사 종합대책을 내놓고 최적근무위원회 권고안이 나왔는데, 그 핵심은 2인 승무다.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주검으로 발견될 때까지 노동조합도, 공사도 이 분이 아픈 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아프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 조치가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같은 경우는 휴가를 1월부터 다 썼으니까 관리자들은 알았을 거다.

근본적으로는 2인 승무의 시행이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 19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천막농성 들어갔다. 예산이 없으면 시범실시라도 해야 한다. 러시아워에 보면 승강장이 꽉 찬다. 그 시간대에라도 우선 해보자는 거다. 이번에는 2인 승무가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오래 가더라도 성과가 있을 때까지 농성을 계속 할 거다.

지난 13일에 부산지하철에서도 한 분이 돌아가셨다. 거기도 최근에 2인 승무였다가 일부 1인 승무로 바뀌었는데,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분명히 문제가 터질 거다.”

노동조합에서는 그 외에 ‘구시대적 노무관리’, ‘병폐적인 조직문화’ 역시 주요인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노무관리와 조직문화에 어떤 문제가 있나?

“6호선의 경우 사측의 노무관리 방식이 상당히 전근대적이다. 직원들을 서로 비교하고 평가한다. 심하게는 직원이 가입한 노조의 성향까지 분류한다. 직원이 노동조합하고 친하면 발령을 내거나, 진급이 막힌다. 왕따도 시키고. 반대로 관리자한테 술을 자주 사거나 아부하는 사람은 진급을 시켜준다. 그러면 현장은 그런 문화에만 익숙해진다. 불만이 있어도 얘기하기 어려워진다. 답답한 일이 생겼을 때 관리자한테 얘기하고 차라리 싸우면 속에 있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