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도 없이 성과주의 확대한다고? 웃기지 마라!
평가 기준도 없이 성과주의 확대한다고? 웃기지 마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12.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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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해 싸우는 게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길
[인터뷰]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주업)이 ‘성과퇴출제 폐지’를 필두로 한 대정부 10대 요구안을 내걸고 오는 11월 12일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총궐기를 통해 당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궐기 조직화를 위해 현장을 순회하고 있는 가운데 잠시 짬을 낸 김주업 위원장으로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요구와 입장을 들었다.

공무원 임금, 민간과 균형 맞춰야

최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시도가 주목받고 있는데, 공무원에 대한 성과연봉제 적용확대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

공무원 업무에 따른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해서 거기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인사에 반영하고 최종적으로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공공행정은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기준이 없으니 평가가 다분히 평가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권력과 가진 사람에 대한 줄서기가 만연하게 되고, 법과 원칙에 의한 행정이 무너진다는 것이 가장 문제점이다. 또 협업이 파괴된다. 한 업무를 처리하게 위해서는 여러 부서와 개인이 협조해야만 하는 구조로 돼 있는 공공서비스인데, 서로 경쟁하게 되면 정보를 차단하고, 상대의 업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수도 있다. 협업이 파괴되면 공공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것 위주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가 된다.

우리 입장은 공직사회에서 성과주의는 폐지해야 한다는 거다. 비율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폐지할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 권력교체기가 맞물려 있어서 투쟁과 함께 교섭력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성과주의의 폐해를 알려내서 근본적으로 폐기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연공급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공무원들의 임금체계는 인사체계와 연동이 돼 있다. 임금체계를 개편한다고 한다면 인사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년간 학계, 정부,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모여서 지혜를 짤 수밖에 없다.

임금은 적정한 임금, 생활급이 되어야 한다. 10년 미만의 연공서열이 낮은 사람은 대폭 인상하고 위로 올라가면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 또 민간과의 균형 문제가 반영되어야 한다. 민간부문과의 균형을 법제화해서 체계를 바꿔가야 한다. 너무 복잡한 수당을 단순화하고, 민간부문 노동자들과 같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서 수당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바꿔 가는 게 필요하다.

공무원의 임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노정교섭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현실적으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무원도 노동자고, 공무원노조법이 아무리 누더기 같아도 노동자성을 인정한 거다. 정부와는 노사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원칙에 따라 노와 사가 임금에 대해 교섭하는 게 맞다. 재원이 세금이기 때문에 교섭으로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관점은 전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에서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으로 임금을 지급할 건데, 그런 논리라면 소비자하고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최소한 임금이 삭감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물가인상률 정도는 매년 인상할 수 있을 정도로 법제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처음 설계한 대로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한다든지 최소한 물가인상률만큼은 인상한다는 내용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직업 안정성·노후보장 다 무너졌다

공무원의 임금이 낮지만 직업의 안정성과 노후보장으로 보상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직업의 안정성이나 노후보장은 다 무너졌다. 연금이 계속 개악돼 노후보장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됐고, 직업의 안정성 또한 성과퇴출제가 들어오면 무너지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만나서 차분하게 이야기해도 정서적인 문제가 있기 잘 안 된다. 국민들에게는 내 세금으로 먹여 살린다는 고용주 심리가 있고, 그동안 공무원들이 했던 행태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게 조성되어 있는 게 있다. 정서적인 문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잘 안 된다.

공무원들 고생한다고 생각하게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공무원노조가 설립됐다. 국가의 정책과 법률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니 이걸 개선하자, 공직사회를 바꾸자, 부정부패를 추방하자, 이런 이슈를 가지고 싸워 왔다. 이렇게 하는 것이 결국 국민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간에 되지는 않겠지만 공무원노조의 조직률이 높아지고 영향력과 개입력이 확대되면 그런 부분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정책을 현장에서 시행해야 하는 공무원을 적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하고 있는데 국민들과 공무원들을 이간질하는 행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민들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 해결의 방향이다. 당장은 사회 문제에 공무원노조가 결합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국가가 만드는 법·제도·정책들이 국민의 이익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해서 그게 맞지 않으면 고치도록 노력하고 싸워야 한다. 아직까지는 노력은 하지만 현실적인 힘은 미약하다.

공무원노조가 생기면서 좋아진 부분도 있다. 내부적으로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정책들에 대한 가치판단에 근거해서 국민들의 이익에 맞게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개악될 때 공무원들이 싸우지 못했다. 직접 우리 문제가 아니라도 정부정책에 대항해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근속승진제는 법과 원칙대로 행정 집행하겠다는 의지

근속승진제와 관련해 ‘아무런 기여도 없이 근속년수만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여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누구나 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를 하고 있다. 근속승진을 요구하는 것은 6급과 5급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승진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인데, 사실 9급과 7급은 큰 차이가 없다. 6급부터 신분상의 변화가 생긴다. 5급으로 올라가면 더 그렇다.

7급에서 6급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도 하지만 수가 제한돼 있고, 인사권자의 자의적인 재량권이 작용하는 범위가 굉장히 크다. 이러다 보니 인사에 관련된 비리가 생기고, 줄 서기가 나타난다. 우리는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승진을 확대하자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사권자의 재량권으로부터 자유롭게, 직업공무원제에 충실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행정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한 거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채용 확대를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시간선택제에 반대하는 건 이게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통계상 일자리 수치를 늘리기 위해서 만든 것일 뿐이다. 공무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거다.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주로 안정적인 부업을 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많이 들어온다.

부업으로 생각하면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오전에 근무하다 퇴근하면 업무의 연속성이 없어진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도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된다. 시간선택제는 행정의 질이 하락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불안정 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일제 일자리로 채용해야 한다. 민간의 사적 부분도 공공의 영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공공부문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이다.

실무담당자가 의사결정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는가?

가장 정점에 있는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 뭔지에 따라 조직의 생각이 정해지게 되는 구조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급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하고 실무담당자의 권한은 대폭 늘려야 한다. 당사자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단순히 행정을 집행하는 객체가 아닌 행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주체로서의 권한을 충분히 줘야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조직 문화도 바뀔 수 있다.

이것을 조직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의 조직률이 높아지고 강화되어야 한다. 공무원노조가 어떤 것이 옳은 정책인지 개입하고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총궐기를 조직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총궐기를 불법집회로 몰아갈 것이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여서 총궐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이 헌신적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집회를 해왔지만 정부에서 평화롭게 하도록 내버려뒀던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탄압을 받았지만 돌파해왔다. 지금도 묘수는 없다. 대중을 믿는 것, 대중은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동의가 되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조직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