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단 능력, 기업의 채용 문화가 바뀐다
스펙보단 능력, 기업의 채용 문화가 바뀐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2.0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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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기반 능력채용 확대 추세
[커버스토리]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②

취업 ‘고비’에 허덕이고 있는 당신에게

“지나고 보면 그게 아니었는데...”라는 소회가 늘 뒤따르지만, 한국인의 삶의 모습은 ‘고비집중형’인 경우가 많다. 어린 학생 시절부터 이를 경험한다. 대학입시라는 고개를 넘으면 또 다시 ‘취업‘이라는 능선이 떡하니 인생 앞에 놓인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취업은 점점 더 중차대한 고비로 자리 잡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꿈과 포부를 채 펼쳐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좌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25일 SK, KT, 동부 등 100여 명의 기업 인사담당자가 모여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사례와 효과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하는 ‘능력중심채용 확산을 위한 인사담당자 설명회’ 자리였다.

ⓒ SK텔레콤

이번 설명회는 지난 3월 ‘능력중심채용 실천선언’ 이후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관행을 다시 한 번 공유하고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 기업의 긍정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인쿠르트, 잡코리아 등 취업 포털들은 2016년 하반기 채용 트렌드로 NCS 기반형 직무역량 평가, 학력/학점/어학성적 스펙기준 감소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대기업인 LS 전선, 중견기업인 인터지스, 공공기관인 안전보건공단 등 3개 기업의 능력중심채용 도입 우수사례 내용이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능력중심채용 컨설팅을 실시하는 ORP의 오동근 부대표는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 기업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 분석하여 설명하였다. 조사대상은 ’15~’16년 능력중심채용 교육 및 컨설팅 참여 기업(219개 소)이며, 5점 척도 조사, 100점으로 환산한 결과,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규직원의 업무몰입과 성과가 증가하였으며, 기업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으며, ▴직무태도 향상(58→67) ▴직무수행 수준 향상(55→65) ▴기업이미지 개선(59→69) 지원자 입장에서는 채용과정 만족도가 증가하고, 사생활 및 인격 존중 부문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채용과정 만족도(60→68) ▴사생활 존중(59→69) ▴인격적 존중(58→71) 또한, 사회적으로 지원자와 업무 간의 직무연관성이 향상되고, 신규 입사자의 출신학교 분포가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연관성 향상(67→74) ▴출신학교 다양성 증가(71→78)

오동근 부대표는 “능력중심채용이 중소기업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과 평가도구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관행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취업포털 ‘사람인’ 이상돈 본부장은 “현장에서 만난 취업지원 담당자들도 기업의 채용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구직자들이 직무능력 개발에 더욱 집중하여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불필요한 스펙을 요구하던 관행에서 빠르게 벗어나 능력중심의 채용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참석한 인사담당자들의 실천을 당부하였다.

<능력중심채용 도입 우수사례>

LS전선(대기업) – 전력 케이블, 산업 특수용 케이블 등 제조

도입 전
: 일반적인 스펙 위주의 채용

변화 노력
: 신입사원의 채용 방식을 직군단위(4개)에서 직무수준(18개)으로 구체화하였으며, NCS 등을 활용하여 직무기술서를 작성, 공개해 지원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2016년 하반기 채용부터 적용) - 또한 경험 면접과 상황 면접 등을 도입하고, 면접도구를 개발해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함

도입 성과
: 작년 대비 전체 모집인원은 감소했으나, 직무관련 교육, 자격, 경력 및 경험을 갖춘 지원자 수가 증가. “작년까지는 직무 관련 문의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올해는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다. 상세한 직무기술서 덕분”

인터지스(중견기업) – 항만하역, 육/해상 운송, 보관 등

도입 전
: 2015년 관리/일반직 퇴사자 중 30%가 입사 2년 미만자

변화 노력
: 기존에 요구하던 일반적인 스펙 감소, 직무관련 교육, 자격, 경험 및 경력 등만을 작성하도록 입사지원서를 변경함 - 또한 기존의 비구조화된 면접에서 직무적합성을 강화하는 실무진 면접을 추가하여 면접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확보함

도입 성과
: “채용 이후에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수 있어 이직률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함”

안전보건공단(공공기관) – 산업안전, 건설안전, 근로자건강 등

도입 전
: 기술영역이 많았으나 스펙과 일반적 지식 위주로 채용

변화 노력
: 직무분야별 전문가를 지정하여 교육 및 워크숍 등을 2달간 진행한 후, 공단의 모든 직무를 203개 세부직무로 구분하여 홈페이지에 공개, 채용 예정 직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 - 또한 연령과 학력제한을 두지 않고, 기존에 입사지원서에서 요구하였던 6가지 스펙 기입란을 삭제함(학력, 어학, 학점, 수상경력, 봉사활동, 어학연수 / 2015년 채용부터 적용)

도입 성과
: “면접 응시자들의 79%가 NCS 기반 채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만족도가 높아짐”

대한상공회의소 박종갑 공공사업본부장은 “능력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은 신입직원의 조기이직률이 낮아지고, 직무만족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기업에서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할 수 있도록 대한상의가 지속적으로 채용컨설팅, 면접관 교육과 평가도구를 지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상무는 “최근 수년 사이 고성과 인재를 찾기 위한 능력중심채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채용 부문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변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며, 능력중심채용은 직무능력 중심의 인사관리와 연계되어야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고용노동부 권기섭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뀌는 채용문화의 확산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단체와 기업,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NCS 등을 활용한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기술서를 사전에 공개하여 지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무와 무관한 인적사항 및 스펙은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NCS를 기반으로 한 능력중심 채용문화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 외에도 정부 중앙부처와 지역자치단체 간 협업을 통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용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시도도 계속된다. 고용노동부와 인천광역시는 미취업 청년의 취업지원을 위해 지난 10월 31일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청년 취업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 사업과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취업지원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대상이 중복 또는 배제되고,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던 것이다. 따라서 상담-훈련, 일경험-취업알선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를 기본으로 인천광역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연계, 협력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 청년이 다양한 일경험을 하고, 인천지역 특성에 맞는 직업훈련에 참여해 직업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인천광역시 일자리 사업과 적극 연계할 계획이다. 인천광역시는 취업성공패키지의 취업알선 단계에 있는 인천지역 청년들이 취업 준비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사진촬영비, 면접복장 대여비, 자격증 취득 접수 비용 등 직접적인 취업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3개월 간 월 20만 원 한도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인천시 주관으로 청년층에게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협의 등 행정적 절차를 거쳐 추진한 것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취업성공패키지 우수사례>

한○○(28세/ 헤어숍 취업)
밀착상담을 통해 우울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자 약물복용과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해주었습니다. 신용불량이었던 저는 금융복지상담센터에도 연계되어 신용회복을 위한 절차 등의 상담도 받았습니다. 자신감 회복, 직업정보, 구직기술 등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든 상담을 마치고 두 번의 시험 끝에 자격증을 취득했고 미용실에서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박○○(28세/ 인사·총무직 취업)
누군가 저의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해 준다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정확히 231번째 이력서, 10번째 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연결고리입니다. 고립되어 있던 저와 세상을 연결해 주었고 의지할 수 있는 인연을 맺어 주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기 독자적인 사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인천광역시가 중앙정부와의 협력의 길을 선택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 방향에 대한 조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독자적인 제도를 신설하기보다는 중앙-지방 간의 제도와 정책이 융합되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훈련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취업성공패키지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운영을 보다 유연화하여 청년의 다양한 취업지원 서비스 수요를 반영하고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우선 취업성공패키지의 2단계 직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

고용노동부의 내일배움카드 훈련과 국가기간전략직종 훈련 위주에서 벗어나 다른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양성 사업, 일경험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훈련수요를 파악하여 청년의 수요에 부합하는 훈련과정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확대하는 한편, 훈련기준 단가는 훈련과정 수준에 따라 차등화하여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고급과정 개설을 추진해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

그 뿐만 아니라 취업성공패키지 사업과 연계되는 훈련이 확대되는 것에 발맞춰 훈련참여수당 지원범위도 확대한다.

내일배움카드 훈련 참여자 위주로 지급하는 훈련참여수당의 지급 범위를 다른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훈련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가 고용노동부 인증 훈련기관에서 운영하는 정부지원 미참여 훈련과정에 참여할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훈련참여수당 지급을 검토한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충분한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취업성공패키지 운영을 유연화한다. 청년들이 직업능력향상단계에서 충분한 훈련과 일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현행 8개월에서 고정된 2단계 참여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청년들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과정만 선택하여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과정 중 일부 교과목 단위 훈련수강, 교과목간 혼합수강 등을 허용하는 등 훈련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재학생과 주간 30시간 미만 근로자 등의 훈련 참여 활성화를 위해 훈련비 할증을 통해 주말반 훈련과정 개설도 촉진한다.

또한 질 높은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용센터와 민간 위탁기관 상담원의 경력과 분야에 맞게 수준별로 차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