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현장은 지금
확대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현장은 지금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8.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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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3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국고보조시범사업으로 지정한 이후 올해 4월에는 상급 종합병원과 서울지역 병원까지 확대키로 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는 환자의 간병을 위해 보호자가 상주하거나 별도의 간병인을 두지 않고 간호인력이 이를 함께 맡는 체계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수진)과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 등 이해당사자들은 간호인력 및 시설 확충과 적정 간호수가 체계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과 함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 7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현장 관심 높아 토론회 성황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기동민 의원을 비롯해 대한보건협회 임직원들과 의료산업노련 산하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통합서비스에 대한 현장의 관심을 말해주듯 토론회를 참관하기 위해 모인 당사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기동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환자의 간병비와 보호자의 수발 부담까지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제도 안팎의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옥수 회장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간호사 인력화보, 적정 간호수가 체계 개발,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진 위원장은 나아가 “현장의 병원노동자들은 업무 증가와 변경, 감정노동의 증가 등 격무에 시달리는 바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산업노련은 통합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통합서비스의 안착을 위해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간호-간병 통합, 부담 감소 및 감염관리 장점

이날 토론회는 통합서비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현장 병원노동자들의 우려와 요구를 듣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발제는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과장과 박영우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이 각각 맡았다. 토론에는 신승일 인하대병원노조 위원장과 최미건 서울의료원 간호 파트장, 민송희 순천향대부천병원노조 위원장이 나섰다.

▲ 7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통합서비스의 최대 장점으로는 환자의 간병비 부담 완화와 보호자 상주에 따른 병원 내 감염 예방이 손꼽힌다. 이창준 과장은 통합서비스의 추진 배경으로 “사적 간병인을 고용하면 2주 입원 시 약 100만 원의 개인 부담이 발생해 수술비보다 간병비가 더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 한국 특유의 간병 문화로 인해 보호자 이동에 의한 병원 내 감염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러한 점을 들어 “통합서비스가 정착하면 간병서비스 역시가 건강보험급여에 통합돼 개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병동에 상주할 때보다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이 약 3배 가까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통합서비스 참여 병원을 올해까지 400개에서 내년 1천 개, 2018년까지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우 부회장은 “통합서비스 병동은 일반 병동 대비 낙상발생률, 욕창발생률, 감염률, 재원일수 등이 감소했다”며 “통합서비스는 환자의 빠른 쾌유에도 도움이 돼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인력·시설 투자 미비, 업무 과중은 넘어야 할 산

하지만 통합서비스 시행 초기인 현재,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영우 부회장은 통합서비스의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간호인력 투자를 위한 병원의 노력 부족 ▲간호 관련 수가의 제도적 한계 ▲통합서비스에 적합한 시설 투자 미비 등을 지목했다. 그는 “간호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병원 경영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될 것”이라며 병원 경영자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현재 간호관리료가 건강보험 수가의 3%에 불과해 병원에서 통합서비스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간호관리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지적하고 있다. 민송희 위원장은 “간호인력 수는 양질의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가장 기본”이라며 “한국은 간호인력 1인당 환자 수가 19.2명에 달해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국가별 간호인력 1인당 환자 수는 미국이 3.6명, 일본이 8.0명이다. 이들 나라에 비해 한국의 간호사 한 명이 훨씬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

▲ 7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병원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환자들의 의식 또한 적잖은 문제로 꼽힌다. 민 위원장은 “제도 시행 전 충분한 홍보가 없는 상황에서 보호자, 간병인 없이 무조건 모든 것을 다 제공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들이 병원노동자의 자존감을 떨어트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사례들 중에서는 환자가 화장실을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간호사에게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구하는 남성 환자의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민 위원장은 “병원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들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장·단점이 뚜렷해 보인다. 토론자들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확대돼야 하지만 하루빨리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물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책에 담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