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일자리
인공지능과 일자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1.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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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가들이 이미 신나게 물고 뜯고 빨았던 소재인데, 시간이 좀 흘렀으니 솔직히 고백해 보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나는 “그래도 아직은…”이라며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체스와 같은 서양 게임에 비해 바둑은 “훨씬 더 오묘하며 수가 깊다”는 까닭 모를 우월감도 있었다.

단순히 이벤트로 치부하기엔 곰곰 생각해 보면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과 A.I.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운운하는 감성적인 접근 말고, 아주 세속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다. 과연 내 일은 앞으로 얼마나 쓸모를 가질 수 있을까? 이미 인공지능이 기사 작성 같은 것도 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로봇 전문가들에게 3개월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다가오는 2025년 즈음엔 사람들의 직업 61.3%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단서를 달고 있긴 하다. 이 조사 결과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업무의 대체 능력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직업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지 여부는 경제적 효용이나 사회적 합의 등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화제가 되었던 바둑 대결 이후 쏟아졌던 전망과 분석과 조금 다른 결과도 눈에 띈다. 전문직이긴 하지만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회계사나 조종사의 일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회계사들의 경우 변화하는 법과 제도에 대응할 만한 전문성이 필요하며, 조종사는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 것이다. 이처럼 전문직과 관리직의 경우 대체 가능성이 비교적 낮지만, 단순한 업무, 육체적인 업무들의 경우 대체 가능성이 높다.

앞서서 전제한 것처럼 과연 내 직업이 실제로 사라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직업들이 역사 속에서 명멸을 거듭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일자리에서, 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기술적 발전이 쓰이게 되리라는 점이다. 기자도 작가도, 이제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노동시장의 패러다임도 분명 지금과 사뭇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