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하청노동자,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6.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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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해고·임금삭감 현실로… 고용안정 대책 요구
‘물량팀’ 금지하고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해야
▲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절규에 답하라”고 호소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조선업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지목된 울산·거제·통영·고성·목포 등 남해안 조선벨트의 하청노동자들이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절규에 답하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및 전남서남지역지회,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거통고 조선하청대책위) 등의 주최로 열렸다.

국회 앞에 모인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입던 작업복을 착용한 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작년부터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 협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대적인 임금삭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조선소 사내하도급은 다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원청 조선사가 용접, 취부 등의 업무를 하청을 주고, 이 1차 하청업체가 노동강도가 높은 일부 업무를 다시 하청을 주는 식이다.

이들은 이른바 ‘물량팀’으로 불리는데,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각 조선소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30% 가량이 물량팀이다.

이들 물량팀은 일감이 있을 때 모였다가 없으면 흩어진다. 과거 일감이 없을 때에는 일감이 있는 타 지역으로 옮겨 다녔지만, 국내 조선업 전체가 구조조정에 휩쓸리면서 ‘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절망감이 이들을 덮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고용안정 대책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업을 전제로 하는 대책보다 조선소 재벌과 원청 사업주에게 고용안정기금 조성을 촉구하고 인적자원에 투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입고 쓰러지는 내용의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또한 중장기적으로 조선업에 만연한 사내하도급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정부가 협력업체나 대기업을 지원할 게 아니라 하청 중심의 생산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물량팀 사용을 금지하고, 1차 하청업체가 물량팀 노동자들을 ‘본공’(상용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이날 ▲ 조선사 적자에 대한 원청사의 책임 강화 ▲ 원청사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 및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대적인 ‘노조가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후 3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주최로 열린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당사자가 말한다’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9일까지 ‘조선노연 1박 2일 상경투쟁’에 함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