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따라 기업의 인재상도 변모
경기불황따라 기업의 인재상도 변모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2.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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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취업 여정
[커버스토리]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취업 ‘고비’에 허덕이고 있는 당신에게

“지나고 보면 그게 아니었는데...”라는 소회가 늘 뒤따르지만, 한국인의 삶의 모습은 ‘고비집중형’인 경우가 많다. 어린 학생 시절부터 이를 경험한다. 대학입시라는 고개를 넘으면 또 다시 ‘취업‘이라는 능선이 떡하니 인생 앞에 놓인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취업은 점점 더 중차대한 고비로 자리 잡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꿈과 포부를 채 펼쳐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좌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6%, 이는 2005년 9월 이후 11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중 청년층(15~29세) 실업자 수는 41만 6천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7만 6천 명이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은 세태는 구직자들이나 직장인들의 의식에 반영된다.

직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구직자는 ‘직업 안정성’을, 직장인은 ‘몸과 마음의 여유’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와 직장인 1,4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개의 주요 가치관 항목 중 구직자는 직업 안정성에 가장 높은 4.22점(5점 만점)을, 직장인은 몸과 마음의 여유에 최고점(4.37점)을 줬다.

19개 가치관에는 성취·보상·인정 등 고용노동부 워크넷 ‘직업 가치관 심사’의 13개 항목이 포함됐다. 구직자들은 직업 안정성 외에 몸과 마음의 여유(4.18점), 흥미(4.04점), 자아 실현·근무 여건(4.02점)을 직업 선택 시 중시하는 5대 가치관으로 꼽았다. 직장인도 몸과 마음의 여유를 비롯해 직업 안정성(4.21점), 근무 여건(4.2점)을 구직자들처럼 5대 가치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나머지 2개는 금전적 보상(4.22점)과 전문성(4.06점)을 꼽아, 구직자들과 차이를 보였다.

‘사람인’ 관계자는 “구직자들은 아직 직장 생활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흥미나 자아 실현 같은 이상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반대로 직장인들은 일에 대한 보람보다는 금전적 측면이나 미래를 위한 전문성 구축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일하는 데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일주일에 평균 3.6회 야근(지난 7월 조사)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조사에서 직장인과 구직자 2,236명 중 절반(52.1%)가량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으로 사회적 인식(35.7%)을 꼽았다. 그 밖에 소득수준(26.1%), 업무 환경(11.9%), 직업 안정성(7.2%), 전문직 등 진입장벽(6.4%) 등이 뒤를 이었다. 직업의 귀천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액 연봉의 기준은 평균 1억 2천만 원이었다.

독창적인 인재 원하는 기업들의 모습

‘외출 전 준비 시간은 보통 얼마 정도 걸리나’ ‘가족과 여행하는 횟수는’ ‘인스턴트 음식은 1주일에 몇 번이나 먹나’….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신입 사원 채용에 지원한 사람들은 이런 엉뚱한 질문 120가지에 답해야 했다.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뭘까.

입사 후 좋은 성과를 거둘 지원자를 일종의 프로파일링(profiling, 이미 알려진 특성을 분석해 특정 행동에 적합한 사람을 골라내는 일)을 통해 찾아내려는 의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좋은 인사 고과를 받은 직원의 특징을 빅데이터 분석과 설문으로 알아냈고 이 인물상에 맞는 신입 사원을 뽑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좋은 사원을 넘어 최적 사원을 뽑으려는 이런 시도엔 빅데이터 분석, 나아가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AI가 신입 사원 채용 및 직원의 부서 배치에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AI 인사부장’ 서비스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프로파일링 채용’은 이렇게 진행된다. 우선 회사에 다니는 직원 중에 일 잘하는 직원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은다. 출신 학교, 학창 시절 성적은 물론 키와 몸무게, 가족 관계, 생활 습관 등도 들어간다.

이 자료를 토대로 이상적 직원상, 즉 입사하면 일을 잘할 가능성이 큰 인물상을 컴퓨터가 뽑아낸다.

‘우수 사원 프로파일’에 적합한 항목이 많은 지원자는 면접 때 가산점을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프로필을 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시행착오는 ‘여러 형제 중 가운데’ 같은 특성이었다. 예컨대 3형제 중 둘째는 위아래를 두루 사귈 줄 알아 비교적 무난한 성격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요즘 젊은이 중에 형제가 둘 이상인 사람이 극히 드물어 평가 기준으론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프로파일링을 통해 채용한 직원들의 성과를 다시 분석하면 좀 더 정교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런 AI 채용이 빠르게 번지는 중이다. 도이체방크는 입사 지원자가 약 20분 정도 걸리는 문제를 풀게 하고 이를 기존 우수 직원 특성과 비교해 채용 때 반영한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기업과 입사 지원자의 프로필을 AI로 분석해 최적 조합을 찾아내 주는 서비스가 선보일 예정이다. 벤처 회사인 ‘탤런트 X’가 11월에 내놓을 AI 채용 프로그램은 지원자가 온라인으로 13가지 카테고리에 답을 입력하면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성공한 직업군과 그런 회사 중에 현재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 명단을 보여준다.

역으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프로필을 제시하면 AI가 취업 준비생 중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기업에 제안해주기도 한다. LG경제연구원 황인경 연구원은 “구글이 최근 ‘사람과 관련한 모든 의사 결정은 자료와 분석에 기반해 이뤄진다’고 선언할 정도로 해외에선 AI의 인사 분야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자기소개서 질문의 진화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기업이 실제로 지원자에게 작성을 요구한 자기소개서(자소서) 질문들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주요 기업마다 입사 지원자의 직무 역량 검증을 중요시하면서, 자소서 질문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소재를 활용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의 올해 하반기 공채 지원서 접수는 대부분 마감됐지만, 앞으로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올해 자소서 질문을 참고해 지원 기업에 대한 직무 경험을 차근차근 쌓는 것이 좋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는 올해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국내 30대 그룹의 자소서 질문 5,000여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기업당 제시하는 자소서 질문은 평균 4.25개였으며, 질문 유형은 401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성장 과정’ ‘성격의 장단점’ ‘경력 사항’ 등 천편일률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질문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제시된 자소서 질문은 ‘질문 자체의 글자 수’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크루트는 “올해 자소서 질문의 평균 글자 수가 73자로 예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질문 자체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던지는 것이다. 가장 긴 자소서 문항은 SK텔레콤(빅 데이터 직군)의 360자 질문이었다〈요약문 표 참조〉. 취업 컨설팅 전문가인 양광모 경희대 겸임교수는 “예전엔 7~8개의 질문을 던지고 자소서를 길지 않게 작성하라는 기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자소서 질문 수를 줄이는 대신 답변 분량을 늘리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가장 상세히 자소서 문항을 설명한 그룹은 SK로 조사됐다. 올해 신입 채용을 진행한 25개 계열사의 자소서 질문당 평균 글자 수는 125자였다. 반면 효성은 질문 글자 수가 평균 7자로, 가장 질문이 짧은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은 계열사별로 해당 기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외식업체인 CJ푸드빌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브랜드 중 한 곳을 선정하고 해당 점포와 그 경쟁사라고 판단되는 점포를 방문해 당사 브랜드의 우수한 점과 개선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을,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은 “고객의 요구 사항이 매우 합리적이나 오쇼핑의 내부 규정과 다른 경우, 어떻게 업무 처리를 하겠으며 이때 고객 불만 해소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기술하세요”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은 자소서 질문 내용이 상대적으로 평이하다. ‘삼성 취업을 선택한 이유와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기술하라’ ‘본인의 성장 과정을 기술하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인물을 포함해 기술하라’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선택해 자신의 견해를 기술하라’ 등의 3가지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진다.

인크루트는 “채용 과정에 있어 기업마다 직무 역량 평가를 중시하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지원자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경향 역시 뚜렷해졌다”면서 “취업준비생은 본인의 스토리를 직무 역량과 결부시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어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당신은 내년 초 대리 승진이 확정적입니다. 그런데 마침 당신이 꼭 가고 싶은 국가의 해외 전문가 교육 과정 공모가 진행 중입니다. 해당 교육 과정에 참여하면 승진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CJ E&M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해당 아티스트의 성공 혹은 실패 요인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작성해 주세요.

한화S&C
한화S&C는 ‘smart & creative’라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IT 업계에서 이 비전이 왜 필요하고, 본인이 이런 인재임을 증명하는 사례와 경험을 말씀해 주십시오.

CJ CGV
CJ CGC에서 시도된 마케팅 혹은 서비스를 한 가지 설명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을 작성해 주세요.

SK텔레콤
빅데이터 직무는 1.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 2. 데이터 엔지니어링의 두 가지 분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하나 선택하고, 해당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 공모전, 대회, 연구 등의 활동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기술하십시오.

대우건설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대우건설(건설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 대우건설(건설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작성해 주십시오.

튀는 사람보단 ‘진국’이 요즘 인재상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표현 자체가 구태의연하고 정형화된 모습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여전히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눈과 귀가 솔깃할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세태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고 있는데, 취업포털들의 조사, 분석에 의하면 최근에는 미묘하게 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367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이 기업들의 ‘인재상’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도전정신, 팀워크, 창의’ 같은 키워드는 순위가 밀리고, ‘전문성, 주인의식’ 같은 키워드가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2년 전인 2014년 인재상 키워드 중 5위에 올랐던 ‘도전정신’은 지난해 9위에 이어 올해도 9위에 머물렀다. ‘팀워크’ 역시 2014년 4위에서 지난해 5위, 올해는 6위로 점차 뒤로 밀렸고, ‘창의’ 역시 같은 기간 8위→11위→1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신 ‘전문성’은 8위→7위→5위로 점차 중요도가 상승 중이고, ‘주인의식’도 6위→4위→4위로 상당히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직무 역량평가를 강화하거나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하는 등 직무 중심의 채용을 강화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의 상위권’ 키워드는 역시 ‘책임감, 성실, 열정’이었다. 이 3개 키워드는 서로 순위가 조금씩 오락가락할 뿐, 3년 연속 꾸준히 1~3위에 이름을 올리며 가장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줬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기업마다 선호하는 인재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맡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잠재 능력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조기퇴사율

대학생이 취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3개월. 첫 직장을 다니는 기간은 이보다 약간 길다. 18개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재직기간 1년 이하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7.7%다. 2012년 23.6%에서 갈수록 늘고 있다.

그토록 바랬던 취직을 하고도 신입사원이 조기 퇴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방송된 ‘SBS스폐셜-은밀하게 과감하게: 젊은 것들의 사표’에서는 27명의 퇴사자 또는 퇴사고려자들이 등장해 한국의 기업문화를 비판했다. 이들은 ‘억압적인 위계질서’, ‘이유 없는 야근’, ‘회식문화’를 조기퇴사 이유로 꼽았다. 퇴사를 부르는 숨막히는 현실은 다음과 같았다. 칼퇴는 안되지만 출근은 빨리해야 하고, 부장∙상무∙이사 등 상급자 입맛에 따라 보고서는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상사에게 행선지를 물어 버튼을 대신 눌러줘야 하며, 대화는 단답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회식자리에서 신입은 가장 자리에 앉아 연배순으로 수저를 준비해야 한다. 또 술잔은 상사보다 1센티미터 아래에서 부딪히는 등 상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시중을 들어야 한다. 이런 ‘노답’인 직장문화를 참지 못한 젊은이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한 자동차 회사에 취직해 초고속으로 대리를 달았지만 3년 만에 퇴사한 곽승훈 씨. 카이스트 전자공학부를 졸업한 수재로, 재직 시절 7,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금은 오키나와에서 다이빙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다. 12시간 이상 일하고 무급이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한국이든 오키나와든 다 힘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했다.

중견 의류회사에 들어가 입사 1년만에 퇴사한 류진호 씨도 마찬가지였다. 류 씨는 3차례의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 자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그는 업무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얻어 회사를 나오기로 결심했다. 류 씨는 퇴사 과정에서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다. 아버지는 “한심하다”며 류씨의 퇴사를 철없는 행동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류 씨는 퇴사 축하 파티를 열만큼 홀가분해 했다.

방송에선 넥센타이어, 매일유업 등 경력 15년차 현직 인사담당자 5명이 등장해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했다. 신입사원을 1년간 육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억 원. 신입사원이 제 역할을 하는 시점은 3년차 즈음이다. 그런데 조기 퇴사하는 청년이 늘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스펙 좋은 인재 100명을 뽑아도 쓸만한 인재는 10명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회사일 까지 엄마에게 의존하는 ‘마마신입’, 화려한 스펙에도 업무 이해도는 바닥인 신입이 대표적인 ‘고문관’ 사례다.

퇴사 가르치는 학교·비판하는 웹툰 등장

이런 문화를 반영하듯 ‘퇴사학교’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를 다니다 4년만에 퇴사한 장수한 씨는 퇴사학교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직장인들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며 퇴사를 준비한다.

양경수 작가가 그린 삽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갑갑한 현실을 반영한다. ‘가-족같은 회사’, ‘보람따윈 됐으면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등 직장인들이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속 시원히 대신 한다. 집-회사만 오가며 개인적인 삶이 없는 회사인을 가르켜 흔히 ‘사축’이라 표현한다. 회사의 가축이란 뜻.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124시간에 달한다. OECD 평균인 연간 1770시간과 비교하면 주당 6.8시간을 더 일하는 셈.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퍼지면서 청년들은 회사를 위해 더이상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조기퇴사를 막기 위해 복지제도를 개선하고 연봉을 인상하는 ‘당근’을 주기도 한다. 선배사원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조직생활에 적응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조기퇴사의 주된 이유는 ‘상명하복 기업문화’다. 신입에게 조직문화에 적응할 것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억압된 도제식 문화를 버리고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인사담당자의 TIP>

현대자동차그룹
- 나와 회사에 대한 관심, 기본은 늘 중요

“과거처럼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라는 표현 자체에 내부적으로도 퀘스천 마크를 그리고 있어요. 입사 지원자들에게 너무 획일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표현이라는 점이지요. 실제로 취업 현장에서는 잘못 알려진 이미지들을 가지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사실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라는 것이 있다면, 입사 이후에도 이와 같은 모습을 충분히 육성 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면 대체 어떤 사람을 뽑는 것 인가에 대해 대단히 궁금할 텐데, 물론 기본적인 원칙은 있습니다. 일례로 2015년 채용 시 강조되었던 점은 말 그대로 ‘기본‘이라는 점이었어요. 그냥 기본이라고 말하면 듣는 이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일텐데,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입사를 원하는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얼마나 충실하게 관심을 갖고 있느냐가 저희가 생각하는 ‘기본’의 기준이었습니다. 어떤 성향의 지원자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직무부서에 따라 경향이 다릅니다. 그래서 점점 더 채용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공채의 경우 상/하반기에 실시하고, 서류, 인적성검사, 1, 2차 면접 등 4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인적성검사에서는 역사에세이를 제출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게, 역사적 지식이 얼마나 깊은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아닙니다. 역사관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지원자가 회사가 필요로 하는 특정 부문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보는 겁니다. 따라서 절대적인 당락 커트라인이랄지, 모범답안 같은 게 나오기 힘들어요. 다양한 채용 채널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THE H 채널’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채용 과정이 지원자가 입사지원을 하고 다양한 경로로 이를 걸러내는 구조였다면, 이는 인사 담당자가 직접 적합한 인재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죠. 과거의 채용이 촘촘한 체로 인재를 걸러내는 식의 구조였다면, 이제는 좋은 인재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워내는, 발굴-육성-관리가 함께 진행되는 개념의 채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인사채용담당자의 업무도 그 성격이 크게 달라졌고, 업무량도 늘어난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런 방향의 변화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의 교육을 받으면서 현장 경험을 비롯해 다양하게 회사 생활에 필요한 것에 대해 교육을 받습니다. 건강관리와 같은 개인적인 부분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 내용에 들어가 있지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채용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과 성의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겠지요.”

SK텔레콤
- 각양각색, 자신의 장점을 객관적으로 드러내야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회사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막연하고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회사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이 바로 원하는 인재상이지요.

좀 더 구체적인 팁을 드리자면, 지원자들이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채용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잘 드러내되, 지나치게 ‘오버’를 한다든지, 거짓이나 꾸밈으로 장점을 만들어낸다든지 하면 안 되겠지요. 회사의 업무가 직무별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어떤 성향인지가 직무에 따라 다릅니다. 개발 업무에 특화된 능력이나 성향이 있을 수 있고, 홍보나 마케팅 사업에 적합한 능력과 성향이 있지요. 또 회사 내부 관리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나 성향은 또 다릅니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스펙이 아니라 능력중심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사진이나 수상경력, 이력, 봉사활동 등의 정보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채용과정은 여타 기업들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면접의 경우도 대단히 타이트하게 진행되며, 함께 일하게될 실무진 면접도 진행하게 됩니다. 지원자들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들은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연수를 거친 이후에 관계사별로 다시 연수에 들어가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익히게 됩니다.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잡토크 행사 등도 열고 있으며, 주로 밖에서는 알기 어려운 정보들, 이를테면 직무에 대한 궁금증 같은 내용들을 현직에 근무하는 실무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