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자 자녀라고 잘려야 할 이유는 없다
전적자 자녀라고 잘려야 할 이유는 없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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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체 6명 석연찮은 채용배제… 이상한 고용승계
[사람] 유성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 지부장

지난 5월 28일 구의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PSD) 유지보수 업무가 외주화돼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서울시 지하철에 만연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여론이 들끓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의 전동차 경정비 업무와 PSD 유지보수 업무를 직영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메트로는 ‘무기업무직’을 신설해 프로종합관리(주)와 (주)은성PSD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기 위한 제한경쟁 채용을 진행했다. 그러나 두 외주업체 출신 노동자 중 일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아 잡음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유성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 지부장에게 들었다.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는 프로종합관리 소속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 서울메트로 경정비 직영화를 요구해 왔다. 

▲ 유성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이번 서울메트로 무기업무직 제한경쟁 채용에서 기존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6명이 탈락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나?

서울메트로가 외주화하고 분사시켰던 업무들을 다시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신규채용이 아닌 고용승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서울메트로는 일반채용을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서울메트로에서 외주업체로 전적했던 사람의 자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배제했다. 그래서 경정비에서 세 명, PSD에서 세 명 탈락했다.

채용 절차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하는 말들이 다 다르다. 처음에는 면접 점수가 나빠서 잘렸다고 하다가, 어떤 부분이 잘못된 건지 물어도 기준을 못 내놓고 있다. 탈락한 사람들의 근태가 나쁘다고 하는데 지각 한 번 안 하고 나온 사람도 떨어졌다. 맨 마지막 핑계가 전적자거나 그 자녀라는 건데, 같은 전적자의 자녀라도 어떤 사람은 합격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불합격했다. 똑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똑같은 날에 입사했는데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진 거다.

면접을 봤던 직원 말에 의하면, 면접 때 전적자와 관련 없는 사람이면 업무에 관한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다가 전적자의 아들이면 마치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있는 것처럼 유도했다고 한다. 프로종합관리에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과정을 이야기하라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고 하면 그 사람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 일종의 유도심문을 해서 ‘전적자’라는 답변이 나오면 탈락을 시켰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

채용공고를 보면 정규직도 아니고 ‘무기업무직’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던데, 이른바 ‘중규직’ 같은 건가?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결국은 무기계약직이라는 건데, 정규직에 비해 복리후생은 어느 정도 맞춰주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진급이 안 되는 것이다. 어느 회사든 진급을 해야 월급이 올라가는데 무기업무직은 기본적으로 직책이 없다. 호봉만 해마다 올라가는데, 입사하고 1년 지나면 한 달에 몇 천 원 올라가고 2년 지나면 또 조금 올라가는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결국 정규직들과의 차이가 점점 벌어질 거다. 1호봉에서 30호봉까지 있는데, 1호봉으로 들어갔을 때 한 달 기본급이 133만 5,800원이고 1년이 지나면 134만 1,000원이다. 5천 원 오르는 거다. 호봉별 기본급을 보면 10년을 근무해도 1호봉에 비해 한 달에 20만 원 오른다. 어떻게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나? 박원순 시장은 무기계약직으로 하면서도 정규직이라는 표현을 너무 많이 쓰는데, 그건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행동이다. 

ⓒ 참여와혁신

같은 공간에서 정규직과 하청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사업장을 가보면 정규직이 관리자처럼 되고는 하는데, 무기업무직으로 전환되면 이런 점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전혀 아닐 거라 본다. 단지 회사 소속이 용역업체에서 서울메트로로 바뀔 뿐이지 무기업무직과 정규직에는 큰 간극이 있다. 구의역 사고도 용역업체 직원들은 정규직들 사이에서 벽을 느끼고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과연 무기업무직으로 바뀐다고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 같은 경우는 2008년도에 전동차 중정비 업무가 민간 외주업체에서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ENG로 이관됐다. 거기는 자회사인데도 정규직들이 자회사 직원들을 ‘용역사 직원’이라고 표현한다. 실질적으로 동등한 입장이 아니면 그 사람들은 똑같은 정규직으로 바라보지 않는 거다.

결국 정규직이 하는 일 무기업무직이 하는 일로 구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업무가 구분이 명확히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무기업무직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제2의 구의역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무기업무직으로 전환되면 불합리한 부분을 공사에다 직접 따질 수 있는 창구는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한다.

무기업무직으로 전환되면 지부 조직은 해산되는 건가?

10월 1일부터는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으로 들어가게 돼서 해단식을 하고 지부는 없어질 거다. 애초에 공공운수노조의 지부로 만든 이유도 나중에 서울지하철노조로 들어가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으로서 우리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지 여부다. 여기서는 뭉쳐있지만 10월 1일부터는 서울지하철노조의 각 지회 단위로 흩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기업무직 조합원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사항을 내세울 수 있을까 걱정이긴 하다. 그리고 경정비만 따져도 전체 인원이 121명이라서 서로 융화되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우려 때문에 최근에 최병윤 위원장에게 무기업무직 지회를 따로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보궐집행부인 데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로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차기 집행부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 

ⓒ 참여와혁신

조직체계 변경과 무관하게 무기업무직 고용승계 탈락과 관련한 활동은 이어갈 예정인지?

여태껏 같이 땀 흘리면서 일했던 동료들은 함께 가야 한다. 경정비만 놓고 보면 이번에 고용승계에서 탈락된 세 사람이 싸울 의지가 있다면 저희도 함께 싸울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이 이 사람들을 구제할 생각이 없다고 드러난다면 우리는 농성은 당연히 할 것이고, 법적인 대응도 준비하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세 사람 중에 한 분만 싸우겠다는 의지가 있고, 두 분은 아직 의지가 없다고 한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의지가 없다는 얘기가 아마도 같이 일했던 주변 사람들은 다 합격했는데 혼자 떨어졌다는 좌절감에서 나온 것 같다. 그분들에게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나중에라도 추슬러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더 강력하게 나갈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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