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문화, 장단점을 파헤친다
한국의 기업문화, 장단점을 파헤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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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업무프로세스-평가에 취약… 업무 비효율 낳는다

저성장 시대, 소위 ‘뉴노멀(New Normal)‘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한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지속됐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국면은 달라졌다. 2014년에는 대기업/제조업 기준으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도 않다. 이제 중국과 같은 고성장 시장으로의 진출,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 등 과거처럼 기업 외부로부터 급격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런 가운데 기업 구성원들을 포함한 대중들의 의식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목표의식과 애사심, 일체감으로 기꺼이 현재를 희생하던 분위기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바야흐로 기업 내/외의 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다. 안팎으로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문화의 현재는 어떤 수준인 것인가?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저성장 환경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도전 앞에서 한국 기업들의 조직적 경쟁력은 어떤 수준일까?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내 100개 기업 총 40,951명의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 중 자산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61개 그룹에 해당하는 기업이 31개(대기업), 그 외의 중견기업이 69개(중견기업)였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65개, 서비스업이 25개, 금융업이 10개 기업이었다.

진단은 2015년 6월부터 12월까지 총 4차에 걸쳐 진행됐다. 해당 기간 내 진단 참여기업의 경영진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병행했으며, 11월~12월에 전문가 인터뷰를 집중 수행하여 초기 결과를 바탕으로 원인과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에 따라 나타난 한국 기업문화의 주요 문제점은 잦은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 형식적이고 과도한 보고 등으로 대변되는 후진적 업무 관행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업무 비효율에 대해 응답자 4만 명 중 60%가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잦은 야근에 대한 상황은 심각했다. 야근 상황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 중 43%는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당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로 통상 근무일수의 절반 가량은 야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와 과도한 보고(41점), 일방적인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의 야근 문화가 문제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연령별 인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50대 이상 구성원들은 42점을 준 반면, 30대 구성원들은 27점으로 차이가 크다. 이와 같은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질문들에서는 기업 규모와 성별에 따른 인식차이가 별다른 의미를 나타내지 않는 데 반해, 연령과 조직 내 계층 간에는 두드러진 인식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업무 방식에 대한 젊은 층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기성세대는 다른 관점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야근이나 보고 등 일하는 방식의 비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업무를 지시하고 주도하는 조직 내 상위 직급 리더들의 인식전환이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효율 걷어낸 김대리의 하루는?

9개 기업 45명의 대리급 구성원을 대상으로 Time Survey를 진행해 보니 응답자들은 평균 하루에 약 11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시간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인 5시간 32분(57%)에 그쳤다. 5시간 32분에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회의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보고 및 보고 준비를 위해 발생하는 비생산적인 시간은 31%를 차지한다.

더 주목할 만한 내용은 습관적으로 야근을 하는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야근을 많이 할 수록 생산적인 업무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확인됐다. 응답자 중 뚜렷하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매일 야근을 하는 사례를 선정해, 같은 회사 내 동일 조직의 구성원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습관적 야근을 하는 이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동료들에 비해 2시간 더 근무시간이 길지만, 업무시간 중 생산성이 45%에 그치고 있어, 동료들(58%)에 비해 오히려 비생산적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야근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과시간 중에도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고, 야근을 하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생산적인 활동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런 보여주기식 야근은 조직에 추가적인 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할 일이 없는데 남아 있는 ‘눈치보기’ 야근은 여전히 기업 내 만연해 있었다. 그 이유는 먼저 야근을 성실함으로 간주하여 높이 평가하는 상사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상사의 정성평가가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가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귀결된다. 상사의 눈치 뿐 아니라 동료들을 의식해 눈치보기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단주의 및 관계주의 문화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눈치보기 야근이 반복되면 조직 내에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고착되고, 일종의 규범처럼 굳어져 서로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영문도 모르는 채 야근을 하는 풍경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업무시간의 비효율을 증대시키는 폐해를 낳게 되는데, 실제 인터뷰 중 ‘어차피 야근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일부러 느슨하게 보내는 분위기가 많다’는 답변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할 일이 남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에도,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업무 효율 저하로 일과 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상사 또는 경영진의 영향이 컸다. 상사가 야근에 대한 문제 인식이 전혀 없어 퇴근 직전에 회의를 소집하거나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불명확한 업무지시와 중간점검 미흡 등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리더십의 문제이다.

또 직무의 내용과 책임이 불명확하고 조직 내의 자원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가 특정인에게 반복적으로 집중되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의 결과나 방법이 조직 내에 지적자산으로 내재화되지 않고, 일을 할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에 야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야근의 암묵적인 강요와 관련해서도 조직 내 계층에 따라 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수의 리더들이 ‘야근을 하라고 강요한 바 없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데 반해, 구성원들은 ‘리더가 퇴근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야근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야근과 관련한 다수의 문제들이 그 원인을 살펴 본 결과 리더의 인식 전화과 행동 변화,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개선 노력을 투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일단 다 불러서, 결론 없는 회의 문화

한국기업의 회의 문화 역시 비효율적인 면이 많음을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에서는 회의를 단합으로 생각하거나,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하자’는 식으로 의사결정의 안전이나 회의의 목적, 어젠다가 명확히 정의, 공유되지 않은 채로 회의가 소집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리더들이 실무를 잘 알지 못해서 직원들이 회의에 동석하거나, 회의 준비를 위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회의 참석자를 소집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즉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일이 많고,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이렇게 불필요한 회의로 보내다보니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야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막상 회의가 진행되어도 회의 참석자 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어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 리더들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해 쌍방향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서로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 회의가 지속되는 경우 등 회의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의 양태도 다양했다.

보고와 관련된 비효율적인 부분 역시 업무 지시를 내리는 리더에게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가 불필요하거나 사소한 사항에 대해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 또는 불명확한 지시나 실무로부터의 괴리로 인한 낮은 이해 수준, 다단계의 보고 체계를 거치지만 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권한으로 인해 보고와 수정이 반복되는 경우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역시 불필요하게 업무의 범위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야근이 빈번해 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 기업에 만연한 문서중심, 형식주의 보고 문화로 인해 문서 작업이 불필요하게 과다해 지는 경향도 보인다. 보고서의 내용이 아닌 형식적 디테일, 이를테면 폰트나 디자인 등에 치중하는 형식주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이와 같은 문제들의 근본원인들은 그동안 한국의 기업들이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리더십과 경영방식, 기업 운영 방식과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인식의 차원, 조직의 경영 방식의 차원, 조직을 구성하는 인적 역량 및 행동 방식의 차원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표면적이고 대증적인 대처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업에 부족한 부분은?

한국의 기업들은 강력한 리더십, 우수한 인재. 시장 따라잡기가 과거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렇다면 건강한 조직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우수 기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

비록 하나의 성공사례를 두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기업들의 조직 운영방식에서 득이될 부분을 차용해 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권위를 통한 업무추진 리더십, 비전공유, 직업윤리 준수 등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어 왔다. 이는 리더기 목표를 세우고 강력하게 하향식(top-down)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또 경쟁적인 인재확보와 외부자원/역량의 활용 역시 대단히 강조되어 왔다.

글로벌 우수 기업들과 비교해 보자면, 건전한 성과주의 문화의 정착과 업무 가치를 부여하는 면에 있어서는 다소 취약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업무를 통해 지식의 축적/공유 및 업무 프로세스 역량을 자산화 하는 부분 역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통틀어 한국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모두 ‘조율 및 통제’라는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대비해 공통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직성과에 대한 명확한 제시 및 조직과 개인 성과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리스크에 대한 사전관리가 미흡한 결과이다.

한국기업은 과거 급속한 성장 속에서 체계적인 조율 및 통제 체계를 갖추며 시스템에 의해 조직을 운영, 관리하기 보다는 일단 실행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진화하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규칙이나 룰을 위반해도 눈을 감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뷰 중 한 기업의 임원은 ‘일단 감싸서 시작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보자기 경영‘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