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임기 보궐 집행부, “욕심내지 않겠다”
반 년 임기 보궐 집행부, “욕심내지 않겠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7.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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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통합 무산된 사정은… 재추진 가능할까
구의역 사고 뼈아픈 반성, “‘메피아’는 강압적 외주화 탓”
[사람]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

올해 상반기 서울시 지하철 현장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서울메트로(1~4호선)·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통합 추진과 무산, 아홉 번째 기관사 자살,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굵직한 사안이 잇달아 터졌다. 단순 노사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노동조합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최병윤)는 공사 통합안 찬반투표 부결로 집행부가 사퇴하는 등 일대 혼란을 겪었다. 뒤이어 19대 보궐 집행부를 이끌게 된 최병윤 위원장은 지난 5월 23일 당선을 확정지은 지 닷새 만에 구의역 사고를 맞닥뜨렸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최 위원장은 “욕심내지 않고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외부인 출입이 엄격해진 탓에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 ⓒ 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

서울지하철 양 공사 통합이 서울메트로 양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당시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

“1993년에 새 공사(현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분리가 확정됐다. 우선 수도권에 대규모의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서울시가 꺼렸고,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화 목적도 있었다. 이번 통합 논의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은 안전인력 충원을 얘기했지만, 서울시는 중복인력 감축을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합의안에 인원 자연감축 안이 들어갔는데, 일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통합에는 찬성하면서도 인원감축에는 문제가 있다고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서울메트로 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조직, 직급 면에서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2인 승무를 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인 승무를 한다. 기술 분야 조직체계의 경우 서울메트로는 직종별 조직체계인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통합직종제다. 이러한 통합 이후에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한 해법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우려가 컸던 것 같다.

투표 과정에서도 우리가 너무 서둘렀다고 본다. 서울시가 계획한 일정이 있긴 했지만, 노동조합이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현장과 소통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양 공사 통합 무산 이후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직종별로 온도차가 있을 것 같다.

▲ ⓒ 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

“노동조합 내부에서는 갈등도 있었고, 책임론도 제기됐다. 노동조합이 반대하면 양 공사를 통합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합의주체들 간에 있었다. 이 점을 전임 위원장이 분명하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재협상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착오가 있었다. 의외였던 반응은 통합에 반대했던 조합원들도 당연히 가결될 줄 알았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공사 통합안은 부결됐다.

이번에 선거유세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사 통합안에 대해 직종별·직급별로 의견이 달랐다. 본사지회는 향후 6년여 동안 정년퇴직자가 500명 가까이 된다. 젊은 직원들한테는 승진의 기회가 생기는 셈인데, 상대적으로 3-40대 연령대가 많은 서울도시철도공사와의 통합으로 승진이 힘들어질 거라는 걱정을 본사 조합원들이 많이 했다. 승무지부는 공사가 통합하면 지금의 서울도시철도공사처럼 1인 승무로 바뀔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기술지부의 경우에는 예전에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너무 잦은 조직개편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공사 통합 무산 이후에 서울시에서는 통합 논의 중단 선언을 했고, 이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공사 통합 재추진 의사를 드러냈지만, 노동조합에서 통합 재추진을 요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상당히 어렵다. 노동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조합원 총회에서 확인한 사항을 다른 단위에서 변경할 수가 없다. 대의원들조차도 이견이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절반의 현장 조합원들은 통합 무산에 대해 크게 아쉬워한다. 노동조합 내부에서 첨예한 사안이라 당장 어떠한 의사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공사 통합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이 굳이 두 개일 필요는 없다. 단순히 양 공사 노사의 문제로 보지 말고, 시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통합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난 5월 28일에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2008년 무렵 MB정권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오세훈 전 시장의 창의혁신프로그램으로 인해 인원감축이 이루어지고, 그 대신 외주화가 됐다. 당시 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 투쟁하면서 70여 명의 해고자가 발생하고, 대량징계와 고소고발이 난무했지만 결국 못 막아냈다. 그 이후에 박원순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직접고용 요구를 힘 있게 하지 못한 점은 뼈아픈 실책이다.

게다가 스크린도어는 처음 설치될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규격화나 표준화가 돼있지 않았고, 어떻게 운영할 건지 충분한 준비도 없었다. 무조건 저가입찰이었고, 날림공사가 이루어졌다. 10번 날 고장이 수천 번 이상 발생하는 거다. 지금도 계속 고장이 나는데, 구의역 사고 이후에 용역업체 직원 한 명이 수리를 하고, 그 동안 서울메트로 전자사업소 직원이 입회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사고가 세 번이나 일어났다는 사실은 아프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고가 났을 때 서울시에서는 현장 작업자들에게 실태가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았고, 전문가들에게 진단을 맡기지도 않았다. 여기에는 노동조합 역시 정부와 서울시에 대해 비판만 냈을 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다시 한 번 반성한다.”

양 공사 통합 합의안에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직영화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의역 사고 이후 통합 무산을 더욱 아쉬워하는 반응이 있는데?

▲ ⓒ 참여와 혁신 DB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노사정이 협상을 벌일 당시 막판까지 쟁점이 됐었다. 하지만 통합과는 무관하게 상시·안전업무의 직영화·정규직화는 진작 추진했어야 했다.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이후 주요 외주업무의 직영화를 발표한 점은 만시지탄이지만 일단 옳은 방향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 이른바 ‘메피아’ 논란처럼, 곳곳에서 노동조합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언론은 서울메트로 노사의 담합이 메피아의 기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노동조합의 입장은 무엇인가?

“2008년에 서울시와 공사가 강제적 구조조정을 하면서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진행했다. 2천 명을 줄이라고 했는데 노사합의로 단협에 정년이 보장돼 있으니 당연히 신청자가 없었다. 결국 남은 정년과 임금 80%를 보장해주겠다면서 외주업체로 전적시킨 거다. 만약 인력감축을 무리하게 안 했으면 수년 내 퇴직하실 분들이었다.

당시 노조에서 구조조정에 관해 협의를 하자고 해도 경영권 침해라며 응하지 않았다. 퇴물 관료들 자리 주려고 끼리끼리 외주업체를 만들고서 이익금은 하청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여서 가져갔다. 일부 언론이 그때 전적한 사람들 전체를 메피아로 호도하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이러한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제소를 비롯해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

19대 보궐 집행부의 임기는 사실상 반 년 정도다. 현 시점에서 무엇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있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드러난 문제를 분명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작년에 강남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 노동조합이 분명하게 대응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끌어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이나 정규직화 투쟁을 만들지 못했던 부분들도 노동조합이 반성할 지점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현재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책상에 앉아있는 결정권자가 아닌 현장작업자, 노동조합, 외부 전문가, 서울시가 함께 모여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성과연봉제 저지다. 공공기관마다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의결됐다. 6월 말에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방공기업 사장들을 불러놓고 워크숍을 할 예정이다. 작년에 임금피크제 합의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하고 호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만큼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아낼 것이다. 그 외 다른 사업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바로 임단협을 준비해야 하고, 구의역 사고도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