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 일하는 능력을 알아보고 키우다
NCS, 일하는 능력을 알아보고 키우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9.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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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개 직무분석…공공, 민간 확대 추세
[커버스토리]NCS의 오늘과 내일 ②

수준 높은 인력을 충원하는 일, 그리고 일터에서 가능한 한 빠르고 쉽게 이와 같은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개별 사업체 차원에서 중요한 일임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인력개발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업체에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나, 이런 사람들을 교육, 훈련시키는 기관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신입직원들에게 원하는 ‘수준’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취준생은 취준생대로 무작정 ‘스펙’을 쌓느라 허리가 휘고, 기업은 기업대로 내부교육을 실시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 2015년 9월 7일 NCS기반 능력중심채용 관련 공공기관 인사담당자 합동 워크숍 및 공개토론회를 진행중에 있다. ⓒ 참여와혁신

NCS, 847개 직무 대상 도입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은 자격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을 말한다. NCS 체계를 활용해, 자격검정, 교육훈련, 경력개발 등에 있어서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모델이다.

NCS가 개발, 도입되게 된 배경을 말할 때 ‘괴리’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산업현장과 교육기관의 괴리, 기업의 채용, 교육훈련 담당자와 입사 지원자, 신입 사원 간의 괴리. 이 괴리를 좀 더 좁혀보고자 태동한 것이 NCS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막상 신입 직원을 뽑아도 소위 ‘일을 시킬만 할 때까지’ 오랫동안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불만이 크다. 전공학위나 자격을 갖추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총의 지난 2013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재교육기간은 18.3개월, 그 비용은 5,689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입사를 지원하는 이들도 역시 불만이 크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삶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사회이다보니, 요즈음의 취업준비생들은 ‘단군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준비를 한다. 학벌, 학점, 토익성적,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봉사활동,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취업 9종 세트’라는 우스개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NCS를 바탕으로 직업교육(특성화고, 전문대 등)이나 훈련(폴리텍, 훈련기관) 및 자격제도를 현장의 ‘일’에 맞게 개편하고, 기업은 능력중심 채용 및 인사관리(승진, 업무분장 등)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NCS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시작됐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847개 직무에 대해 NCS가 개발됐다. NCS 개발과 심사에는 직무당 12명의 산업현장 전문가, 6명의 교육훈련 전문가, 2명의 자격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러한 내용은 수시로 개선의견과 보완을 거친다.

▲ 해외의 국가직무능력표준 운영 현황

지식 측정을 넘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혹은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은 시험을 통해서 얼마나 그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NCS 체계가 갖고 있는 중요한 변화지점은 단순히 관련 분야의 지식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 일하는 태도, 일하는 능력을 묻는 것이다. NCS가 요구하는 3가지 속성, KSA(Knowledge, Skill, Attitude)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내용이 국가의 보증으로 정리됐다는 성격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총 847개에 달하는 직무의 분석 및 정리 과정은 민간기관이나 개별 교육훈련기관의 역량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또한 해당 내용을 정리, 분석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내에서의 내용에 대한 합의도 중요하다. 이러한 전체 과정의 조율 및 지원, 또한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와 산업 흐름에 맞춰 개선 보완하는 데 있어서 국가적 역량이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그때그때 내용을 업데이트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NCS를 얘기할 때 ‘스킬 DNA’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어떤 직업에 필요한 직무능력은 어떤 것들이고, 또 그것은 어떤 요소로 구성돼 있는지 가지를 뻗는 모습이 마치 DNA 구조를 연상케 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정리, 분류 작업은 산업계와 시장에 주는 파급 효과가 대단히 크다. 마치 DNA 구조를 파악하면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가 용이한 것처럼, 예를 들면 일자리 현황 등 통계 작업에도 매우 유리하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통계를 낼 때는 한국고용직업분류(KECO)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넓어서 지역단위라든가 산업단위에서 일자리 수요나 공급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다. NCS로 통계 기준이 옮겨가면 직무단위에서 어느 지역, 어느 대학, 어느 교육훈련기관에서 얼마나 더 인력을 배출해야 하는지도 통계가 나온다.

NCS의 미래는 국가역량체계(NQF, National Qualifications Framework)와 자연스레 연계된다. 학력이나 학위가 곧 자격, 일 경험 등을 말해 주는 능력중심 사회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이 NQF 체계의 개발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NCS 확산 사례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6일까지 518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CS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8.5%로 전년대비 22.2%p 증가했으며, NCS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예정인 기업은 26%로 전년대비 21.4%p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48%), 도소매‧유통업(45%), 제조업(26%)에서 NCS를 활용할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기업규모가 클수록 NCS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NCS 활용분야는 채용(16%), 재직자 훈련(10%), 배치 및 승진(7%)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직무능력표준 홈페이지(www.ncs.go.kr)를 방문하면 NCS 활용패키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내용을 내려 받을 수 있다. 이미 2011년에 개발이 완료된 섬유 패션 업종의 의료제조수출영업 부문은 일, 훈련, 자격 부문의 활용패키지가 마련돼 있다.

해당 부문의 NCS 활용패키지에서는 일터에서 경력개발 경로모형의 설정을 위해서 3단계의 직급 구분을 제시하고 있다. 제일 아래 직급의 사원에게는 개발샘플제작, 자재준비, 선적 및 네고와 관련된 직무수행능력이 요구된다. 다음 직급인 패션MR은 사원들에 비해 숙련이 요구되는 작업이나 일정 범위의 업무기획 능력이 요구된다. 패션MR에게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은 오더수주나 생산관리와 같은 부문이다. 그보다 상위 직급인 팀이나 부서장에게는 시장개척이나 생산계획, 사후관리와 같은 직무수행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해당 업종의 직무별로 패키지 내용을 살펴보자. 패션 업종에서 수주 직무의 목표는 최적의 마진 확보를 위해 제작사양, 납기, 납품조건, 단가 등의 오더 수주 조건을 협의, 확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업무들은 스펙 확인하기, 오더조건 확인하기, 가격 산출하기, 계약 체결하기 등이다. 디자인이나 세부 디테일, 원·부자재, 사이즈 등이 포함된 작업지시서에 따라 작업상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공임이나 원자재 소요량을 산출하며, 바이어와의 협의에 따라 선적조건이나 대금결제조건 등을 확정한다. 또한 제품사양에 따른 단가와 생산, 납기 계획도 바이어와 협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의류기사, 의류기술사, 패션디자인산업기사, 패션머천다이징산업기사 등의 자격증이 필요하며, 의류제조공정과 가격산출, 작업지시서 작성 및 이해, 컬러, 스타일, 소재에 대한 안목, 거래방식, 소요량 및 선적, 대금결제, 관세와 국제무역법, 공장현황, 컴퓨터 활용 능력, 어학 능력 등이 요구된다.

또한 원·부자재 구매 직무, 해외 전시회 참가, 국제무역환경 및 규제 분석, 무역영업 기획 및 관리, 의류제조, 작업지시서 해석 및 작성, 원가계산 등의 업무를 경험해 봐야 하고, 해당 직무에 숙련되기까지 3~10년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계명문화대학교는 대학과 산업체간 산학협력으로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이 절실했고, 현장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산업계 수요분석 및 NCS에 기반한 체계적인 직무교육 실시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 NCS를 활용하게 되었다.

패션테크니컬디자인전공, 패션디자인전공, 패션마케팅전공의 전공별 NCS 기반 교육과정 개발을 완료했으며, 전공별로 NCS에 기반하여 교육목표 설정, 인력육성 설정, 직무모형 설정, KST도출, 교과목 도출, 교과목 프로파일 작성, 교육과정 도출의 7단계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