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 100일, 그 전에 끝낼 수 있다면
한광호 열사 100일, 그 전에 끝낼 수 있다면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6.15 10:2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골적 노조파괴, 검경·노동부는 2중대?
유성기업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원청 정규직
[사람]김성민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

2011년 5월 18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와 아산지회는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다. 경찰병력이 투입되면서 1주일 만에 파업은 끝났지만 6년 동안에 이르는 기나긴 투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유성기업-창조컨설팅-현대차’로 이어지는 이른바 ‘노조파괴’의 사슬이 드러났고, 유성기업은 가학적 노무관리의 대명사가 됐다.

조합원들의 마음은 병들어갔고, 끝내 유성영동지회 조합원 한광호 씨가 운명을 달리 했다. 동료들이 그를 ‘열사’라고 부른지도 어느덧 100일이 다 돼간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초라하게 차려진 간이 분향소에서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을 만났다.

▲ ⓒ 참여와 혁신 DB

현대기아차그룹을 ‘노조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한 이유는?

“2011년 9월에 최○○ 현대차 구매담당이사 차량에서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파업에 관해 논의한 문건이 나왔다. 올해에도 두 회사의 임원들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의 회의 일정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2011년에는 현대차가 유성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의 단가를 23% 인상해줬다. 이 23%는 현대차가 대준 노조파괴 비용이다. 파업 중인 부품사가 뭐 예쁘다고 단가를 인상하겠나?

2008년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원하청 불공정 거래가 논란이 됐다. 현대차가 부품사를 수직계열화 해서 단가를 후려쳐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니까 수익을 내기 위해서 노조를 깨주기로 한 거다. 그때부터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대림자동차, 유성기업까지 창조컨설팅과 현대차가 개입돼 있다.”

▲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

‘사측 주도로 설립된 노조는 설립 무효’라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업노조와 유사한 ‘유성기업새노조’의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졌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노동부가 이중으로 잣대를 들이댔다고 본다. 2011년 천안노동지청에서 직장폐쇄를 받아줬지만 법원에서 그것이 불법이라고 판결했고, 제2노조 설립신고를 받아줬는데 그것도 법원이 불법이라고 했다. 노동부가 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자라고 본다. 원칙대로만 했어도 회사가 이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았을 거다. 이번에도 노동부가 ‘새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으면서 이번에도 끝내 회사 편을 들어줬다.

소위 ‘관작업’이라고 해서 로비가 있었던 것 같다. 창조컨설팅에서 작성한 문건에 정부기관과의 작업을 많이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우리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자세히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여태껏 우리의 짐작이 맞았던 경험을 보면 관작업이 실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본사 앞 집회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

“현대차 본사 앞은 현대차에서 집회신고를 내고 있다. 드라마 <송곳>에 보면 노동조합 측 이수인 과장이랑 사측 용역업체 직원이 달리기를 하는데, 여기가 그런 모습이다. 우리가 현대차 본사 앞에다 집회신고를 내긴 했는데 1순위는 현대차고 우리는 2순위다. 법적으로는 장소가 겹칠 때 시간이나 구역을 조정해서 집회를 하게 돼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그야말로 ‘유령집회’를 하고 있는데, 경찰은 그것도 집회라고 한다. 지난 22일에는 우리 조합원들이 집회신고를 하려고 서초경찰서로 갔다. 담당 경찰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그쪽에다가 지금 오라고 얘기를 했다. 우리가 항의를 하니까 예약된 거라고 그 경찰이 말했다. 다시 항의를 해서 겨우 6월 24일에 범국민대회 집회신고를 냈다.”

오는 24일에는 ‘한광호 열사 100일 1박 난장투쟁’이 예정돼 있다. 이때를 6년 간 투쟁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나?

“우선 그 전에 끝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유시영 회장이 나오면 아무 조건 없이 교섭하겠다고 얘기를 했었다. 회장 옆에 자기들 이익 챙기려고 회사를 망쳐먹는 환관들이 많다. 그 사람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사측이 불리할 거라 본다. 결국 빨리 사태가 정리되는 길은 유시영 회장이 직접 나오는 것이다.

사측이 우리 지회를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2011년 이후로 조합원들이 임금 40만 원 받고도 안 깨졌다. 물론 조합원들이 힘들어하는 건 맞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의 투쟁에 열심히 연대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투쟁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이야기했다. 또 지회의 지도부가 헌신적이면서 층도 두텁다. 강한 조직력을 통해서 한광호 열사 100일 전에 투쟁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유성영동·아산지회의 투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있고 10년 후에 외환위기가 왔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눠졌다. 하지만 그 간격을 좁히지 못했고, 그로부터 다시 10년 후에 노조파괴가 들어왔다.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 수 없고, 만들어도 깨지기 때문에 더 이상 자본가들이 건들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 정규직이다. 우리가 깨지면 언젠가 현대차 노조도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유성기업 투쟁이 중요하다.

사용자는 노동부, 검찰의 엄호로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조그마한 노조를 깨려고 하는데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노조파괴로 금속 조합원 5천 명이 날아갔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고 고민도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래도 유성기업지회가 버티면 그것으로 하나의 결과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거고, 유성기업이나 현대차는 그 결과물을 안 만들어주기 위해서 버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