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디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어디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0.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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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노동실태, 그야말로 ‘무법지대’
[사건]방치된 셔틀버스 노동권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늘어놓아 보자. 기차, 도시철도, 시내버스, 시외·고속버스, 택시 정도가 당장 떠올리기 쉬운 것들이다. 의외로 보편적이지만 쉽게 생각해 내지 못하는 교통수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셔틀버스다. 종합병원, 호텔, 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 등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원이나 어린이집 통학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어른들이 통학차량을 거의 탈 일이 없어서였을까?
통학용 셔틀버스는 자가용 유상운송의 허용 여부에 매여 한 동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는 사이 셔틀버스 업계에는 중간착취가 만연하게 됐고,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은 늘 불법 유상운송 단속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몇 시간 일하는지 등은 지금껏 공론화 된 적이 없었다.

‘불법’ 자가용 유상운송, 셔틀버스 모두 몇 대?

셔틀버스는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일정한 구간을 왕복하여 운행하는 버스다.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을 위해 인근 전철역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차량, 시민회관 또는 구민회관 등의 문화센터에서 회원의 편의상 무료로 운행하는 차량 등이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셔틀버스는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바가 없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하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자동차대여사업, 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 및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이 포함된다. 시내·외버스, 고속버스, 전세버스, 택시, 렌터카, 시외·고속버스터미널 등의 운행 및 운영은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리고 여객자동차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핵심 조건은 ‘돈을 받고 승객을 수송하는가’, 즉 유상운송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문제는 각 지자체의 시·도지사에게 사업용 자동차로 신고한 차량만 유상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가용 자동차는 돈을 받고 승객을 수송할 수 없고, 무료로 운행하더라도 영리를 위한 고객 유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2.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허가를 받은 경우

② 제1항제2호의 유상운송 허가의 대상 및 기간 등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03조(자가용자동차의 유상운송 등의 허가요건) 법 제81조제1항제2호에 따라 자가용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경우(제4호 및 제4호의2의 경우에는 유상운송으로 한정한다)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다.

(1~4호 생략)

4의2. 어린이(13세 미만의 사람을 말한다)의 통학이나 시설이용을 위하여 다음 각 목의 요건을 갖춘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가.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이하 이 조에서 “유치원”이라 한다), 「영유아보육법」 제10조에 따른 어린이집(이하 이 조에서 “어린이집”이라 한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2조의2제1호에 따른 학교교과교습학원(이하 이 조에서 “학원”이라 한다) 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른 체육시설(이하 이 조에서 “체육시설”이라 한다)에서 직접 소유(공동소유를 포함한다)하여 운영하는 9인승 이상의 승용자동차 또는 승합자동차일 것. 다만, 9인승 이상의 승용자동차 또는 승합자동차로 출고되었으나 장애아동의 승·하차 편의를 위하여 「자동차관리법」 제34조에 따라 차량구조 변경이 승인된 차량의 경우에는 9인승 이하의 자동차를 포함한다.

나.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또는 체육시설의 통학이나 시설이용에 이용되는 자동차일 것. 다만,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제3호에 따른 대규모점포에 부설된 체육시설의 이용자를 위하여 운행하는 자동차는 제외한다.

다. 제103조의2에 따른 차령(처음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3년)을 초과하지 아니할 것

5.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자동차로서 장애인 등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운행하는 경우

최근 우버택시가 기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불법 논란에 휩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셔틀버스 역시 ‘불법 유상운송’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셔틀버스는 오래 전부터 운행돼 왔지만 법 테두리 밖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셔틀버스에 관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 또한 사실상 없다.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조항에 묶인 채 전국에 몇 대의 셔틀버스가 있는지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다만 통학용 승합차량이 셔틀버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수는 약 30만여 대에 이를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병원·호텔·문화센터 등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와 특정기간에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차량까지 더하면 이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낮에는 전세버스 부장님, 밤에는 셔틀버스 브로커

제대로 된 숫자조차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셔틀버스업종에 개입할 리는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조항에 따라 단속이 이루어질 뿐이다. 음성화되다시피 한 상황 속에서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감을 스스로 찾아다녀야 한다. 수요자(학부모 또는 교육기관)와 공급자(셔틀버스 운전기사)를 연결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그 빈틈을 브로커(소개업자)들이 꿰차고 있다.

셔틀버스 소개업자들은 일감을 한 번 소개해 줄 때마다 소개비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을 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 치 급여와 맞먹기도 한다.

소개업자는 전세버스 회사의 상급 관리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해지는데, 그 사정은 이렇다. 통학용 셔틀버스를 운행하고자 하는 학원·어린이집 등 시설에서 어디에 의뢰를 해야 하는지 찾다가 전세버스 업체를 가장 쉽게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버스 업체는 45인승 대형버스를 위주로 운행하기 때문에 통학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15인승 승합차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15인승 승합차를 새로 구입할 수도 없다. 총량제로 인해 전세버스 면허대수가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사업자인 15인승 자가용 승합차량 소유자와 통학용 셔틀버스가 필요한 시설 사이를 전세버스 업체 직원이 연결해 준다. 승합차 정보 공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자신이 확보한 일감을 올리면 승합차량 소유자는 게시물을 보고 연락하는 식이다.

▲ 개인 개발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승합차 정보 공유' 어플을 실행한 모습. 일종의 구인·구직 웹사이트와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간착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세버스 업체 직원은 소개 한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소개업자들은 기존에 셔틀버스를 사용하던 시설에도 “더 싸게 할 수 있다”며 접근한다. 예를 들어 어떤 승합차 소유자가 한 달 150만 원을 받고 어린이집에서 통학차량을 운행했다면, 브로커가 나타나 130만 원에 해주겠다며 제안한다. 만약 어린이집 원장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기존 승합차 소유자는 일감 하나를 잃게 된다.

승합차에 ‘99:1’ 지분, 이상한 소유제도

이들 승합차 소유자는 곧 셔틀버스 운전기사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운전기사가 해당 차량을 100% 소유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공동소유제’로, 셔틀버스 운전기사와 시설의 장이 공동으로 차량의 소유자로 등록한다. 단, 차량의 99%는 운전기사가 갖고 1%만 시설의 장이 갖는다. 자동차에 일종의 ‘지분’ 개념이 들어간 것이다. 만약 한 명의 운전기사가 여러 시설의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면 ‘99:1’에서 ‘98:1:1’, ‘97:1:1:1’ 등과 같이 소유구조가 바뀐다. 차량 한 대로 세 곳의 시설을 운행할 경우 해당 차량의 소유자만 네 명이 된다.

어쩌다 이토록 특이한 소유제도가 생겨났을까? 지난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세 살배기 어린이가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른바 ‘세림이 사건’으로 알려진 사고 이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이 수립된다.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6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 입법예고안을 내고 자가용 유상운송 허용 범위를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등으로 확대했다. 통학용 셔틀버스를 법 테두리 안에 포함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입법예고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설의 장이 차량을 “직접 소유하여 운영”할 때로 허용 범위를 한정하면서, 통학용 셔틀버스의 다수를 차지하는 운전기사 소유 차량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량을 직접 소유토록 할 경우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학원·어린이집 측의 반발도 한몫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3월 해당 조문을 “직접 소유(공동 소유를 포함한다)하여 운영”으로 바꾸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냈다. 이른바 ‘50:50 공동소유제’다.

그러자 이번에는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운전기사 한 사람이 단 한 곳의 시설에서만 운행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민주노총 셔틀버스노동자연대(위원장 박사훈)는 “시설 한 곳에서 한 달에 받는 돈이 120만 원 안팎인데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보험료를 내면 남는 돈이 100만 원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99:1’, ‘98:1:1’과 같은 편법이 등장했다.

물론 여기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운전기사가 시설을 옮길 때마다 차량의 명의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박사훈 위원장은 “명의를 한 번 바꿀 때마다 열 가지에 달하는 서류를 새로 준비해야 하고, 기존 시설의 장으로부터 동의도 받아야 한다”며 “구청 공무원들도 ‘미친 정책’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지역 셔틀버스 노동실태 발표, ‘빙산의 일각’

이처럼 여전히 셔틀버스에 관한 정책·제도는 자가용 유상운송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론적으로 셔틀버스 운전기사의 노동실태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월 6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셔틀버스 운전기사의 노동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이번 연구조사는 취약계층 노동실태 연구 사업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서울지역 내 셔틀버스 운전기사 4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60대(52.8%)가 가장 많았고, 50대(29.5%)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60.8세로 상당히 고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운수업종 못지않게 장시간노동이 만연해 있었다. 평일을 기준으로 하루 15시간에서 20시간 미만 일한다고 응답한 운전기사가 31.4%에 달했고, 대부분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2.15시간으로 조사됐다.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일하는 운전기사는 전체 응답자의 46.5%로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고령의 운전기사들이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대기시간 중 마땅한 휴식공간이 없어 절반이 넘는 응답자(55.1%)가 “건강이나 안전에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체로 9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소형 승합차(71.3%)를 운전하고 있었다. 또 한 달 동안 유류, 보험, 정비 등에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76만 3,100원이었다. 운행비용을 제외하고 월 평균 211만 8,300원의 고정수입을 얻었는데,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를 받는다(40.6%)고 응답한 운전기사가 가장 많았다. 긴 노동시간에 비해 소득이 매우 낮은 탓에 본인 이외의 가족이 일을 하는 경우(69.3%)가 많았다.

응답자의 대부분(62.5%)은 셔틀버스 운전경력이 10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평균연령이 60.8세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40세 무렵부터 셔틀버스 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셔틀버스 운전이 직업으로서 정착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소득, 일의 안정성, 근무시간, 업체의 인간적 대우, 장기적 전망 등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적게는 54%에서 많게는 76.5%나 됐다.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조항에 얽매여 정부가 사실상 방치한 동안 셔틀버스 업계에는 중간착취가 만연하고 기형적 차량 소유구조가 생겨났다. 또한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의 노동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의 가장 큰 바람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제 도입’이다.

이는 물론 타 업종과의 갈등이나 여객운송질서 혼란 등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여부를 떠나 셔틀버스 업종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