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해 헌신하고 싶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로막아
국민 위해 헌신하고 싶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로막아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10.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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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제도·조직문화 반드시 개선해야
[커버스토리]공무원을 말하다③

지난 7월 하순, <참여와혁신>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성택)과 함께 한 건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역대 정부 정책 진단을 위한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설문조사’가 그것이다. 설문조사는 국가공무원노조 각 지부별로 10여 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공무원노조로서는 처음으로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정책을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는 공무원들의 고민과 인식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주기로 조합원들의 인식을 파악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할 것이다. 또한 국가공무원노조가 향후 정책노조로서의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이 같은 자료는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참여와혁신> 148호 커버스토리에서는 공무원들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다루었으며, 향후 정부 정책의 진단과 평가를 살펴볼 계획이다.

앞의 질문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성택) 조합원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각각의 질문에 대한 조합원들의 대답과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경제적 안정성 찾아 공무원 선택

가장 먼저 질문했던 내용은 왜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했는가(질문 1)이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와 같이 나타났다. 분석 대상인 전체 1,074명의 조합원 중 66.0%인 709명은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로 안정된 일자리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15.6%인 168명의 조합원들은 노후보장을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80%가 넘는 조합원들이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로 직업의 안정성과 노후를 포함한 경제적 안정성을 꼽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자아실현을 위해 공무원을 선택한 조합원은 9.1%인 98명이었으며, 6.4%인 69명은 대국민 봉사를 위해 공무원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조합원들의 응답은 직업 선택의 1차적인 기준이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나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보다 경제적 안정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경제적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나 구직자의 대기업 쏠림 현상과 맞물려 살펴봐도, 경제적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단지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들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경향이 안정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민간부문에 비해 임금과 처우는 낮지만 공무원연금 제도를 통해 민간부문보다 훨씬 높은 노후소득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다.

▲ 한 학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참여와혁신 DB

다른 한 편,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선호도는 확인된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를 갓 넘겼던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2015년 9급 국가공무원 기준 51.6:1까지 높아졌다. 특히 일반행정직의 경우 258.4:1로 나타날 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6년에도 이 같은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9급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올해 4월 1일 기준 87.6:1로 나타났다(사이버국가고시센터 공개자료 기준)

조합원들이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로 꼽은 경제적 안정성은 이와 같은 선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바라던 공무원상 실현 어려워

두 번째 질문은 공무원이 되기 전 바랐던 공무원의 모습과 실제 공무원의 모습이 부합하는지 여부(질문 2)였다. 그 결과가 왼쪽 그림 <바랐던 공무원과 실제 공무원의 부합 여부>이다. 이에 대해 보통이라는 응답이 458명으로 42.6%를 차지한 가운데, 부합한다는 응답이 29.2%인 313명(매우 부합한다 3.4%, 36명, 부합하는 편이다 25.8%, 277명),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8.2%인 303명(부합하지 않는 편이다 24.2%, 260명, 매우 부합하지 않는다 4.0%, 43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응답이 엇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관건은 공무원이 되기 전 바랐던 공무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하는 것인데, 이는 설문조사가 아닌 사후적인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했다. 국가공무원노조 방송통신위원회지부 이창하 위원장은 “(국가공무원의 경우) 국가 정책을 마련하고 수행함에 있어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공무원노조 통일부지부 이상호 위원장도 “개인별로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익에 대한 헌신이라는 생각은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국가공무원노조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지부 이왕재 지부장 역시 “공무원으로서 간호사나 치료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는 사립병원에 비해 적은 월급에도 국민에 대한 봉사에 더욱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답을 종합하면, 앞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응답과 같이 공무원들은 경제적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명의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랐던 공무원의 모습과 실제 공무원의 모습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이와 같은 직업적 소명의식을 실현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대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 그 이유(질문 2-1)는 그림 <바랐던 공무원의 모습과 실제 공무원의 모습이 부합하지 않는 이유>와 같이 나타났다.

기대와 실제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332명(부합한다 또는 보통이라고 응답한 경우 중 29명이 질문 2-1에 응답했고, 이 경우도 포함하여 분석함) 중 34.6%인 115명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이유로 꼽았고, 26.2%인 87명은 성과지상주의를 이유로 들었다.

이어서 과도한 업무량 18.1%, 60명, 국민의 부정적 인식 10.5%, 35명, 공직사회의 부조리 7.5%, 25명 순이었다.

직업 안정성·높은 사명감이 공무원 특징

민간부문의 노동자와 비교할 때 공무원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물음(질문 3)은 앞의 질문 2에 이어 바랐던 공무원의 모습과 실제 공무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우회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따른 공무원노조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한 물음이었다. 그 결과가 그림 <민간부문 대비 공무원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57.8%에 이르는 621명이 직업의 안정성을 공무원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어 18.6%인 200명은 높은 사명감을 들었고, 15.8%인 170명은 노동3권의 제한을 지적했다. 그 밖에 3.5%인 38명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제한을, 3.1%인 33명은 업무의 전문성을 각각 특징으로 지적했다.

앞서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물음(질문 1)에 66.0%가 안정된 일자리를 꼽았고, 15.6%는 노후보장을 꼽는 등 80%가 넘는 조합원들이 경제적 안정성을 선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직업의 안정성을 공무원의 특징으로 지적한 조합원들은 57.8%로 여전히 절반 이상이기는 하나 그 비율이 상당히 낮아졌음을 볼 수 있다. 반면 사명감을 꼽은 경우는 18.6%로, 앞서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의 선택지 중 대국민 봉사를 선택한 6.4%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응답을 보이고 있다. 또 노동3권의 제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제한 등과 같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권리를 공무원의 특징으로 꼽고 있는 점에서 일선 공무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무소신의 가장 큰 이유

이어지는 질문 4에서는 위와 같은 공무원의 특징에 따라 공무원노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이었다. 이 질문은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이었는데, 그 결과가 그림 <공무원노조의 역할>이다. 복수 응답을 포함한 총 응답 건수는 1,842건이다.

전체 응답자 1,074명 중 84.2%에 이르는 904명은 임금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공무원노조의 역할로 꼽았다. 이어서 42.6%인 457명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을 공무원노조의 역할로 꼽아, 민간부문 노동조합과는 달리 공무원노조가 역할을 담당해야 할 영역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공직사회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꼽은 조합원이 27.1%인 291명이었으며, 대국민 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12.4%인 133명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를 공무원노조의 역할로 꼽은 조합원은 3.4%인 37명으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민간부문 노동조합에 비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객관식 마지막 질문은 공무원에 대해 소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묻는 물음(질문 7)이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은 아니었으나, 복수 응답이 포함돼 모수가 1,078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분석에 포함시켰다. 비율은 1,074명에 대한 비율이다. 그 결과는 그림 <공무원에 대해 소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와 같다. 공무원에 대해 소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로 모두 410명(38.2%)이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지적했다.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 없게 변할 경우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이를 공무원들의 소신 없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된 것은 모두 353명(32.9%)이 지적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다. 상급자가 명령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공직사회의 특성상 잘못된 명령이라 하더라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 207명(19.3%)은 징계나 감사 등에 있어서 권한과 책임의 불공정을 이유로 지적했고, 89명(8.3%)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지적했다.

순환보직제도·고시제도 반드시 개선해야

이번 설문조사의 마지막 질문은 공직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주관식으로 답하도록 한 물음(질문 8)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게 나왔는데, 이를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으로 묶을 수 있다.

인사제도에 대한 응답이 특히 많았는데, 특히 순환보직과 관련해서는 그 필요성은 있지만 무작위적인 순환보직이 아니라 직무경로를 설계하고 그에 따라 업무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형태로 순환보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공직사회 내에서 위화감을 키우고 단순히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통로로 변질된 고시제도(우수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고시를 통해 전문직을 5급으로 임용하는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의 개선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응답이 많았다.

조직문화와 관련해서는 상급자의 권위의식이나 상명하복 같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비합리적인 명령이나 보여주기 식의 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객관적인 성과평가와 그에 따른 공정인사가 필요하며, 현재와 같은 중복된 평가를 개선하고 다면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임금인상과 업무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지난해에 진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 밖에 강제적 복무관리를 통해서라도 초과근무를 줄이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보고체계를 개선하는 등 근무여건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공무원의 일할 의욕을 높이기 위해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무원들도 스스로 무사안일주의를 개선하고, 소명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무원들의 권리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노조의 가입범위를 확대하고 완전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며, 정치권의 간섭과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