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5~8호선 스크린도어, 정말 괜찮나?
‘직영’ 5~8호선 스크린도어, 정말 괜찮나?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6.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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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98명 “월 1회 이상 혼자서 작업”
인력부족으로 신호-PSD 중복수행, ‘고위험’
▲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 명순필)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678서울도시철도공사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안전실태 긴급설문조사’를 발표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지난 달 28일 발생한 ‘구의역 사고’의 원인으로 스크린도어(PSD) 외주화가 지목된 가운데 직영인 서울지하철 5~8호선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된 ‘1인 작업’은 5~8호선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 명순필)은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5~8호선 PSD 정비가 직영으로 이뤄져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직영이어도 ‘2인 1조’는 그림의 떡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이날 PSD 정비노동자 3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678서울도시철도공사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안전실태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신호·PSD 정비 업무를 2인 1조가 아닌 단독으로 수행한 적이 있는 노동자는 291명으로, 전체 응답자 중 무려 98%(무응답 제외)나 됐다. 이 중 33.3%는 월 7회 이상 단독 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호·PSD 정비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85.6%가 ‘인원부족’을 꼽았다. PSD 정비업무를 외주화 한 서울메트로와 달리, 5~8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해당 업무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으로 인해 1인 작업이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장에서 신호·PSD 업무를 맡았던 명순필 노조 위원장은 “현업에 있을 때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2인 1조로 출동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인력충원을 통한 2인 1조 근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PSD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신호·PSD업무 중복수행, ‘일석이조’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신호업무와 PSD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박현우 노조 신호2지부장은 “2008년 서울시내 지하철 전 역사에 PSD가 설치되면서 신호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에게 PSD업무가 떠넘겨졌다”면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결국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신호업무와 PSD업무는 서로 다른 업무다. 동일한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가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충돌하지 않게 하는 시설물이 신호기인데, 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가 신호업무다. 반면 PSD업무는 열차 출입문과 연동돼 PSD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보수하는 업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PSD 설치 당시 재임 중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경영효율화를 강조했다. 결국 공사는 PSD 정비인력을 새로 뽑지 않고 해당 업무를 신호직종에 통합시켰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현장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신호-PSD업무 간 비중은 PSD업무 쪽으로 쏠렸다. 이번 조사에서 신호업무보다 PSD업무를 더 많이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9.5%에 달했다. 현장에서는 일석이조는커녕 이도 저도 아니라는 한숨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 서울도시철도공사 고덕차량기지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5~8호선 PSD는 ‘러시안룰렛’?

지난 구의역 사고에서 보았듯 사고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 이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항에 응답한 297명의 노동자들 중 264명이 PSD를 정비하면서 열차와의 충돌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작업 중 승강장에 진입하는 열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승강장 아래 빈 공간으로 대피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도 41.1%나 됐다. 열차의 승강장 진입을 단 몇 초라도 늦게 인지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자연스레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조사결과, 구의역 사고 이후 본인에게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이라고 답한 비율은 85.6%나 됐다.

5~8호선 PSD도 장애·고장 많아… 직영화, 내용도 중요

문제는 다시 ‘2인 1조’로 돌아온다. 5~8호선의 경우 신호직종 노동자가 신호·PSD업무를 중복으로 수행하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사는 산하 안전지원센터의 신호·PSD장애기록지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PSD 장애 및 고장이 2,324건 발생했고, 이중 부품을 교체한 경우는 272건에 불과하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공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전산자료(UTIMS)를 근거로 PSD 장애 및 고장이 5,224건 발생했으며, 부품 교체건수도 1,477건에 이른다고 밝혀 공사의 발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정규직도 열차와 충돌하면 죽는다”며 하루빨리 인력충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통해 신호업무와 PSD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구의역 사고 후 9-4번 출입문에 붙은 추모 쪽지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의 외주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안전업무는 직영화 하겠다”고 개인 SNS 등을 통해 수차례 밝혔다.

안전업무 직영화의 필요성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직영화의 내용에 대한 논의 역시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