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지는 확고, 제도 ‘성과’는 불확실
정부 의지는 확고, 제도 ‘성과’는 불확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6.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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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생산성 낮다”…연일 포문, 실상은 글쎄
개혁이라 말하고, 덮어 놓고 제도 도입만?
[커버스토리]공공기관 성과주의 제도 도입 ①

정부는 공공부문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로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는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추진해오고 있다. 경쟁 부재로 인해 공공기관이 비효율이 발생하고, 근무연수와 자동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결국 국민 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체 70%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이미 지난 2010년 6월에 간부직들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그 대상은 1급, 2급 직원이며, 이는 전체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7% 가량에 해당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 발표한다. 이는 기 시행 중인 간부직 성과연봉제를 최하위직을 제외하고 4급 이상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종사자의 70%에 해당된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를 기존에는 2%, ±1% 수준에서 평균 3%, ±1.5% 수준으로 확대하며, 이러한 기본연봉의 차등은 4급 직원의 경우 미적용한다.

하지만 성과연봉의 경우엔 4급 직원들도 차등을 적용 받게 된다. 1~3급 직원들의 경우 20%(준정부기관)~30%(공기업)까지, 4급 직원들은 15%(준정부기관)~20%(공기업)까지, 차등폭은 2배로 적용된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각 공공기관마다 성과에 따라 보수에 차등을 두도록 자구책을 마련하게 했으나,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별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큰 방향성에서 직원들의 성과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에 대한 평가 시스템, 지침, 규정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 평가지표의 설정 시 직원 참여 보장, 평가단 구성 시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절차 마련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 공공노련

정부의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따라 공기업은 2016년 상반기 중, 준정부기관은 2016년 말까지 제도도입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제도 도입을 위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력한 기관에 대해선 경영평가를 통해 이점을 주겠다고도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 둔화, 메르스 사태 등 국내외적인 위기요인 속에서도 공공기관 개혁의 성과를 이루었다”며 “이러한 공공기관 개혁 노력은 국가신용도를 상향 조정하는 데 기여한 요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은 “내부경쟁이 부족하고 조직, 보수체계는 동기유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며 “공공기관의 생산성은 여전히 민간기업의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추진되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대해선 “초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기관과 개인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공기관의 적극 수용을 당부한다”고도 덧붙이고 있다.

공공기관, 생산성 낮나?

정부가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연유를 기획재정부 수장의 공운위 모두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바로 공공기관은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첫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과연 공공기관의 생산성은 낮은가? 그리고 금전적 보상에 차등을 두는 등의 성과주의 제도 도입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도 이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14년 경북대 행정학부 하혜수 교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 교수는 1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중심 보수제의 효과 분석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기관장과 임직원들의 성과보수제와 일인당 매출액, 부가가치, 경영평가점수 등 기관 성과와의 연관관계를 실증 분석한 것이다. 결론은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가 1월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한 뒤 다시 내 놓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 권고안을 보면 그 애매모호함이 잘 드러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기보다, 다소 무리한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하게 될 시시비비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는지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권고안의 핵심인 ‘추진방안’ 부분을 보면 사법부의 판례 등을 인용하며 특히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참여와 혁신 DB

공공기관의 생산성이 낮다는 평가에서 늘 인용되는 데이터 중 하나가 높은 부채와 관련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공공기관의 높은 부채비율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과 연결시키는 것은 책임전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 정책 시행의 산물이거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뒤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점은 이윤의 추구를 최대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의미다. 수도나 전기, 가스 등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공급하는 데 있어서 민간기업의 상품 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수요와 공급을 따져가며 가격을 매길 순 없다는 것이다.

또 개별 공공기관마다 고유의 목적이 다양하고, 구성원들의 업무를 성과 중심으로 계량화하기 힘들다는 점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특히 강하게 토로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우려되는 문제점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본격적인 성과주의 제도 도입이 추진될 경우 발생하게 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계량적으로 측정할 때 고성과를 낼 수 있는 특정한 직무로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이목이 온통 집중된다면 과연 공공기관이 공공기관으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장애인들의 취업과 직업훈련, 고용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의 기능이 대표적이다. 송춘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지부 위원장은 “공단의 업무야말로 대표적으로 표나지 않는 일”이라며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성과주의 문화, 제도가 자리잡는다면, 품만 많이 들고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내는 게 어려운 중증장애인 고용지원과 같은 업무는 그 누구도 담당하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서간 협업이 중시되는 사업의 경우, 성과 경쟁이 과도해지면 제대로 남아날 사업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는 비단 장애인고용공단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간접고용 문제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더 심화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이미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문제는 각 기관이 ‘경영평가’에 크게 좌우되면서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공공기관에서 일하지만 공공기관 소속이 아닌 인력(소속 외 인력)은 68,841명으로 2011년 당시 52,936명보다 30% 넘게 늘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외주업체를 통해 고용한 파견, 용역 형태의 노동자들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즉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기관 소속이 아닌 이들은 해당 대상이 아니다.

ⓒ 금융노조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나쁜 처우를 받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파견, 용역 직원을 크게 늘린 것은 정부의 정원과 인건비 규제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선 이들 간접고용을 위한 지출이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잡혀 있다.

정부에 의해 이뤄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공공기관의 업무효율 계량이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이를테면 노동생산성 지표는 부가가치/평균인원으로, 사업수행 효율성측정은 순사업비/평균인원으로 산출된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공공기관의 자신들의 사업에서 부가가치나 순사업비를 단시일 내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분모인 평균인원을 줄이는 것이 지표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정식 채용이 아닌 간접고용을 공공기관이 선호하는 이유다.

정부가 다소 잡음에도 불구하고 성과주의 제도 도입을 비롯한 공공기관 규제의 목을 조이는 것을 늦추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다수 대중들이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고용이 안정적이고 보상이 높은,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을 대중들 다수가 갖고 있다. 그래서 ‘철밥통’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처럼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이들의 근로조건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정말 국민 다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라면 그것대로 씁쓸한 현실인 게 사실이다.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진 것은 공공기관의 잘못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을 공공기관 종사자 전체의 연대책임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특히 부정이나 비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이들이 특히 공공기관의 고위직 인사라고 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