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다시 불붙는 ‘성과연봉제 저지’
연말, 다시 불붙는 ‘성과연봉제 저지’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2.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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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도 최순실 작품인가
[인터뷰]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공부문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로 여론의 이목이 청와대로 집중된 가운데, 성과연봉제 저지에 온 힘을 쏟던 노동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말 연쇄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던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11월 2차 총파업을 예고하며 정권퇴진까지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중에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조상수)는 지난 9월 27일 무기한 파업을 선언해 산하조직 상당수가 한 달 넘게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고 있는 철도노조 역시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조상수 위원장에게 연말 공공부문 파업의 방향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14곳 쟁대위 유지, 화물연대는 나름의 성과 거둬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대병원은 일단 성과연봉제 내년 시행을 보류키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외에 다른 사업장은 상황이 어떤가?

이번에 15개 노조가 파업을 했다. 그중에서 서울대병원은 2017년까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고,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노조)나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도시철도노조) 같은 경우에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한다’는 것에 합의했기 때문에 아직 문제가 남아있다. 게다가 임금협상도 진행 중이라 쟁의상태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두 노조는 지난 19일에 주간파업에 돌입했으나 김포공항역 사상사고로 인해 총회투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부산지하철노조가 2차 파업을 21일부터 4일간 했었고, 건강보험노조하고 국민연금지부의 경우에는 간부파업이나 조합원 총회투쟁을 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장들도 비슷하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열네 개 노조 중에서 철도노조가 한 달을 넘겨 무기한 파업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산별노조로서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았지만 쟁의행위와 관련해서는 각 단위노조가 자기 조건에 맞는 투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고 있다. 다만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파업을 이어가는 측면에서 집중파업일을 설정해서 무기한파업을 하는 사업장과 부분파업을 하는 사업장들이 함께 싸우는 상태다.

공공부문 노조는 아니지만 화물연대도 10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조금 급작스럽게 마무리된 느낌인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화물연대 파업이 일찍 마무리된 건 아니다. 2003년 파업을 제외하면 10일 동안 해본 게 처음이다. 공공기관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 때문에 장기파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화물연대는 차량할부금 같이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 있기 때문에 파업을 길게 끌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공공기관 노조는 성과연봉제라는 동일한 의제를 가지고 시기를 집중해서 파업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1월 초에 발표했으니까 상당히 오랜 기간 파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지난 8월 30일에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9월 하순에서야 총파업을 결의했고, 파업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다.

또 정부가 공공부문 파업에 대해 여론전에서 밀리면서, 철도 파업을 단번에 정리하기 어려운 조건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의 효과를 축소하고, 그것을 조기에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헬기가 뜬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비조합원의 참가를 조직화하기 위한 활동도 차단했다. 이처럼 강력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10일 동안 완강하게 싸운 것이다. 물론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기하지 못했고 이는 앞으로의 투쟁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하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완강히 반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고 생각한다.

성과연봉제 폐해 공감대 형성돼… ‘필공’ 재검토 필요

과거에 비해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강한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가령 2013년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에도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여론이 어떠할지 우리들도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싸움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많이 준비를 했다.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곳곳에서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세 가지 점에서 이번 파업이 국민들한테 설득력을 가졌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지난 총선에서 현 정부가 심판을 받아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과 연관돼 있다.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들을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밀어붙였다. 성과연봉제라는 건 임금체계 개편이고, 이는 근로조건의 핵심이다. 단순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돼 있는 것과는 별개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공감을 해주신 것 같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권고안과 공정인사지침이 별개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이것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쉬운 해고로 나아갈 것이라는 공감대였다. 이외에 개인별 평가체제로 인해 협업이 붕괴될 것, 공공기관이 돈벌이 경쟁에 나서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 낙하산 사장에게 줄서는 데에만 매달릴 것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본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우리도 사실 놀랐다. 공공부문 노조들이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정치권에서도 자기들이 저성과자 퇴출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냈지만, 성과연봉제에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 그런데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보니까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대 여론도 아주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미 민간부문에도 성과연봉제가 상당히 들어와 있는데, 국민들이 그 폐해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거다.

파업 규모에 비하면 실생활에 큰 불편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파업의 효과도 줄어든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파업을 했던 열다섯 곳 중에서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한국가스공사, 국토정보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여러 공공기관이 있는데 이곳들은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은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100%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게다가 10일 가까이 파업을 했기 때문에 상당히 위력적이었을 거다. 그런데 언론은 철도·지하철만 파업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철도·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서 파업 참가자 수의 50%까지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60%~70%의 필수인원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대체인력까지 포함하면 열차운행률은 80% 이상 유지될 수 있다. 2008년부터 직권중재가 폐지되는 대신 파업 참가자 수가 제한되면서 공공기관의 쟁의가 합법화된 측면은 있지만 파업의 효과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이는 쟁의행위의 장기화로 야기하기도 한다. 쟁의행위가 너무 길어지면 사회적 비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과하게 높은 필수유지비율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본다.

파업 장기화, 동투(冬鬪) 키워드는 ‘법률투쟁’과 ‘정권퇴진’

철도노조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서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고 있다. 산별노조로서 해법은 무엇인가?

코레일 사측이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해 사측의 불법행위를 모두 설명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 적용이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사측이 노조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렸다고 본다. 특히 코레일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통틀어 제일 규모가 큰 곳이고, 상징성을 가진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대리전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산별노조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파업의 해법과 관련해서 국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철도노조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하고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쟁의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산별노조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장기 파업에 따른 투쟁기금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이번에 철도노조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판매했는데, 아주 잘 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열차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장들이 자율경영을 하게 돼있는데, 코레일 홍순만 사장의 결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파업의 결과가 철도노조만으로 끝나지 않고 공공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1월초 법원에 성과연봉제 시행중지가처분신청과 함께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본안소송을 낼 예정이다. 노정교섭이나 노사교섭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이 안 된다면 결국은 법에 의해서 정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20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11월 2차 시기집중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차 파업의 방향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이른바 ‘최순실게이트’가 변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난 9월말 파업은 산별 연쇄파업이었다. 이번에는 하루에 집중해서 파업을 하자는 얘기가 공대위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11월 12일로 집중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우리가 내부 검토를 해보니까 그날 민중총궐기 대회로 어려울 것 같아서 9일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인 일정을 조정해 봐야겠지만, 일단 금융노조가 18일에 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공공과 금융이 각각 파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차 총파업에 ‘최순실게이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정권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이다. 최순실이 국정을 사실상 맡았던 걸로 확인된 만큼 노동개악도 비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국정운영에 의해 진행된 정책은 무효라고 선언을 하고, 노동개악을 이번 기회에 폐기시키는 투쟁으로 가자는 논의가 진행될 거다. 한국노총에서도 정권퇴진 투쟁 얘기가 나오는 걸로 안다. 만약에 공공부문 파업이 정권퇴진 투쟁과 연결되면 거기서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정부가 노동개악 문제까지 포함해서 정국을 수습하지 못하면 정권퇴진 투쟁이 확대되는 부담을 안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