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과 수도권 1호선 전철, 그리고 특전사
철도 파업과 수도권 1호선 전철, 그리고 특전사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0.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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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촌철살인미수]대체인력

[한 마디 말로 큰 위력을 발휘할 때를 ‘촌철살인’이라고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철도 파업이 나흘째를 맞이하던 지난 9월 30일 수도권전철 1·2호선 신도림역은 여느 때처럼 붐볐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사람들, 벌건 눈으로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아무리 금요일이라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열차 위치를 알려주는 역내 전광판을 보니 상·하행 양방향 모두 열차 간격이 터무니없이 벌어져 있었다.

대체인력의 소행(?)임이 틀림없었다. 철도 파업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출퇴근시간 수도권광역전철 운행률을 100%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모두 6,050명의 대체인력이 투입됐다. 이 중 전동열차의 기관사(386명)와 차장(620명)은 모두 1,006명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군인 457명도 포함돼 있다. 수도권광역전철 대체인력 절반 가까이가 군인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대하던 열차가 들어왔을 때 본 기관사의 복장은 특전사 전투복이었다. 열차에서 내려서 본 차장의 복장도 마찬가지였다.

소위 ‘군 인력’들은 열차 운전이 상당히 미숙했다. 역에 도착했을 때 정차위치를 못 맞추는가 하면 출입문 조작도 서툴렀다. 일단 열차가 역에 정차한 후에는 다시 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구간마다 어떤 곳은 열차가 줄줄이 밀려있었고, 어떤 곳은 그 반대였다. 평소였으면 14분 만에 갈 거리를 10분은 더 늦게 도착했다. 한 승객은 열차를 기다리면서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꼴통XX들, 그 많은 돈을 받아먹으면서 파업을 하냐”며 허공에다 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그 승객을 뒤로 하고 무사히 다른 역에 도착했을 때, 안내방송이 나왔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레일에서는 대체인력을 운용중입니다. 다소 운전취급이 미숙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 운전취급이 미숙한 게 양해해 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인가. 열차야 얼마나 늦든, 차내에 승객이 들어차 객실이 찜통이 돼도 냉방을 안(못) 틀어주든 잠시 불편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미숙한 운전취급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

실제로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해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철도 파업 때 수도권전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80대 승객이 숨졌다.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출입문이 닫히면서 발이 끼였고, 그 상태로 1미터 끌려가다 공사 중이던 스크린도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다. 당시 출입문을 조작한 사람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한국교통대학교 학생이었다.

불편은 양해의 문제일 수 있지만 안전은 그렇지 않다. 물론 운전이 미숙한 군인의 잘못은 아닐 테다. 불편해도 괜찮으니 사람이 없어 열차를 세우더라도 부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