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도시
슬픔의 도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1.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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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고, 또 많은 이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기입니다. 그 길은 평탄하지만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이, 연구기관들이 2017년 한국의 경제도 쉽지 않을 거라 전망합니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당사자들은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인과 해법을 재단하는 잣대는 다릅니다.

정유년 첫 호에서 <참여와혁신>은 이 무겁고 우울한 전망과 진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엇갈리고 있는 시선에 대해서도 확인했습니다. ‘위기’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위기 상황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들이 고통을 당하고 피해를 입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1947년 부패한 국민당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2.28 사건은 대규모 반정부 투쟁으로 번지고, 비공식적으로 3만~4만 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비정성시(悲情城市)’라는 영화로 198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습니다.

영화는 일제 패망 이후 격변기를 겪는 대만에서 한 가문이 겪는 비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역사적 격랑에 휩쓸린 개인은 나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감독은 무리하게 이야기에 개입해 결론을 유도하진 않습니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상이 흘러가듯 담담하게 잡아내는 개인들의 비극은, ‘슬픔의 도시’라는 영화 제목과 잘 어울립니다.

어수선한 뉴스들 틈에서 마음이 무거워서일까요. 요즈음 어디를 가도 무거운 분위기를 떨쳐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말연시면 으레 흥청였던 상점가도 침울해 보입니다. 아름답게 깜빡이는 야경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처연한 기분까지 듭니다. ‘슬픔의 도시’란 영화 제목이 자꾸 머릿속에서 되뇌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요.