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더 멀리 빛을 발하다
아름다운 도전, 더 멀리 빛을 발하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0.19 10:5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들의 기능 대축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열려
[사건]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장애인들의 땀과 노력, 미래를 향한 도전의 장이 펼쳐졌다. 올해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38개 직종, 354명의 대표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량을 쏟아냈다. 장애인들의 기능 향상을 장려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인식 개선과 관심을 도모하여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올해로 33회 째를 맞았다. 

▲ 선수단 입장

33회 대회, 396명 지역 대표선수 참가

제3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고용노동부와 경상남도 주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주관으로 지난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열렸다.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 1~2전시장 및 한국폴리텍VII대학 창원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총 38개 직종에 전국 17개 시도 대표 선수 396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이번 대회는 최신의 산업 트렌드를 반영해 메카트로닉스, 바리스타 등 3개 직종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홍보관, 네일아트 등 각종 체험관을 운영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에게 유익한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장애인의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경상남도 장애인 채용박람회’가 함께 열렸다. 박람회에는 ‘무학위드’ 등 40여 개 구인 업체와 구직 장애인 5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의 기능 향상과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1981년부터 개최되었다. 2017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부산광역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대회에 입상한 이들에게는 상금 외에도 특전이 주어진다. 금상, 은상, 동상에 입상한 이들은 2년 동안 해당 직종 기능사 필기 및 실기 시험이 면제된다. 또한 이들은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격이 부여된다. 그 외에도 참가선수들에게는 참가 장려금 10만 원이 지급된다.

이번 대회는 지난 3월 열렸던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종합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장애인들의 관심도가 더욱 커졌다. 이처럼 늘어난 국제대회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예년에는 1, 2위만 국제대회 선발전 참가자격을 부여했지만, 올해부터는 3위까지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대회 주관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번 대회를 주관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1990년 9월 1일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아울러 「장애인이 행복하게 일할 기회와 여건을 넓혀간다」는 미션과 「최고의 장애인고용서비스 중심기관」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공단 조직은 본부, 고용개발원, 전국의 18개 지사와 5개 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 4개 훈련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공단 사업>

취업지원·직업능력개발사업 :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취업지원서비스 제공
•18개 지사 및 장애인고용포털(www.worktogether.or.kr)을 통한 구직등록 및 직업상담 서비스 제공
•장애인의 취업 전 준비부터 취업 후 적응까지 체계적인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워크투게더센터 운영,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 중증장애인을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5개 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 및 4개 훈련센터를 통한 장애인 직업능력개발훈련 실시
•공공, 민간직업훈련기관 훈련과정 연계 및 개별적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 등

사업주 지원 : 기업의 장애인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
•장애인고용시설자금 융자 및 무상지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장애인고용장려금 지원
•장애인고용관리비용 및 장애 인식개선교육 지원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비용 지원 등

[인터뷰]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사람들

아름다운 도전으로 구워내는 빵과 과자
제과제빵 직종 / 뇌병변 4급 / 인천
문중섭 선수(52세)

2009년,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투자정보자문회사를 설립하고 두 자녀와 함께 유학을 겸한 사업을 하던 중이었다. 평소 건강했던 문중섭 선수는 단순 통증이나 과로로 인한 증세이려니 했던 허리통증이 하반신 마비를 동반하는 척추골수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인생의 나락을 확인했다.

계속된 병원 생활을 뒤로 하고 2011년, 고향인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시도에 들어가 전동스쿠터에 몸을 지탱하며 재활을 시작했다. 계속된 통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밥 먹듯이 하고 결국 2012년 1월 뇌병변 4급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후에도 사지를 찢는 듯한 통증과 마비로 병원 생활을 계속 했지만, 인생을 이렇게 마무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15년 2월 대전직업능력개발원 외식분야(제과제빵)에 입학했다.

직능원에서의 교육과 생활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평소에 제과제빵에 관심도 있었지만 배워가면서 보니 남다른 소질도 발견할 수 있었고 목표를 가지니 나 자신도 내 주변도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중섭 선수에게 “장애인기능경기대회”라는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메르스로 전국이 시끄럽던 지난해 여름, 문 선수는 인천 대표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7시간 동안 진행되는 3단 케이크 완성은 체력적으로 무리였던지 작품 완성을 못해 실격되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지마비와 발목 골절까지 3차례 수술과 입원으로 6개월간의 휴학을 마친 지금, 문씨는 다시 아름다운 도전을 한다. 이번에는 더 큰 꿈을 꾼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우승과 세계대회 도전’

“밀가루가 빵이나 과자로 변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듯, 내 자신이 변해 나와 가족에게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할 것입니다.”

▲ 입상자 기념촬영

“인생 제2막을 위한 건축에 대한 꿈”
건축제도CAD 직종 / 지체 3급 / 경남
서수권 선수(32세)

어린 시절 손재주가 많아 톱과 못, 망치를 가지고 산에 올라가 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아지트도 만들곤 했다. 항공고등학교를 다니며 항공기체구조와 공기역학과 같은 별난 분야를 배웠고 건축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채 평범한 삶을 살 줄 알았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배워 처음으로 입사하게 된 건설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행복했고 서수권 선수의 손길이 닿은 건물의 완공식이 있는 날은 뿌듯함을 숨길 수 없었다. 각자의 주인에게 분양이 되어 나가는 아파트의 각 호실을 보고 있노라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27세, 한창 사회활동에 전념하고 있을 때 찾아온 교통사고로 그 끝을 모를 만큼의 인생의 추락을 맞이하게 되었고, 순간의 생각과 판단으로 말미암아 그의 운명이 뒤바뀌고 말았다. 그로 인해 느낀 아픔은 가족이 없었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거라고 지금도 회상하곤 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욱 더 단단해 진다는 말이 있듯이 끝을 모를 만큼의 추락을 느낀 후, 모든 면에서 많이 성숙하게 되었고 두 세배의 운동과 재활을 꾸준히 지속한 결과 2012년 런던에서 열리게 되었던 장애인기능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넘치는 의욕과 부담감으로 너무 혹사한 몸이 버티지를 못하고 결국 부상을 입어 런던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조정 경기에 참가하여 여러 차례 입상을 하여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그 덕분에 어릴 적부터 꿈이던 건축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찾게 된 부산직업능력개발원 건축분야에 입학하면서 전산응용건축제도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고 2016년도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여 최종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작년 지방대회는 메르스 때문에 연기되었습니다. 덕분에 밤 12시까지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했고, 결국 1등을 했습니다. 이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1등과 국제 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의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매일 꾸고 있습니다.” 

▲ 가구제작

계속되는 도전, 그리고 아름다운 선행
컴퓨터수리 직종 / 지체장애 2급 / 경남
이인환 선수(47세)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도 없는 이인환 선수는 이번에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도전했다. 2011년부터의 도전이니 벌써 6년째 도전이다. 그것도 양손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양손을 정밀하게 사용해야 하는 컴퓨터 수리 직종이다.

이인환 선수는 선천적 장애인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학교도 다닐 수 없었던 그는 부모와 친구들에게 의지한 채 누구보다 힘든 학창시절을 겪어냈다. 장애로 인해 지속적인 배움을 가지지 못한 그에게 컴퓨터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고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컴퓨터 수리 기술을 익히기 위해 밤낮없이 매달렸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작업대도 사용할 수 없는 그는 바닥에서도 늘 웃는 얼굴로 컴퓨터를 수리한다. 그런 그에게 기능경기대회라는 도전은 값지다. 2011년도부터 도전한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작년부터는 우수한 성적을 거둬 경남 대표로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한 해 한 해 입상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그에게는 기쁨이다.

이인환 선수는 본인도 어렵게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이지만 본인의 기술을 활용해 장애청소년이나 장애인 가족들에게 손수 조립한 컴퓨터를 선물하기도 한다. 배움의 꿈이 있었으나 장애로 인해 학업을 중도에 그만둬야 했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은 자그마한 선행이다. 그의 선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리고 그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