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중심 산업정책, 노동을 품어라
자본 중심 산업정책, 노동을 품어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2.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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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동 프렌들리’ 가 답이다
[인터뷰] 김종훈 울산동구 국회의원

여당의 참패로 끝난 20대 총선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균열 속에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일어난 유권자들의 반란은 총선 결과를 지켜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는 정몽준 새누리당 전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데 이어 같은 당 안효대 전 의원이 잇달아 두 번 금배지를 달았던 곳이다.

이에 대항해 김종훈 당시 후보(무소속)은 “민주노총·현중노조 지지 후보”를 내세우며 58.88%에 달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종훈 의원은 자신의 첫 국정감사에서 ‘노동이 있는 산업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인 그는 ‘기업 프렌들리’가 아닌 ‘노동 프렌들리’로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14일에 첫 국정감사를 마쳤는데, 어떤 현안에 중점을 뒀나?

첫 국감이어서 긴장이 되고 무엇을 준비해야 되나 생각도 많이 했다. 보좌관들뿐만 아니라 지역구의 사무실이나 노동명예보좌관 같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최근에 울산이나 경주 일대에 일어난 지진문제를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많아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한 꼭지로 잡았다.

주로 이번에 다뤄 본 것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전반적 실태와 진행과정이었고, 또 울산을 비롯해서 조선업의 구조조정 문제였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경우 이것이 인적 구조조정으로만 이뤄지는 게 맞는지, 산업 전반의 시스템 문제는 아닌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현실이 어떠한지 당사자들을 참고인으로 다 불러서 그 분들의 입으로 말씀하시도록 했다. 이 분들의 얘기를 듣고 정부관계자나 여야 의원들이 상당히 놀라기도 했고, 문제를 고치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에 관해 공감대를 끌어냈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온 외국인 투자기업 문제를 다뤘다. 외자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데 사실상 먹고 튀는, 이른바 ‘먹튀’가 많다. 하이디스라든가 창원에 있는 한국산연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의 ‘먹튀’에 대해서 우리가 규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 단지 돈만 벌고 가버리면 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했다.

‘노동이 있는 산업정책’을 표방했다. 어떤 의미인가?

내가 산자위에 들어올 때 고민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속에 노동과 삶, 일자리가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막상 들어와 보니까 산업정책의 어떤 부분에도 노동이 없더라. 노동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위원회 하나 참여하기 어렵고, 실제로 들어가 있지도 않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산업의 실질적 주체이지만 소외된 노동자들의 의견이 산업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7·80년대의 전근대적인 산업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특정한 업체에 금융을 중심으로 특혜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삶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 세계 최고수준의 장시간노동 속에서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점이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기업 프렌들리’에서 ‘노동 프렌들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나?

로봇산업을 예로 들면, 산업부에서 이것이 활성화 될 거라고 얘기할 때 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생산력을 높일 거라고 하지만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이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나는 기계화, 자동화가 우리 삶을 무조건적으로 윤택하게 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울산 동구청장으로 있을 때 장애인들이 참기름공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왜 하려는지 물어보니까 참기름을 팔아서라도 자생적으로 살아가고, 일자리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중간점검을 하러 가서 보니까 전부 자동화돼 있었다. 깨를 넣으면 자동으로 씻겨서 올라가고 공정을 쭉 거쳐서 마지막으로 병에 담겨서 나오는 거다. 물론 이윤이 나서 잘 나눠가지면 되겠지만 때로는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영국에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났을 때 노동자들이 자기들 일자리 빼앗아간다고 해서 난리 났지 않나. 결국 기계와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사실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울산 동구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조선업 위기가 지목되고 있다. 관련해서 지역 국회의원으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로 죽은 노동자가 회사 측 통계로 405명이다. 올해에만 지금까지 열 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만든 1등 조선소다. 또 최근 10년 동안 보면 엄청난 흑자를 봤다. 경기가 좋을 때일수록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현대중공업은 늘 얘기했다. 그런데 그때 번 돈으로 산업을 고도화 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데에만 집중했다. 조선업이 어려워진 지금 일정 지분만 정리하더라도 그동안 죽어가면서 일했던 사람들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는 일은 없을 거다.

하도 답답해서 조선업 발전과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국회의원모임을 만들었다. 해당 지역구 의원들, 조선업에 관심 있는 의원들까지 7명이 추진했다. 우선 당장 급한 STX조선에 갔다 왔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에도 가서 얘기를 듣기도 하고 우리 얘기를 전달도 했다. 2차로는 아직 방문하지 못한 대우조선해양, 삼호중공업을 갈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기업, 노동계, 은행, 국회의원모임 차원의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덧붙이면, 조만간 맥킨지에서 보고서가 나와서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걸 기밀이라고 안 내놓는다.

산업정책이 무슨 기밀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같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맥킨지 보고서라는 게 이윤을 중심으로만 판단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