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조’ 하지만, 더 멀리 바라본다
‘작은 노조’ 하지만, 더 멀리 바라본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5.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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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과 함께 성장한 집행부
노조 위상 바로 세우는 것이 목표
[사람]선희중 금융노조 한국자금중개지부 위원장
▲ 선희중 금융노조 한국자금중개지부 위원장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는 지난 1996년 원화 자금중개 시장의 통합 발전을 목표로 세워진 회사다. 설립 이후 한국자금중개는 외국환, 채권, 파생상품 중개 업무 등을 추가로 취급하면서, 당초 설립 목적에 충실하는 한편, 금융기관 간 종합 중개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선희중 금융노조 한국금융중개지부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조직임을 강조했다. 말마따나 ‘작은’ 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노조 전임자가 생기면서 확실히 전보다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늘 부담스럽고 금융노조 산하 여타 지부에 미안한 부분이기도 하다. 가능한 한 많은 활동에 동참하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금융노조 산하 전 지부의 정기대의원대회에는 모두 참석을 했고, 집회나 투쟁 현장에도 최대한 가서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전에 노동조합 비상임 간부를 맡고 있는 중에는, 현업 업무와 함께 노조 활동을 병행하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다. 내 일이 너무 바쁜 와중에 쉽지 않았다.

조합원이 30여 명 규모인 작은 노동조합에서 위원장이 전임자로 활동할 수 있기까지 일련의 이야기가 있다. 여하간 많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 어디든 최대한 참석하고 힘을 보탤 것이다.”

얘기처럼 지부는 그간 상근 전임자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나?

“지난해 9월 경 있었던 상황을 보면 되겠다. 그동안을 생각해 보면, 경영진, 임원들은 늘 낙하산으로 내려왔으니까 차치하더라도, 업무부서 부장 자리에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말 이건 아닌 거 같았다. 임원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해당 업무부서의 최고 관리자는 직원들 모두가 앞으로 꿈꿀 수 있는 미래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 것으로 손 꼽히는 게 승진 아닌가? 일반 직원 출신인 나는 아무리 노력하고 출중하더라도, 낙하산 인사로 인해 임원 승진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고 하면, 차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목표는 부서의 장 아닌가. 정권의 주요 인사가 여기에까지 손을 뻗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참 치사하기도 하고. 노동조합에서도 정말 할 말이 없더라.

도저히 안 되겠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들끓어 올랐다. 노동조합에서는 이걸 반드시 타 넘어내야 했다.

방법이 있나? 그동안 노동조합이 투쟁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에 상의를 했다. 일단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투쟁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아는 것처럼 전임자가 없다는 점, 그리고 그간 회사 정서 등을 고려해볼 때 투쟁이 잘 될까 싶기도 했다”

▲ 선희중 금융노조 한국자금중개지부 위원장

이와 같은 과정에 성과가 있었나?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일단 금융노조에 회사의 현안을 들고 들어가서 투쟁의 절차에 대해 논의한 거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한 압박으로 받아들이더라.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회사의 내외가 널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안 문제로 노동조합이 무언가를 이슈화한다는 것에 대해 사측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회사에 대한 모든 게 잘 알려진 게 없었으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러다보니 경영진은, 심지어 단 한 주도 회사 지분을 갖지 않은 경영진이 어디 눈치볼 데 없이 많은 걸 누릴 수 있었으니까.

일단 어떤 사안이든지간에 우리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상관치 않고 노조는 투쟁 준비를 차곡차곡 밟아왔다. 사상 초유의 집회 개최도 염두에 두고 집회신고를 내기도 했다. 이런 즈음에 오니까 회사에서 백기를 들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무어냐고 물었던 것이다. 위원장은 외부의 투쟁 준비를 계속해 나가면서, 노조 간부들에게 실무적인 교섭을 지시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노조에서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사안들을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촉발됐던 인사에 대해선, 기존의 조직 구조에 별도 팀을 추가하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시 채권 자회사 인가를 기재부의 협조를 구해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되는 인사를 받지 않으면 정부에 ‘찍힌다’는 핑계를 댔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조직 내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조직문화를 살펴보자면, 한국자금중개는 많이 고색창연하다. 간부와 일반 직원들 간에 아직도 형, 동생하는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 여전히 서열, 라인 등의 문화가 주를 이룬다는 의미다. 그런 분위기에서 이른바 반기를 든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싶었다. 조직 내 숙원 사업들과 함께 회사에 결정을 요구했다. 거기에는 전임자를 받아들이는 부분도 포함돼 있었다. 여타의 사안들, 이를테면 적체된 승진 문제 같은 것은 회사가 쉽게오케이했지만, 전임자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결정이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