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비용 전가금지 시행, 더 이상 편법은 없다
운송비용 전가금지 시행, 더 이상 편법은 없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0.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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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등 7개 도시 10월부터
법인택시 운송비용 전가금지

차량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등 택시 운행에 드는 비용을 사업자가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없게 됐다.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 제12조1항이 10월 1일자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이 당장 시행되는 지역은 서울과 부산 등 특별시·광역시 지역이다. 이외 지역은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택시노동자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어떻게든 편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 예로, 지난 2009년 택시운송업에도 최저임금제가 시행되자 사업자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단체협약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을 점차 줄여나갔다. 기본급은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도 시급을 높이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결국 택시 운전기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참여와혁신 DB

운송비용 전가 세 번이면 사업 접어야

택시발전법은 지난 2014년 1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여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후 2015년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택시 공급대수는 물론 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택시노동자에 대한 복지기금 마련 등 노사 모두에게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다.

택시발전법에서 규정한 사항들 중에서도 운송비용 전가금지에 관한 내용인 제12조1항과 제18조1항1호는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사안보다 택시 노동단체의 주목을 받았다.

운송비용 전가금지의 주요내용은 차량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그리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용을 택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용”이란 “사고로 인한 차량수리비, 보험료 증가분 등 교통사고 처리에 드는 비용”, 즉 교통사고 처리비를 말한다. 단, 음주와 같이 노동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의 처리비용은 예외다. 또한 시·도지사는 1년에 두 번 이 같은 내용을 사업주가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

제12조 (운송비용 전가 금지 등)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구역의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 중 다음 각 호의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 된다. (시행일 2016.10.1. : 특별시 및 광역시의 사업구역) (시행일 2017.10.1. : 그 외의 사업구역)
1. 택시 구입비(신규차량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배차하면서 추가 징수하는 비용을 포함한다)
2. 유류비
3. 세차비
4. 그 밖에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
② 택시운송사업자는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형식상의 근로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포함한다)에게 택시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운수종사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택시운수종사자의 장시간 근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 시·도지사는 1년에 2회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가 제1항 및 제2항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 조사 내용과 조치결과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18조 (택시운송사업면허의 취소 등)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택시운송사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도록 명하거나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 변경을 명할 수 있다.
1. 제12조제1항 각 호의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전가시킨 경우 (시행일 2016.10.1. : 특별시 및 광역시의 사업구역) (시행일 2017.10.1: 그 외의 사업구역)
(중략)
② 제1항에 따른 처분의 기준 및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만약 이를 어기게 되면 사업주는 과태료 또는 사업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다. 사업주가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을 한 번 어겼을 때에는 과태료 500만 원을, 두 번째 어겼을 때에는 과태료 1,000만 원에 사업정지 90일, 세 번째 어겼을 때에는 과태료 1,000만 원에 감차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유류비 또는 교통사고 처리비를 노동자에게 전가했을 경우에는 사업정지 일수는 120일로 늘어나고, 감차 처분은 사업면허 취소로 훨씬 무거워진다. 다만 횟수는 사업주가 해당 조항을 처음 위반한 때로부터 1년까지만 누적된다.

사업주의 비용 전가 백태

택시발전법에서 규정한 운송비용 전가금지와 벌칙 조항은 언뜻 보면 상당히 수위가 높다. 1년 동안 운송비용 전가 행위가 세 번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차량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사고처리비 등은 당연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얘기다.

물론 현실은 노동계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 가까운 노동자들이 신차구입비 명목으로 일일 사납금에서 2,000~3,000원 정도의 금액을 추가로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신차구입비 일부를 노동자가 부담하도록 노조가 합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여운을 남긴다. 유류비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택시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하루 30리터 안팎의 LPG연료를 기본으로 지급받는데, 이를 초과하는 만큼 노동자들이 부담해 왔다. 이 같은 유류비의 전가는 택시운송업에서 사업주와 노동자가 운송수입금을 배분하는 방식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택시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은 기본급과 개인수입으로 나뉜다. 기본급은 하루에 적게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에 이르는 사납금을 채웠을 때 고정적으로 받는 임금이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기본급이 줄어든다. 반대로 사납금보다 더 많은 운송수입금을 벌었다면 그 초과분만큼 노동자가 개인수입으로 가져간다. 결론적으로 유류비를 노동자에게 전가했던 명분은 “운전기사 개입수입을 얻기 위해 기본 제공량보다 더 많은 유류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만큼 운전기사 본인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택시노동자들이 부담하는 운송비용은 차량구입비와 유류비가 다는 아니다.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노동자들이 부담하는가 하면, 심지어 세차까지도 노동자들이 자비로 하는 사례가 있었다.

앞의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의하면 설문 대상 업체 782곳 중 332곳(42.5%)에서 택시노동자가 세차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도 택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운송비용을 떠넘기는 행위가 금지돼 있기는 했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장관 훈령(현 국토교통부장관 훈령)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 요령’에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경비를 운수종사자에게 운송수입금이나 기타 금전으로 충당시키는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법원은 서울의 한 택시업체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본 유류제공량을 초과한 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은 전액관리제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택시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실효성 여부는 지자체에… 서울시 대책 돋보여

당시 법원의 판결 이후 시행 요령(훈령)에 명시된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은 유명무실해졌다. 애당초 우리나라 법령 체계상 시행 요령의 위상은 국토교통부령인 시행규칙보다도 낮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난 2012년 말에는 택시 노사의 오랜 바람이던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운송비용 전가금지가 법률로 명시되기까지는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택시발전법 제정을 통해 운송비용 전가금지 법제화는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택시발전법의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택시업체가 속한 사업구역 시·도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운송비용 전가 실태 파악의 책임이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운송비용 전가금지와 관련해 대상 지자체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시의 경우 운송비용 전가금지를 두 달 앞둔 지난 8월 도시교통본부 소속 공무원들이 255개 사업장을 돌며 운송비용 전가 실태를 파악한 바 있다. 또 10월 1일부터 위반 사례를 단속하고, ‘운송비용 전가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서울시는 택시발전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운전기사에게 떠넘기기가 금지되는 운송비용의 유형을 신차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교통사고 처리비 등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선 신차구입비의 경우 징수 방법, 형식, 명칭, 징수 시기, 횟수, 금액 등을 불문하고 ‘실질적으로’ 택시 구입에 충당되는 비용이라면 전가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새 차를 우선 배차하면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운전기사로부터 징수하는 행위, 신규차량 배차 시 1일 사납금을 더 받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또한 유류비의 경우 ▲1일 기준 일정량의 유류만 운전기사에게 지급하고 추가 사용량은 운전기사가 부담하게 하는 행위 ▲단체협약 상 소정근로시간에 소모된 만큼만 사업자가 부담하는 행위 ▲1일 운송수입금과 소모된 유류의 양을 비교해 사업자가 유류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 ▲사납금에서 유류비를 추가로 받는 행위, 사업자가 유류비를 운전기사의 급여에서 공제하는 행위 등이 단속 대상이다.

세 번째로 세차비 전가 행위로 간주되는 사례는 ▲세차 담당 직원에게 팁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게 하는 행위 ▲외부 세차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그 비용을 운전기사에게 부담시키는 행위 등이다.

ⓒ 참여와혁신 DB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교통사고 처리비 전가에 관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공동부담을 지우는 행위, ▲보험료 할증 및 무사고 경력 등을 빌미로 사고비용 부담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단, 택시발전법과 시행령에 명시된 대로 운전기사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예외로 하되,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르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9월 27일 시내 255개 사업장과 개별 단위사업장 노조에 통보했다. 아울러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운송비용 전가금지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택시운송사업자들의 비용 전가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사납금제서 전액관리제로의 변화 계기 돼야

무엇보다 운송비용 전가금지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정착의 조건이다. 택시 노동단체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보편화되면 택시노동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사납금제 하에서는 매일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입한 후 남는 금액을 가져가기 때문에 사업주의 역할은 사납금을 채울 때까지일 뿐이다.

10시간이 걸리든 20시간이 걸리든, 안전운전을 하든 난폭운전을 하든 사업주 입장에서는 사납금만 챙기면 된다. 택시노동자 개인이 사업주로부터 차를 빌리고 그 대가로 도급료를 내는 것과 내용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