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실습실 유해물질 산업현장과 유사
특성화고 실습실 유해물질 산업현장과 유사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6.12.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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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노출 정도 조선소·자동차 정비소급 안전의식은 뒤떨어져
노동인권감수성 기를 교육 절실
▲ 서울노동권익센터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기아자동차 종로지점 5층 이노라이프에서 ‘제7회 노동권익포럼’을 열고,‘공업계 특성화고 실습실 작업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공업계 특성화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이 실습실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정도가 일반사업장 수준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의 실습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노동자의 알권리·보호받을 권리·멈출 권리 등을 실습과정에서 체험하며 익힐 수 있는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기아자동차 종로지점 5층 이노라이프에서 ‘제7회 노동권익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업계 특성화고 실습실 작업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교육청 산하 특성화고는 79개이고, 이중 공업계 학교는 34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연구원은 “올해 서울시내 2개 학교의 기계과(용접), 자동차과(정비·판금·도장) 등 2개 과에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험물질에 노출되는 정도가 조선소, 자동차 정비소 등의 노동자들의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습장의 안전설비는 산업현장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실습 과정에서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도 없어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소 배기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실습실이 많았고, 설치가 된 경우에도 배기 경로나 작업면으로부터의 거리 등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안전관리 예산을 따로 배정해 두거나, 안전보건 원칙에 따른 관리 계획이 전혀 수립하지 않고 있어 관리 측면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특성화고 실습실의 작업환경 문제가 ‘학교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양쪽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보건 관리의 근간이지만, 시행규칙에서 특별한 호흡기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거나, 일상생활 수준을 뛰어넘는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특성화고 실습실의 환경 위생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아닌 학생들은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급여를 받지 않으며 노동을 하는 성장기 학생들의 작업환경은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법 기준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최 연구원은 “기본적인 안전 보건에 관한 정보자체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점을 바꿔야 한다”며 “안전과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습한 학생들만이 훗날 그렇지 않은 작업장에 의문을 가지고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관련 부처는 학교가 학생, 교사, 교직원 모두의 안전을 추구하는 EU-산업안전보건청의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패러다임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분적인 사례조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공업계 고교 실습실의 다양한 유해요인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확인하고, 개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노동인권,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이 학교 실습실에서부터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인권’은 법이 보장하는 노동할 권리나 노동3권뿐만 아니라 노동기준, 노동자 프라이버시, 차별, 건강 등의 문제까지 포괄하는 노동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다. ‘노동안전보건’이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은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연계된 특정 상황을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권과 관련된 상황으로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노동과정에서 가능한 선택과 행동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실태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한시간 가량 토론이 진행됐다.

첫 토론자로 나선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산업위생기사 김성훈 연구원은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 MSDS)'의 개념을 설명하며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실습장에는 정확한 구성성분 확인과 독성예측을 통한 자료수집과 보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화학물질이나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반드시 제공해야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대상 화학물질의 명칭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안전 보건상의 취급주의 사항 △건강 유해성 및 물리적 위험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수원하이텍고에서 기계공학 가르치는 김영욱 교사는 “산업현장 안전은 시대에 맞게 빨리 변하는 반면 학교 실습실은 뒤떨어져 있다”며 “실습실 안전 문제를 선생님에게만 맡기지 말고, 설비 설계단계부터 시공, 관리까지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기계공고 조성신 교사도 “학교에서는 사고예방을 가장 강조 하며 교육한다. 노동인권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보건안전분야의 교육은 선생들도 생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관리감독 관청인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실습장 작업환경 점검에 나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이성주 장학사는 특성화고 실습실에 대한 환경 위생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부 차원의 후속 정책연구를 통해 안전보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데동의하며 “공업일반 교과 집필 기준에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교과서 집필진에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주최하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주관했다. ‘공업계 특성화고 실습실 작업환경 실태조사‘는 서울노동권익센터 2016년 노동권익 증진활동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