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관리체계만 갖춰도 훨씬 나을 것
등록·관리체계만 갖춰도 훨씬 나을 것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0.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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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연대, 서울에 ‘셔틀버스지원센터’ 추진
[인터뷰]박사훈 민주노총 셔틀연대 위원장

앞서 본 것처럼 셔틀버스 노동실태는 이제 겨우 일면이 드러났다. 오랜 시간 방치되다시피 하다 ‘99:1’, ‘98:1:1’ 등과 같은 기형적인 차량 소유 형태가 나타났다. 민주노총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셔틀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사훈)은 무법지대와 다르지 않은 셔틀버스 노동실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설립됐다. 셔틀버스 운송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또 대안은 없는지 박사훈 위원장에게 듣는다.

▲ 박사훈 민주노총 셔틀연대 위원장

‘셔틀연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2011년 말까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장직을 수행하고 1년 가까이 쉬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조직화를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말 셔틀버스 현장에 뛰어들어 2년 반 동안 직접 셔틀버스를 운전하면서 현장의 열악함을 느끼게 됐고, 셔틀버스를 조직화하기로 했다.

셔틀연대는 크게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라는 임의단체와 ‘셔틀버스노동조합’이라는 노동조합으로 나뉘어 조직돼 있다.

전자는 지난해 4월 27일에 설립총회를 열었고, 후자는 올해 3월 12일에 창립총회를 열었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8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 소속이고, 전세버스 회사에 고용돼 법적으로 ‘근로자’인 1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셔틀버스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물론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하나의 노동조합을 이루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학용 셔틀버스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인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셔틀연대에서 요구도 법 개정을 통해서 셔틀버스 운송업이 하나의 업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노동기본권도 안정이 되고 탑승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부는 소위 ‘업업 간 갈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셔틀버스를 인정해주면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업계가 반발할 거라는 거다.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다. 셔틀버스 운송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관리도 되지 않는, 취약한 구조로 나둬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결국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무리하게 운행을 하다 보면 안전을 놓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의지 부족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전형적인 복지부동이다. 자신들이 자신 없는 부분에 섣불리 나서서 괜히 골치 아플 필요가 없다는 거다. 국토부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작년 3월 13일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국토부 기본 입장은 ‘자가용 유상운송을 모두 근절한다’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법상 자가용 유상운송이 불법이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화살이 국토부로 날아올 게 빤하다는 거다.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렇게 접근할 부분이 아니었다. 통학용 셔틀버스가 수십만 대다 보니까 자가용 유상운송을 금지하면 운송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다. 결국 국토부가 내놓은 방법이 차량을 시설의 장과 운전기사가 50 대 50으로 공동소유토록 하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시설의 장이 소유한 차량은 자가용 유상운송을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한테 차를 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노동조합이 나서서 일자리를 소개하거나 보험을 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셔틀연대가 있는 것이다. 가령 공제조합을 만들더라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공제조합을 만들 수 없다. 우선 유상운송이 허용돼야 한다. 우리가 공제조합이 됐든 보험이 됐든 노동조합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거고. 우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학버스지원센터라는 걸 설치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지원센터 산하에 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시설의 장들이나 학부모들이 통학용 셔틀버스가 필요해도 어디에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까 브로커들이 난립하는데, 콜센터에 전화를 하게끔 하는 거다. 지원센터에서는 그걸 취합해서 셔틀연대의 지부와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육목적으로 운행하는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유상운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셔틀연대는 작년부터 전용차량등록제 실시가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말해왔다. 전용차량등록제는 운전기사가 교육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해당 차량을 정부에다 신고하는 제도다. 그러면 어느 지역의 통학용 셔틀버스 등록대수가 몇 대이고, 운전기사가 누구라는 걸 알 수 있다. 정기적으로 차량 안전검사와 운전기사 안전교육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앞으로 셔틀연대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제도개선 투쟁은 당연히 진행돼야 할 거다. 무엇보다 노동조합 조직이 가장 시급하다. 셔틀버스의 불법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이 실행되고, 또 셔틀연대가 그 구심점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들 거라고 본다.

그렇게 조직화 하고, 나아가 제도개선 투쟁이나 법 개정 투쟁을 구체적으로 하려고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종 구분에 셔틀버스 업종을 추가해서 사각지대에 놓인 셔틀버스에 대한 지원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 길게는 소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을 병행해 셔틀버스 노동자들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셔틀연대·셔틀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20년 전에 공장 노동자들 조직화 할 때는 어느 지역에 가서 공장 단위로 동지들을 만났다. 예를 들어 오전반이 끝나면 이 사람들을 오후에 만나는 방법으로 조직사업을 했다. 그런데 셔틀버스는 이게 안 된다.

다 파편화돼 있기 때문에 개별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장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주로 하는데, 일 안 하는 시간대인 낮 11시부터 12시 사이에 어느 교회 옆에 가서 열댓 명 모아놓고 거기서 강연을 한다. 또 한 번은 서울 압구정동에 가면 한강 따라 쌓은 둑 밑에 버스들이 서 있는 곳에 찾아갔다. 늘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힘들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조합원에 대한 탄압은 달리 나타나지 않는다. 딱 한 번 조합원이 고초를 겪은 적이 있는데, 한 전세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가 우리 조합원이라는 걸 알고서 차를 빼라고 했다.

우리가 그 회사와 운송계약을 맺은 학원 앞에 가서 집회를 하면서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하니까 회사 쪽에서 철회를 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점점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