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의 고통, 이대로는 안 된다
집배원들의 고통, 이대로는 안 된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6.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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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민주노조 내걸고 ‘집배노조’ 설립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 만들 것
[사람]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9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체국 ‘토요택배’가 1년여 만에 부활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이보다 앞선 7월 집배원 10명 중 7명이 토요택배 부활에 반대한다는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 위원장 직권조인으로 토요택배 부활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전국집배원투쟁본부’가 결성된 데 이어, 올해 4월 전국집배원노동조합(위원장 최승묵)이 설립됐다.

최승묵 위원장은 집배노조 설립 전 우정노조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었기에 집배노조 설립은 그 자체로 묵직한 고민거리다. 그는 토요택배 부활과 “조합의 비민주적 운영”을 비판하며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을 강조했다.

우정노조를 탈퇴하고 집배노조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 ⓒ 참여와 혁신 DB

“우정노조가 더 이상 노동조합의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뒤에 정규직 3천 명을 명퇴로 내보내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발급이 폭증하고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 고지서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기존에도 장시간근로를 했는데 물량이 폭주하면서 집배원들이 안전사고나 과로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렸다. 그때 노동조합이 뭐 했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근로조건이 나아지겠지,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힘에 의해서 토요휴무를 쟁취했다가 위원장 직권조인을 통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 정기대의원대회 때 내부 권력다툼으로 인해 끝내 위원장 직선제가 무산되는 모습을 봤다. 그러면서 우정노조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 9월 토요택배 재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세 차례 했는데, 꽤 많은 현장 집배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탄압을 받으면서, 노동조합을 부정했지만 결국 다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집배노조에서 지향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이란?

▲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

“노동조합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장시간근로를 통해 우편사업 적자를 현장에 전가하고 있다. 거대 조직인 우정노조의 막강한 힘이 조합원들을 위해 쓰였다고 하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됐을 거다.

지금 가장 집배원들에게 와 닿는 점은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관리자들이 초과근로를 불승인하는 등의 이유로 정규근로 외에 무임금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월급과 올해 월급을 비교해 보면 토요택배 재개 후인 올해 월급이 오히려 더 적다. 아침 8시부터 12시간을 근무했다고 하면 근무명령은 9시간이나 10시간 일하는 걸로 나온다. 앞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바로잡아 나가려고 한다. 또 적정 인력을 확보해서 토요일 근무를 비롯한 장시간근로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생각이다.”

토요택배가 중단되면 수익성 악화로 인해 고용불안이 야기될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토요택배가 재개돼야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작년 6월 공영홈쇼핑 계약이 무산되면서 500억 원의 매출손실이 났다는데, 공영홈쇼핑의 원가보상률이 93% 밖에 안 된다. 물량이 늘어날수록 적자폭이 커진다는 위험을 안고 가는 셈이다. 공무원들의 주5일 근무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정사업본부는 그에 부응하는 근로조건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운영적자를 현장에 전가해 왔다.

우체국의 두 사업인 우정사업과 금융사업 모두 국책사업이다. 그런데 금융부문은 이익을 창출하지만, 우편부문은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다. 국민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편요금 인상을 제한받고 있다. 한미FTA 발효 이후 우편부문과 금융부문 회계가 서로 독립돼 있지만, 금융부문의 수익을 통해 우편부문의 적자를 보전하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

소수노조로서 앞으로 교섭력 강화를 위한 방안은?

“우리가 지금은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못해서 출발이 더딜 수는 있다. 교섭력을 높이는 과정은 어차피 현장에서 조합원 확대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속 노조가 다르다고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 사측이 집배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면, 항의전화나 선전전을 통해서 이를 막는 것을 비롯해 노동조합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정확한 조합원 수는 이번 달 월급에서 조합비가 공제되는 내역을 봐야 알 것 같다. 노조 설립을 준비하면서 발기인을 모집했는데, 1,100명 정도 모였다. 현재 대략 200여 명이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제출한 걸로 안다. 앞으로 실천활동을 하면서 조합원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