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좀 생각하자 정원부터 줄일 게 아니라
대안을 좀 생각하자 정원부터 줄일 게 아니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9.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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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인력 평준화, 현장 도외시한 구조조정 계획
[사람] 이동호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

하루 이틀 사이에 계절이 뒤바뀌어 버린 것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굳이 평균 기온 기록을 뒤져서 들이대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올 여름을 기억하고 있다.
업무 시간 대부분을 폭염 속에서 배달을 돌며 지내야 하는 집배원들에게는 참 힘든 계절이었다. 하지만 더위가 수그러들어 다행이다 싶을 무렵, 더 본격적인 문제가 들이닥칠지도 모르겠다. 이동호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 이동호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인력감축이 가장 문제다. 작년에 511명을 감원했다. 행안부에 정원을 반납한 것이다. 적자난 우체국, 예를 들면 대학 구내 우체국이나 작은 관내 우체국들을 폐국시키고, 거기에 자연감소분을 합한 인원이다. 현장의 창구 인력이 그래서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다 지금 집배 인력도 줄이려고 우정사업본부에서 집배인력 평준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평준화’라는 우본의 주장대로라면 남는 인력을 부족한 인력에 채워 준다는 개념이라 그럴 듯하다. 우선 8개 지방우정청 내에서 평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지방우정청끼리도 인력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도시가 늘어서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경인지역에, 인력이 좀 남는 다른 지역에서 정원을 떼 다가 주는 식이다. 그리고 나머지 인력은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우편사업의 적자를 우본에서는 인건비 감축으로 메우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계리원 등의 업무에서 정원을 줄인 적은 있지만, 집배 인력을 줄인 적은 없다. 결국 구조조정 계획에 다름 아니다.

근본적으로 인건비 감축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려는 계획이니, 어디에 얼마나 인력이 소요되는지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겠나? 당연히 집배에 소요되는 인력이 현재 과다하다고 계산해야하지 않을까?

지역 간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그렇다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게 타당한가?

현실적으로 볼 때 지방의 경우, 우정사업은 사실 보편적 복지서비스이다. 거리나 그런 걸 감안하면 수지가 안 맞을 수밖에 없다. 또 시골 마을에서 배달 물량이 얼마나 되겠나?

공공부문의 조직 특성 상 정원이라는 것은 반납은 쉬워도 한번 줄어든 것을 다시 늘리는 것은 엄청 힘들다. 그 대안으로 인원을 줄일 게 아니라 신사업을 개발하고, 현재 위탁을 주는 소포를 정규직 집배원들에게 물량을 주라는 거다. 그렇게 현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

단지 지금 통상우편 물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런 명분으로 인력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우본의 계획이다. 하지만 소포는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지역만 하더라도 토요택배가 재개되면서 소포 물량이 17%가 늘었다.

그런데 부이사관, 서기관, 사무관 등 사무직 인력은 120여 명을 늘렸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계획이다. 이 늘어난 인원은 불필요하다. 솔직한 얘기로 조직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불필요한 사무직 인력을 먼저 감축한 다음에, 그러고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우정직까지도 감축한다는 명분과 논리라면 딱히 반박할 거리가 마땅치 않다. 그런 선조치 없이 현장 조합원들의 정원만 줄인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뭔가 대안이 있다면?

현장 조합원들은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 체감하는 부분도 극히 일부다. 아직까지는 노동조합이 그걸 막고 있으니까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당장 사람을 잘라내면모를까.

우본에서는 올 11월 1일부터 시행하려고 추진 중이다. 원래 9월 1일에 시행하려고 했는데 노동조합에서 막은 것이다. 이미 작전계획은 다 나와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오픈만 안 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정인으로서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원을 줄여가겠다는 것은 결국 우정사업본부가 스스로 본부의 위상을 축소시켜가겠다는 것이다. 오로지 본부장 임기 2년 동안 우정사업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게 계약사항에 들어가 있는 거다.

조직의 미래나 비전, 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거다. 안타깝다.

올해 보험판매 등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전체적으로 흑자였지만, 우편사업은 적자를 봤다. 우본의 주장은 앞으로도 우편사업의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을 감안하여 인력감축을 가겠다는 거다. 내 주장은 줄어든 물량을 채울 일감을 만들면 그것을 소화하겠다는 거다. 정원의 감축 없이. 통상 물량이 줄어든 만큼 위탁을 주지 말고 소포를 하자는 거다. 신사업도 개발해서 주면 하겠다는 거다. 조합원을 설득해서. 대신 정원은 유지하자는 거다.

신사업이라고 하면 뭐 특별하고 대단한 게 아니다. 이를테면 창구 쪽으로 보면 알뜰폰 판매 같은 거. 이게 7, 80억 정도 이익이 나는 걸로 알고 있다. 집배 쪽으로 보면 특급우편을 확대한다든가, 아니면 통상 물량 중 계약등기 같은 거를, 이 부분을 마케팅을 확대해서 물량을 끌어오라는 거다. 그러면 배달 물량이 늘어나는 거 아닌가. 이 부분을 현장 조합원들이 일을 해서 맞추겠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