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내 돈 내고 먹자
밥은 내 돈 내고 먹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8.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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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최근 ‘김영란법’이 이슈다. 공식 명칭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약칭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률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제정되는 과정은 물론이고 시행을 결정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았던 법률이다. 법률에 밝지 못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헌법소원에까지 이른 법률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어쨌든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고, 이제 시행되는 일만 남았다.

시간이 좀 흐르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한 일간지가 1면 머릿기사로 대문짝만하게 뽑은 기사 제목이 김영란법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신문은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고 제목을 뽑았더랬다.

김영란법에 따라 식대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으로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이 받을 수 있는 사교 및 의례 비용의 상한선이 정해지면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자와 판매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내용이다. 영향력 1위의 신문답게 시각 이미지도 섹시하게 활용했다. 한우 선물세트는 1/5로, 굴비 선물세트는 10마리짜리에서 두 마리로 ‘폼 안 나게’ 줄어든 연출사진을 큼지막하게 내걸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나 기자입네’ 하고 다니면서 얻어먹은 밥이 얼마이며 명절 때마다 받은 선물이 얼만데, 앞으로는 김영란법 때문에 그러지 못하게 생겼으니 부아가 치민 것일 테다.

이 신문뿐만이 아니라 이름 있는 언론매체들이 김영란법 반대를 위해 동맹이라도 결성한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하나만 묻자. 만약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언론매체들이 그렇게까지 난리를 쳤을까? 속된 말로 앞으로 기자랍시고 폼 잡지 못할 것 같으니까 호들갑 떠는 것 아닌가?

김영란법을 보면서 대다수 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른 건 둘째 치고 한 끼 밥값이 3만 원이라고? 법정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받는 이들이 3만 원짜리 식사를 하려면 꼬박 5시간을 일해야 한다.

딱히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아니더라도, 3만 원짜리 식사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어쩌다 한 번 누려볼까 말까 한 사치다. 그러니 이걸 가지고 난리를 치는 건 서민들에겐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왜 이런 ‘악법’이 만들어졌을까? 그것도 법률 이름에 공식 명칭이나 약칭이 아닌 제안자의 이름까지 붙이고서 말이다. 부정청탁을 하지 말고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 다시 말해 뇌물을 주고받지도 말자는 게 이 법의 취지 아닌가? 부정청탁을 받으려면 나름 힘 깨나 쓰는 위치에 있는 이들일 테고, 공공영역에서부터 부정청탁을 없애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언론에서 악법이라고 호들갑 떨 게 아니라 당장 시행하라고 촉구해야 할 법이다. 물론 그동안 얻어먹고 선물 받았던 게 아까울 수는 있겠으나, 굳이 안 하던 농축수산 농가 걱정을 핑계거리로 끌어들여 난리 칠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밥은 내 돈 내고 먹자!

박석모의 우공이산

시련도 많고 좌절도 많지만, 희망이 있기에 오늘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